오석자(마로 송현)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
오석자(마로 송현)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
  • 송진선 기자
  • 승인 2021.05.12 23:01
  • 호수 59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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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에너지 받으며 사는 재미 느껴요"
참솔어린이집 아이들에게 이야기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로 불리는 오석자는 아이들과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옛날 옛날에 며칠 동안 눈이 펑펑 내려서 토끼나 노루는 모두 집 안에서만 웅크리고 지냈단다.
산 속에 커다란 호랑이 한 마리도 며칠째 아무것도 먹지 못했지.
"아이구, 배고파라. 어흥!" 저녁이 되길 기다려 호랑이는 어슬렁거리며 마을로 내려갔지.
마을은 눈에 덮인 채 조용했는데 그 때 '앙앙앙, 앙앙앙…'하며  온 마을을 울리는 한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서 호랑이는 그 집 앞으로 걸음을 옮겼단다.
"저기 문밖에 호랑이 왔다. 뚝 그쳐!"
아이의 엄마가 다그치는 소리에 호랑이는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내가 온 것을 어떻게 안 걸까?'하고 더욱 귀를 기울였는데 아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더 크게 울었단다.
"자꾸 울면 호랑이에게 던져 줄 테다."
방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호랑이는 이게 웬 떡이냐 싶었지.
그래도 아이는 울음을 그치지 않았단다.
그 때 "곶감이다. 뚝!" 하는 그 말에 아이는 울음을 뚝 그쳤지.
호랑이는 멈칫할 수밖에. '곶감이라고? 그게 뭔데 아이가 울음을 뚝 그치는 거지?'
호랑이는 갑자기 덜컥 겁이 났단다. 곶감이 자기 보다 더 훨씬 무서운 것으로 생각하고 줄행랑을 쳤지….

70년대 동네에 텔레비전이 한 대 있을까말까 했고 읽을 책도 많지 않았던 시절, 할머니 무릎을 베고 누워서 정말 재미있게 들었던 옛날이야기다. 하나가 끝나면 또 해달라고 조르기도 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교훈이 담겨있고 선현의 위트가 담긴 얘기였다.
요즘 아이들도 할머니 무릎을 베고 누워 이런 옛날이야기를 들을까? 없을 것 같았는데 다행히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가 그 자리를 메워주고 있었다.
우리 보은에도 이야기 할머니로 활동하는 할머니가 있는데 오석자(69, 마로 송현)씨이다. 관기 임마누엘교회 협동목사이면서 이야기 할머니로 활동하는 오석자 목사를 지난 5월 10일 참솔 어린이집에서 만났다.
이야기 할머니의 수업은 서로 배꼽손하며 인사하고 제목나와라 뚝딱하며 오늘 전할 이야기 제목을 보여주며 아이들과 같이 시작하는 노래와 율동을 하며 시선을 집중시킨 후 이야기주제로 들어간다.
이날 아이들에게 들려준 이야기는 '학산수의 노래연습'. 노래를 좋아했던 조선시대의 선비가 명창이 되기 위해서 노력한 내용의 이야기로 이야기 후에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자신의 노력으로 목숨을 구할 수 있었던 선비처럼 참솔 친구들도 노력해서 꿈을 이루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야기가 끝난 후 다시 배꼽손하고 인사하고 다음에 또 만나요 하는 이야기할머니에게 아이들은 할머니 감사합니다, 할머니 다음에 또 만나요, 할머니 최고예요 하며 엄지척을 하기도 했다.
아 정말 아이들이 좋아하는구나. 이렇게 아이들의 호응을 이끈 오석자 목사가 이야기 할머니로 활동한 것은 올해로 3년째를 맞는다.
2018년 문체부 산하 한국 국학진흥원에서 추진한 아름다운 이야기할머니 사업에 참가해 4대1 경쟁률을 뚫고 자격증을 취득한 오석자 목사는 보은의 이야기 할머니 1호이다.
자격증을 갖고 2019년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처음 찾은 곳이 삼산초 병설유치원과 사랑어린이집이었다. 
코로나19 위기 속에 간간이 수업이 진행된 지난해에는 동광초 병설유치원, 속리초 병설유치원, 관기초 병설유치원이었다. 그리고 올해는 참솔어린이집, 사랑어린이집, 그리고 세중초 병설유치원에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오석자 목사는 "똘망똘망한 눈망울로 저를 보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무척 귀엽고 이야기를 다 듣고 할머니 최고예요 인사를  해요 어디서 제가 이렇게 많은 아기들과 눈을 마주치며 아이들의 주목을 받겠어요. 제가 아이들로부터 삶의 에너지를 얻고 있어요"라면서 마음이 즐겁다고 말했다.
그동안 오석자 목사에게 붙은 칭호는 늘 목사님 또는 선생님이었다. 이야기할머니로 만난 손자, 손녀같은 아이들도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오석자 목사는 자신이 이야기 할머니이고, 할머니가 주는 정감을 아이들과 나누고 싶고 또 자신도 아이들에게 따스한 품을 내줄 할머니가 되기 위해 아이들에게 선생님이라고 하지 말고 할머니라고 부르게 했다. 어색해 하는 아이들에게 처음부터 아이들을 한명, 한명 안아주며 할머니 사랑해요를 하게 했다.
처음 이야기 수업을 위하 방문한 한 어린이집에서도 아이들은 품에 안기며 특별한 거부없이 할머니 사랑해요, 할머니 사랑해요 하는데 한 아이는 그 말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할머니사랑해요 한 번 해봐 했더니 쭈뼛거리며 못하길래 다시 할머니사랑해요 해봐 했더니 알아듣지 못하게 읊조리기만 해서 또 꼭 안아주며 사랑해요 할머니 하게 했더니 그제서야 아주 작은 소리로 할머니 사랑해요라고 답했다. 마음이 서로 통한 것이 느껴져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 다음 시간에 그 아이의 이름을 불러주고 인사하고 띄워주니까 그 아이가 정말 신이 나서 활발하게 수업을 들었다며 1년 수업을 진행하면서 그 아이의 성격이 밝아지고 활발해지고 내가 가면 먼저 할머니 안녕하세요 하고 먼저 인사를 하는 등 변화를 느꼈다고 말했다. 
1년 수업을 마칠 때쯤이면 아이들이 많이 성장했음을 체감하게 된다고 말했다.
"요즘 부모들이 대부분 맞벌이잖아요. 시간에 쫓겨 아이들과 같이 오랫동안 있지 못하고 또 안아주는 시간이 짧아서인지 내가 안아주면 착 안기며 양 볼에 뽀뽀를 하는 아이도 있을 정도로 굉장히 좋아해요. 서로 하려고 달려들어서 줄을 세우는 경우도 있을 정도예요"
"어느 날엔 어린이집 입구에서 아이 부모를 만났는데 이야기 할머니시냐고 하면서 우리 아이가 집에 오면 이야기 할머니 얘기를 많이 한다고 고맙다고 말해 내가 하는 역할에 대해 다시 한 번 보람을 느꼈어요" 라고 말하는 오석자 목사
수원시내 큰 교회에서 목회를 하다 8년 전 마로면 송현리로 귀촌해, 현재 관기 임마누엘교회 협동목사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이야기할머니로 활동하며 아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노년의 나이에 아이들과의 만남은 기적이고 쉬이 곁을 내준 아이들에게 오히려 고마움을 느낀다는 오석자 목사. 이야기할머니가 된 후 발견한 새로운 '나' 오석자로 살면서 요즘 사는 재미를 더욱 크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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