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우체국 앞 공중전화부스
(7)우체국 앞 공중전화부스
  • 보은사람들
  • 승인 2021.05.12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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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무선호출기와 함께 필수품이었던 공중전화부스
마로우체국앞에 설치된 공중전화부스의 모습.
마로우체국앞에 설치된 공중전화부스의 모습.

요즈음 우리는 초등학생부터 요양병원에 계시는 어르신까지도 항상 스마트 폰을  손에 잡고 모든 삶을 의탁하며 살고 있지만, 공중전화도 1990년대에는 무선호출기 일명 삐삐와 함께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생활필수품으로 전성기를 누렸다. 길게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며, 빨리 좀 끊으라고 소리치던 공중전화부스 모습이 어제 같은데 나 자신도 언제 사용하였는지 기억이 없다. 머릿속에서 공중전화가 지워져 있다가 우연히 마로우체국 앞을 지나면서 언뜻 눈에 들어오는 공중전화부스가 마냥 반갑다. 우리 동네 문화유산에서는 일곱 번째 이야기로 '공중전화'를 테마로 잡았다.
공중전화(公衆電話)는 누구나 요금을 내고 사용할 수 있게 버스터미널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설치한 전화기로, 1889년 미국에서 최초로 등장하여 대한제국에서도 1902년 선을 보여 50전에 5분간 통화를 할 수 있었다. 일반인들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일제강점기인 1913년 도입된 주화 투입식 공중전화로 다이얼이 없어 주화를 넣고 수화기를 들면 교환원이 연결되어 이용할 수 있었다.
우리 기억 속에 아련히 남아 있는 첫 국산모델인 통신1호기는 옆에 사진과 같이 동전 전용의 빨간 벽걸이형 무인공중전화로 1962년 보급되어 5원짜리 동전이 사용되었다. 1978년에 처음으로 시내 시외 겸용 모델이 등장하였고, 1983년에는 DDD(Direct Distance Dialing)전화가 보급돼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듬뿍받아, 1989년에는 김혜림의 DDD노래까지 등장하기도 했고, 요금은 5원부터 시작하여 70원까지 인상되었다. 이동전화기가 없던 1990년대에는 무선호출기가 보급되어 삐삐 소리를 내며 호출자 전화번호가 찍히면 허둥지둥 공중전화부스를 찾았으나, 이미 앞에는 차례 기다리는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 있어 발을 동동 구르게 했고, 끝없이 통화하는 사람에게 눈총을 주다 열 받으면 “빨리 좀 끊읍시다" 하고 소리치다 발로 부스를 차는 사람까지 있었다.
100원짜리 동전을 넣고 통화하던 앞에 사람이 남은 돈을 남겨두고 나오면 횡재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현재 우리 지역에 남아있는 공중전화는 각 우체국 앞과 농협군지부 옆에 있는데 지금의 전화기는 2007년부터 설치된 주화카드겸용전화기로 동전은 물론 신용카드, 교통카드, KT카드, IC카드도 사용할 수 있었다. 그렇게도 사랑을 듬뿍 받던 생활필수품 공중전화가 스마트 폰이 대량으로 보급되면서 사용자가 급격히 줄어 이제는 옛날 추억의 하나가 되어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지 않을까 모르겠다.
다행히 요즈음, 공중전화부스가 부녀자를 위한 세이프박스로, 미세먼지 측정소로, 전기 차 충전소로, 심장 제세동기(AED) 설치장소로, 태양광 패널을 두어 생산된 에너지로 스마트 폰을 충전하는 무료 충전소로 변신하고 있어 우리 보은군도 더 없어지기 전에 하루 속히 다른 생활필수품으로 대체하는데 노력해 주길 기대해 본다.

서성범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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