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남면 분저리 송인옥(87)씨
회남면 분저리 송인옥(87)씨
  • 심우리
  • 승인 2021.04.29 14:38
  • 호수 58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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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남으로 시집온지 60년
직접농사지은 작물을 팔아다 자식들 학비 해결
60년간 시장에서 산나물과 농산물을 팔고 있다는 송인옥 어르신.
60년간 시장에서 산나물과 농산물을 팔고 있다는 송인옥 어르신.

완연한 봄 날씨가 찾아오고 장날이면 직접 농사지은 농작물들과, 들이며 산에 나가 캐고 뜯은 봄나물들이 올라오기 마련이다. 보은읍내에서 열리는 장 말고도 면 단위로 열리는 장도 여렷 있지만, 그중 매주 주말마다 회남면 남대문공원에서 열리는 '녹색장터'는 대전과 청주를 오가는 사람들의 눈길과 발길을 사로잡기 충분하다. 
지난 2018년부터 시작된 회남의 녹색장터는 회남에 살고있는 주민들이 대전과 청주를 오가며 물건을 팔던 과거와는 달리, 큰 부담 없이 나와 봄나물이며 농사지은 작물들을 팔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진 것이다. 
그 옛날 회남에서 대전으로 나가는 도로가 지금처럼 발달 되어있지 않았던 시절, 직접 기른 농작물을 장에 나가 팔며 자녀들의 학비를 벌었다는 송인옥(87)씨를 녹색장터에서 만났다. 
본래 대전에 살던 송인옥씨가 회남의 분저리로 시집온 것이 벌써 60년도 더 되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차도 많지 않았을뿐더러 도로도 개설되지 않아서 버스편으로 들어오기도 힘들었다고 한다. 지금은 다리를 통해 건너는 강을 배를 타고 건너야했다고 한다. 
남대문공원을 지나가는 도로 역시 지금과 다르게 좁아서 한쪽 바퀴는 꼭 도랑에 걸쳐서 운행되었다. 그러던 시절 회남의 분저리로 시집을 왔으니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그 힘든 길을 거의 매일 청주와 대전의 장을 오가며 농작물들을 내다 팔았다. 
힘들어도 집에서 학교를 다니는 자녀들의 학비를 벌기 위해 매일 장을 나갔다는 송인옥씨. 
아직도 아이들 학비를 중학교 때 까지 밖에 보태주지 못한 것이 미안하고, 또 그럼에도 잘 자라준 자녀들이 대견하고 자랑스럽다고. 
세월이 흘러 본래의 마을과 학교가 수해로 물 속으로 잠기고, 길과 교통이 발달해 청주와 대전을 다니며 농사지은 작물들을 팔기 수월해졌지만, 송인옥씨도 세월이 흐르며 연로해져 물건을 싣고 청주와 대전을 오가며 작물을 팔기 힘들어졌다. 
그러던 중 지난 2018년, 남대문 공원에 녹색장터가 열리기 시작하면서 주말이 오기만을 기다리기까지 시작했다는 송인옥씨. 
주말이 되면 아침 첫차를 타고 나와 저녁 6시까지 농사지은 것들을 가지고 나와 파는 송인옥씨는 이젠 물건을 팔기 위해 나오는 것이 아닌, 이곳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노는 것이 좋아 나온다. 
본래 장터 구석에 무대가 있어, 심심하면 나가서 노래도 부르고 춤도 췄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이제는 하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녹색장터를 찾은 송인옥씨는 직접 농사지었다는 생땅콩을 몇 주머니 가져와 진열하고, 팔아야하는 땅콩임에도 오는 손님들에게 맛보라며 퍼주고, 손님들이 구매하면 일요일마다 나가는 교회에 낼 헌금을 벌었다며 소녀처럼 웃으며 좋아한다. 
팔려고 힘들게 농사지은 것들을 그냥 이렇게 퍼주셔도 괜찮냐는 물음에 송인옥씨는 웃으며 "돈벌려고 여기오는 게 아녀, 사람 만나려고 오는거지. 이렇게 나와서 사람들이랑 말을 많이 해야 사람이 머리가 잘 돌아가고 세상 돌아가는 것도 아는거야"라고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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