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보은읍 강신리 폐가의 슬레이트 지붕
(5)보은읍 강신리 폐가의 슬레이트 지붕
  • 보은사람들
  • 승인 2021.04.29 10:05
  • 호수 58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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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마다 슬레이트 지붕에서 날리는
1급 발암물질 석면가루에 노출되다
보은읍 강신리에 방치된 슬레이트 지붕이 있는 폐가의 모습.
보은읍 강신리에 방치된 슬레이트 지붕이 있는 폐가의 모습.

요즈음 보은군내의 어느 동네를 가던지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슬레이트 지붕의 폐가를 많이 볼 수 있다. 슬레이트 지붕은 1970년대 새마을운동의 바람을 타고,  초가지붕을 개량하는 고마운 지붕재로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우리의 문화유산이었다.  그러나, 시멘트에 단열재인 석면 10-20%를 섞어 골판지형태로 압축 성형하여 만든 슬레이트 지붕재의 석면이 최근 1급 발암물질로 밝혀지면서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우리동네 문화유산에서는 다섯 번째 이야기로 '슬레이트지붕'을 테마로 잡고 보은읍 강신리를 찾았다. 
강신리에 있는 슬레이트지붕이 깨어진 채로 폐가처럼 방치된 한 집의 마당에는 감자를 심으신 동네 어르신이 무심히 일을 하고 계신다. "석면은 호흡기로 사람 몸에 들어오면 잠복기를 거쳐 폐암이나 석면폐를 일으키는 아주 위험한 물질인데, 슬레이트 지붕에도 단열재로 섞여 있으며, 슬레이트지붕이 오래되어 표면이 낡으면 바람에 사람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작은 가루가 날려 위험하니 이곳에 자주오지 마시고 작업하실 때는 꼭 마스크를 쓰셔야한다"고 이야기하고 나오는 내 마음이 너무도 착잡하다. 아마도 이분들이 전문처리업체에서 슬레이트 지붕을 철거 작업할 때 요즈음 코로나 환자를 상대하는 의료인들처럼 우주복 같은 옷을 입고, 조심조심 뜯어내어 비닐로 포장하여 처리하는 모습을 보았어도 저렇게 무심할 수 있을까 하는 안타까운 심정이다.
골목에서 만난 동네주민 한분은, 우리 동네에 슬레이트지붕의 폐가가 몇 채인지 모를 정도로 많지만, 슬레이트 지붕은 전문기관에 신청해 철거해야 하는데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군청에서 매년 신청을 받아 지원을 해준다고 하는데 예산 부족인지 많이 받아주지 못하는 것 같고, 폐가의 주인 대부분이 외지에 살고 있어 줄어들지 않고 있다고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1970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의 농촌마을은 기와를 얹은 부잣집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초가지붕이었다. 그런데 초가지붕은 비바람에 잘 썩어 가을 추수를 끝내고 나면 1년간 비바람을 막아준 초가지붕을 바꾸어 주고자 매년 넓은 마당에 그해에 생산한 볏짚을 잔뜩 쌓아 놓고 이엉을 엮어 두루마리로 묶어 두고, 지붕 꼭대기에 비가 스며들지 않도록 'ㅅ' 자 모양의 용마름은 대문을 지나 동구 밖까지 용트림을 하였다.
그러던 초가집들이 1967년 제정된 '농어촌지붕개량촉진법'과 1970년부터 시작된 새마을운동의 바람을 타고 동네마다 몇 십 년 켜켜이 쌓인 초가지붕의 잔재를 걷어내고 슬레이트나 함석으로 바꾸느라 야단들이었던 세월이 있었다. 특히 석면이 들어있는 골판지 형태의 슬레이트지붕이 저렴한 가격과 시공의 편의성, 단열효과, 우월한 강도를 가진 지붕재로 사랑을 받았다. 한때는 지붕으로 쓰이던 슬레이트조각이 돼지고기의 기름을 빨아들여 고기 맛이 좋다고 야외에서 불판으로 사랑을 받은 때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슬레이트에 단열재로 혼합된 석면이 1급 발암물질로 밝혀지면서 2009년부터 법으로 제조, 수입, 양도, 사용이 금지되어 더 이상 석면이 함유된 슬레이트가 사용되지는 않지만, 색 바랜 슬레이트지붕의 집들이 폐가로 전락하여 동네 곳곳에 흉물로 남아 방치되어 있는 실정이다. 석면은 풍화되면 아주 미세한 먼지형태로 날려 호흡기를 통해 우리 몸으로 들어와 폐암이나 석면 폐를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도 있는 위험한 물질인데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르고 있는 것 같이 보인다.   한때 새마을사업의 대명사였던 슬레이트지붕이 약50년 간 서민들을 비, 바람으로부터 막아주다가 풍화와 침식으로 노후화되어 폐가로 방치된 채 오늘도 석면의 미세 먼지를 날려 환경오염은 물론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하루 빨리 없어져야 하는 우리동네 문화유산 슬레이트지붕. 지금이라도 동네 주민들과 행정기관이 마음 합쳐 슬레이트 지붕을 정리해 쾌적한 우리 마을로  만드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서성범(보은향토문화연구회)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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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혁 2021-05-07 21:57:22
잘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