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르트 아줌마 이순남씨
야쿠르트 아줌마 이순남씨
  • 송진선 기자
  • 승인 2021.04.22 12:39
  • 호수 58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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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서울로, 청주로, 보은으로 귀농한 억척
사람들에게 건강배달하며 인사하는 미소천사
보은 장날인 지난 4월 16일 길게 줄을 선 주민들이 야생화와 커피향 주머니를 받고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야쿠르트 아줌마'하면 챙이 큰 노란색 모자를 쓰고 노란색 외투를 입고 노란색 사각 가방을 매고 골목골목 누비던 모습을 기억할 것이다. 또 야쿠르트 제품이 담긴 가방을 카트에 싣고 땀을 뻘뻘 흘리며 미는 광경을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기억이 여기에 멈춰있다면 옛날 사람이다.
지금은 첨단기술이 적용된 전동카트를 타고 골목을 누비며 배달하고 판매한다. 한국야쿠르트의 전통카트가 등장한 것은 7년 전부터지만 우리지역에 전동카트 '코코'가 도입된 것은 3월부터다. 아직 두 달도 채 안됐다.
보은읍 이평리에 사는 이순남(47)씨가 전동카트 '코코'를 모는 보은의 야쿠르트 아줌마 1호이다.
"이게 뭐예요? 뭐 하는 거요?" "신기하네!" 도대체 무슨 물건인고 하는 궁금증을 가득한 눈초리로 이남순씨가 타고 있는 전동카트 코코를 가만히 쳐다보기만 한다.
한국야쿠르트 아줌마 이순남씨가 타는 전동카트 코코를 처음 본 보은군민들의 반응이다. 처음보는 광경이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새벽시간 차량으로 외곽을 돌며 배달한 후 시내는 전동카트 코코로 이동하며 배달 및 판매를 하는 이순남씨는 식품회사 직원으로 중국에 파견됐던 남편과 만나 결혼해 보은에온 중국교포다.
회사를 퇴사한 남편이 서울에 정착해 사업을 할 때 이순남씨는 중국어 교사를 했다. 그러다 서울 생활을 접은 남편이 고향인 청주로 이사온 것은 3년 전. 산외면 원평리에 있는 종중 땅에서 농사를 짓겠다는 남편을 따라 청주에서 산외면으로 출퇴근하며 농사를 지었다. 출퇴근하며 농사를 짓는 것이 불편하고 경제적 지출도 무시할 수 없었던 이순남씨 가족이 보은으로 이사온 것은 지난해 9월이다.
아로니아 1천500평, 사과와 대추 1천평을 경작하던 이순남씨와 남편은 농사는 초보이지만 가족의 미래, 행복한 가정을 위해 농부가 천직인 듯 땅을 경작했다. 그리고 엔비사과도 1천500평을 신규 식재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농산물이 나오지 않아 아직 수익 확보가 어렵자 이순남씨는 구직에 나섰다. 그래서 첫 직장이 한국야쿠르트로 이름이 높았던 ㈜에이치와이(hy)다.
보은을 전혀 모르는 이순남씨에게 배달일은 정말 힘들었다. 새벽에 나와 읍 외곽을 배달하고 골목골목 다니며 주문한 집을 찾는 것이 그녀에게는 넘어야할 산 같았다. 집을 잘못 찾아서 엉뚱한 집에 배달하기도 했다.
여명조차 트지 않았던 새벽녘, 농로를 달리다 차바퀴가 수로 쪽으로 빠져서 남편이 와서 차를 빼내줬던 일 등등 배달초보 이순남씨의 애로는 참 컸다.
하지만 시행착오 끝에 이제는 3시간 걸렸던 배달을 1시간 반이면 다 끝낼 정도로 속도가 붙었다. 경쾌한 목소리, 미소천사인 이순남씨가 hy(한국야쿠르트) 전동키트를 타고 골목골목 누비는 홍보 및 판매활동으로 매출도 늘었다고 한다. 열심히 일한 덕분에 결과가 좋게 나오니까 더욱 자신감을 갖게 된다는 소감도 말했다. 
밝은 에너지를 발산하며 매일매일 보은을 누비는 프레시매니저 이순남씨를 특히 기다리는 손님이 있다고 한다. "이평 휴먼시아 아파트에 90살 가까이 되는 고령의 할머니가 사세요. 그 할머니는 베란다 밖을 보면서 제가 오는지 매일 확인하신대요. 아파트 문을 열어놓고 기다리실 정도예요. 제가 가면 무척 반겨주세요. 정말 감사하죠. 1, 2분 정도의 짧은 시간이지만 할머니 손을  잡아드리고 안부도 여쭙고 와요." 라고 말하면서 "보은에 피붙이 하나 없는 저에게 친 할머니같은 분이 생겨서 정말 좋아요. 이일을 하면서 사람에 대한 정을 느끼는 것이 큰 보람이예요."라고 말했다.
남편과 13살 딸, 10살 아들은 새벽 4시반에 일어나 일터로 나오고 하루를 열심히 살게 하는 원동력. 행복한 가정을 꾸리기 위해 매일매일 그녀는 전동카트 코코를 타고 골목골목을 누빈다.
단정한 유니폼을 차려입은 아줌마가 전통카트를 타는 모습은 보은에선 아직 생경한 풍경이다. 병원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어르신들은 호기심어린 눈으로 지켜보다가 묻는다. "애기엄마! 거 뭐 있어요? 뭐 파는 사람이요" 전동카트 등장 두 달도 안된 지금 보은에서 이순남씨는 인기 검색어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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