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바꾼 사람들
나를 바꾼 사람들
  • 보은사람들
  • 승인 2021.04.22 11:13
  • 호수 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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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김 철 순
시인, 관기약국 근무

17년 전, 적지 않은 나이에 감리사무실에 들어갔다. 이곳 시골에 제법 큰 관급하수도공사가 생기고, 그에 따른 감리사무실도 생겼다. 이곳은 면소재지이고 그때만 해도 그렇게 컴퓨터를 다루는 사람이 없던 터라, 겨우 워드만으로 시를 쓰는 나에게 군의원 친구가 나를 소개한 거였다. 군의원 친구한테 감리단장님은 인사차 들러, 컴퓨터 작업을 할 수 있는 사람을 부탁해 놓았다고 한다.
오십이 가까운 나를 감리단장님은 흔쾌히 채용하겠다고 했다. 친절한 단장님은 시를 쓰는 사람이라 마음이 여릴 텐데 이런 공사현장에서 마음이나 다치지 않을까 걱정까지 해주었다. 문제는 독수리타법으로는 감리사무실 일을 할 수 없다는 거였다. 워드뿐 아니라 엑셀까지 서류가 만만치 않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뒤로 며칠을 집에 오면 워드 연습을 했다. 그렇게 연습을 했더니 드디어 보지 않고도 워드를 칠 수 있게 되었다. 그러고도 빨리 워드를 치기 위해 연습에 연습을 했다. 감리단장님은 다른 곳에서 하던 서류들을 가져와 그대로 하면 된다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공문에서부터 감리보고서, 분기보고서 등 나는 차츰 감리사무실 일을 배워나갔다. 엑셀 작업은 옆 사무실 젊은 직원에게 가서 틈틈이 배우며 해결해 나갔다. 차근차근 배우고 따라 하니까 감리서류 잘한다는 소문이 나서 다른 감리단에서 배우러 오기까지 했다. 그렇게 되기까지는 할 수 있다고 격려를 아끼지 않는 감리단장님 덕분이었다. 
그때 함께 근무하는 전기감리사가 있었다. 젊은 사람인데 아주 예의 바르고 늘 배우려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감리사하면 공사현장에서는 늘 대접받는 위치인데, 그는 늘 현장 사무실 화장실 청소를 하곤 했다. 그리고 틈만 나면 공부를 했다. 기술사하면 기술 분야의 사법고시라 할 만큼 어렵다고 하는데, 그는 기술사 시험공부를 했다. 
그는 전기기술사라 현장이 끝나기 전에 먼저 떠났다. 들리는 소식에 의하면 전기기술사 뿐만 아니라, 소방기술사 등 세 개나 기술사에 합격했다고 한다. 그리고 회사를 나와 학원을 하는데, 원생들이 많다고 했다. 기술사 시험에 세 개나 합격을 했으니 당연히 그러리라 생각해본다. 
그 뒤로 감리단장님도 토목기술사 시험에 도전했다. 전기감리사가 단장님도 꼭 기술사에 도전해보라고 옆에서 부추긴 때문이기도 했다. 그렇게 공부를 하고 몇 번의 실패를 하고나서 단장님도 토목기술사에 합격을 했다. 
감리단장님한테서는 배우면 된다는 무한의 긍정 에너지를 배웠고, 전기감리사한테서는 노력하면 어떤 꿈이던 이루어진다는 것과 성실함을 배웠다.
나도 그 분들 덕분에 늘 하고 싶었던 공부에 도전하여 대학을 졸업하였고, 신춘문예에 도전하여 두 군데나 당선되는 영광을 안았다. 그 분들이 아니었다면 내가 그런 용기를 낼 수 있었을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지금 60대 중반을 넘은 나이에도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직장 생활을 하며 열심히 동시를 쓰고 있다.
 나를 바꾼 그 사람들 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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