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역사의 페리카나 치킨집
33년 역사의 페리카나 치킨집
  • 송진선 기자
  • 승인 2021.04.15 10:50
  • 호수 58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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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김닭요리에 청춘을 받쳤어요,
하지만 우리집을 유지해준 고마운 사업이예요"
연중무휴 운영을 원칙으로 성실하게 일하고 있는 김미자씨.
연중무휴 운영을 원칙으로 성실하게 일하고 있는 김미자씨.

전통적인 닭요리는 비교적 단순했다. 삼계탕과 백숙, 볶음 정도였는데 지금의 닭요리는 치킨 가게에서 취급하는 것만도 10여 가지가 넘는다. 닭다리, 닭날개 등 부위별 튀김가지도 세분화돼 있다. 치킨왕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국민의 간식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대중적인 인기로 인해 전국 프랜차이즈들도 엄청나다. 지역마다 많은 치킨집이 성황을 이룬다.
처음 튀김닭이 등장했을 때는 통닭구이였다. 그러다 조각낸 닭을 튀겨 소금에 찍어서 먹었던 것이 고작이었다. 그 뒤 등장한 것이 튀긴 닭에 매콤달콤한 소스를 버무린 양념통닭이다. 기름에 튀긴 것만 먹다가 맛본 양념치킨은 신세계였다. 한동안 후라이드의 맛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맛있었다.
이후 신세계를 바라는 식도락가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치킨 진화는 계속됐다. 다양한 소스나 양념 재료가 가미된 치킨메뉴가 소비지들의 눈을 유혹하고 코를 자극했다. 매운맛 더 매운맛, 갈릭 양념, 파 양념, 간장, 칠리맛 등 프랜차이즈마다 다양한 치킨상품을 출시,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치열한 영업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지역에서 치킨집 중 가장 오래된 곳이 어디일까? 바로 페리카나 치킨집이다.
배수성(67)·김미자(65) 부부가 삼산리에서 프랜차이즈 페리카나 치킨집을 운영한 지 올해로 33년이나 됐다.
청춘을 바쳐 치킨집을 운영한 김미자씨는 "그동안 변변한 여행도 다녀오지 못했어요. 혹시나 고객이 주문하려고 전화를 했는데 전화를 받지 않으면 실망할 것 아니에요. 그래서 다음에 가지 뭐 하며 미룬 것이 어느새 이 나이(65세)가 되었네요. 정말 힘들었지만 우리집을 유지해준 고마운 사업이에요"라고 말했다. 페리카나 치킨 가게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사명감이 지금의 보은의 페리카나를 있게 한 철학이었던 것이다.

33년의 역사중 32년동안 한자리에서 영업중인 페리카나 치킨집.
33년의 역사중 32년동안 한자리에서 영업중인 페리카나 치킨집.

#지인 한명 없던 보은에서 치킨하나로 정착
김명자씨 부부가 치킨집을 시작한 것은 시누이의 족집게 과외 덕분이다. 괴산에서 페리카나 치킨집을 운영하던 손아래 시누이가 장단점을 설명하며 한 번 해보라고 권유해 보은에 페리카나 치킨집을 개업한 것인데 김미자씨 33살 무렵이다. 김미자씨에게 보은은 낯선 곳이었다. 친정동네도 아니고 시집 동네도 아니고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곳이었다. 당시 김미자씨가 페리카나 치킨가게를 개업했을 때 보은에는 지금의 한국김밥 자리에 있던 비어치킨밖에 없었다. 지금의 성웅지업사 자리에 처음 페리카나 간판을 달고 장사를 시작한 당시는 지금과 같이 국민간식처럼 일반화되진 않았으나 특별한 음식, 먹고싶은 음식이어서 장사가 잘 됐다. 1년이 채 되지 않은 시기 건물이 매매되면서 가게를 옮긴 곳이 지금의 자리다. 김미자씨는 보은에서 치킨 장사 33년 역사 중 현재의 자리에서만 32년을 계속했다.
지인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혹시 장사가 잘 안되면 어떻게 하나하는 걱정은 기우였다. 유독 개업발을 잘 받는다는 보은에서 아는 사람도 없으니 그런 걱정도 할만 했다. 하지만 물밀 듯 계속되는 주문전화는 의자에 한 번 앉을 새도 주지 않고 15시간을 꼬박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끓는 기름에 특유의 튀김옷을 입은 생닭을 넣으면서 튄 기름방울에 덴 그녀의 팔뚝에는  영광의 흉터가 그간의 세월을 말해준다.
지금은 주로 배달이지만 당시엔 가게에 와서 먹는 손님이 상당했다. 33년 치킨역사와 함께 한 물품에는 가게 손님에게 치킨을 담아냈던 33년 된 접시와 채 썬 양배추 위에 토마토케첩을 뿌려서 내놓았던 접시도 그대로 있다.
치킨하면 의례 따라오는 게 시큼하고 또 달콤한 무절임인데 김미자씨는 치킨과 찰떡궁합인 무절임 만큼은 회사로부터 제공받는 것이 아니라 직접 만들어 내놓는다. 33년의 비법이 녹아있다. 기름에 튀긴 통닭을 먹은 후 먹은 무절임은 입가심을 했다고 할 정도로 개운하다.
처음 시누이의 족집게 창업과외를 바탕으로 맨손으로 시작해 치킨장사로 명성을 쌓아온 배수성·김미자 부부는 부지런했다. 내 소유의 건물이 아닌데도 30년 넘게 붙박이 가게를 유지하는 것도 사실은 근면, 성실이 바탕이 됐다. 김미자씨는 자가 소유가 아닌데도 현재까지 한 자리에서 장사를 계속할 수 있는 것도 건물주가 배려하고 또 가게와 내가 궁합(?)이 맞아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바삭한 치킨에, 달콤새콤한 소스를 얹은 양배추 샐러드, 시원한 무의 궁합이 좋다.
바삭한 치킨에, 달콤새콤한 소스를 얹은 양배추 샐러드, 시원한 무의 궁합이 좋다.

#아침 9시에 문 열고 밤 12시에 문닫는 원칙 고수
장사가 잘될 때는 하루 8, 90마리 닭을 튀겼을 정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그래서 초창기 슬하의 1남1녀의 어린 자식들과 함께 보낸 시간이 많지않다. 42살인 딸과 41살이 아들에게 부모의 손이 한창 필요할 때 보살핌을 제대로 주지 못한 것이 항상 마음에 짠하게 남아있다.
부모들이 거의 참여하는 학교 소풍, 운동회, 졸업식에 한 번도 참가하지 못했다. 어린이날이나 생일날에는 짜장면집 또는 돈가스 집에 음식을 시켜놓고 친구들과 함께 먹도록 해주는것이 전부였다.
주말이나 휴일 문을 닫고 집에서 쉬지도 못했고 더운 여름철에도 계곡이나 해수욕장으로 피서 한 번 가지 못했다. 김미자씨는 미안하고 안타깝다면서 그래도 자식들이 잘 커줘서 무엇보다도 고맙다고 말했다.
김미자씨는 가게를 운영하는 원칙이 있다. 개업 첫날부터 김미자씨가 원칙으로 세운 것이 오전 9시에 문을 열어 밤 12시에 문을 닫는 것이다. 이 원칙은 계속 유지해오다가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가게 문을 닫는 시간을 30분 당겼다. 김미자씨는 코로나19 상황이 종식되면 다시 12시로 복귀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금까지 거의 지키는 것이 가게 문을 닫지 않는다는 것. 33년 역사동안 문 닫은 날을 꼽아보면 30일 정도될까 할 정도다. 거의 휴일 없이 장사를 했다. 명절에도 오전 차례를 지내고 오후에 문을 열었다. 일요일에도 문을 닫지 않았다. 주5일 근무가 일상화 돼 식당 등 많은 가게들이 토요일까지만 영업하고 일요일이면 문을 닫는데도 김미자씨는 페리카나 치킨을 연중무휴 운영을 원칙으로 해왔다.
이 때문에 가족과 변변한 여행한 번 다녀오지 못했고 아는 사람들과도 친목을 유지하기 위한 관광 한 번 가지 못했다.
김미자씨가 이렇게 가게를 운영한 것은 고객에 대한 서비스 때문이었다. "주문을 위해 전화를 걸었는데 가게 문을 닫아서 연결이 안되면 얼마나 실망하겠느냐"고 말하고 "저 또한 미안해서 안되겠다"며 힘든 것도 있지만 이를 감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도 가게를 찾는 고객 중에는 33년 된 단골이 있다. 옛날 그 맛이 생각나서 찾았다는 손님도 있고, 80세가 넘은 어르신이 가게를 찾아오는데 그 성의가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고 말한 김미자씨는 가게에서 치킨을 드시고 손주 준다고 또 한 마리 튀겨가는 것을 보면 김미자 치킨을 신뢰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옛날 튀김통닭은 기념행사나 어린이날, 운동회, 소풍 등 특별한 날 먹었던 특별한 음식이었다. 지금은 간식 개념으로 시도 때도 없이 먹는 대중화된 음식이다. 후라이드 치킨 한 박스 들고 퇴근하거나 퇴근길 치킨집에서 만나 치킨 안주를 놓고 맥주 한잔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데 단골 메뉴가 치킨이 되고 있다. 또 치킨에 맥주를 걸고 운동 경기를 하는 경우도 많다. 월드컵 축구대회나 야구 등 각종 스포츠 경기가 있으면 치킨집 배달 주문전화는 불이 난다. 그만큼 기분을 한껏 좋게 하는 음식이다.
대중음식으로 지켜온 페리카나 치킨 보은점 김미자씨는 "33년간 거의 연중 무휴로 운영하다보니 직업병이 생긴 것 같다"며 "이제 나이도 있으니까 앞으로 얼마나 더 할지 모르겠다"며 "아마 그만둘 때면 시원도 하겠지만 정말 아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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ㅂㅈㄷㄱ 2021-09-09 16:13:25
청춘을 받쳤어요 -> 바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