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님! 장모님! 우리 장모님!
장모님! 장모님! 우리 장모님!
  • 보은사람들
  • 승인 2021.04.15 09:49
  • 호수 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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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이만동
조자용민문화연구회 대표, 속리산면 도화리

밤 10시. 하루를 마무리 할 시간. 성경책을 꺼내 필사를 한다. 하루도 빠짐없이 성경 필사를 한다. 둘 째 딸이 사준 영양크림을 찍어 얼굴에 바른다. 눈가와 입 주위를 하루 100번 씩 문지르며 마사지를 한다. 이제 하루 일과를 마치고 편안한 잠을 취한다. 
새벽 5시 기상. 몸을 푸는 가벼운 체조로 하루를 시작한다. 따뜻하게 물을 끓여 보온병에 담는다. 집을 나서 근처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향한다. 아직 동이 트기 전 어스름. 벌써 운동장에는 몇몇 아침운동 중독자들이 운동장을 돌고 있다. 가벼운 인사를 하고 정해진 회수만큼 운동장을 걷는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몇 바퀴 돌기도 하고 재래시장도 다녀오곤 했다. 자식들이 위험하다고 질색들을 하는 바람에 이제 자전거는 타지 않는다.
집에 돌아와서는 오늘 먹고 싶은 식사 메뉴를 정하고 준비를 한다. 식사를 준비하는 와중에도 쉬지 않고 전화벨이 울린다. 동생들로부터 오는 전화다. "아침 묵었나?" "오늘 뭐하노?" 수다는 스트레스 해소에 최고다. 맛있게 아침식사를 하고 나면 피아노 앞에 앉는다. 비록 프로 같은 솜씨는 아니지만 경쾌하게 피아노 건반을 두드린다. 찬송가나 기본적인 피아노 연습곡을 치고 나면 좋아하는 트로트 곡을 두드린다. 비록 음정이 약간 불안하긴 하지만 신나게 노래도 부른다. 즐겁다! 
이제 커피를 한 잔 해야겠다. 바로 옆에 사는 막내 딸 집으로 간다. 반갑게 맞아주는 사위, 딸과 함께 우아하게 믹스커피 한 잔을 한다. 커피는 역시 큰딸이 끊이지 않고 조달해주는 믹스커피다! 
자식들과 대화를 하다 마음에 안 들면 참지 않고 숨김없이 내뱉는다. 가끔 화를 내기도 한다. 그래서 가끔 자식들과 다투기도 하지만 오래 가지 않는다. 뒤끝이 없다. 솔직하게 서로의 마음을 드러내 놓으니 오해가 없고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게 된다. 
경상도 바닷사람답게 짜고 매운 것을 좋아한다. 회는 물론이고 젓갈이나 짠 생선 등도 즐겨 먹는다. 믹스커피든 짜고 매운 음식이든 내 입맛에 맞고 내가 즐겁게 먹으면 그게 나에게는 보약이고 건강식품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런 음식만 가려먹지는 않는다. 과유불급! 혈압이 높다고 하면 혈압약을 먹는다. 위염이 있다고 하면 위염약을 먹는다. 몸에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으면 지체 없이 병원을 찾는다. 의사의 처방과 지침에 잘 따른다. 
오늘은 여행 출발일이다. 동생들이 살고 있는 대구, 진주 그리고 고향인 삼천포를 한 바퀴 돌 예정이다. 짐을 챙겨 집을 나선다. 여행 가방을 직접 끌고 서울역으로 향한다. KTX 대구행 열차표는 아들이 끊어 놓았다. 아직 이렇게 혼자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마냥 즐겁고 감사하다. 오랜만에 동생들, 어린 시절 친구들을 만나 내가 좋아하는 해산물과 갖가지 맛난 음식들이 즐비한 남도 여행을 할 생각을 하니 벌써 가슴이 뛴다. 신나는 인생이다!
1935년 생! 올해 우리 나이로 87세가 되신, '장모님! 장모님! 사랑하는 나의 장모님!' 이야기이다. 
인생 100세 시대라고 한다. 하지만 막상 100세까지 사는 사람은 아직 극소수이다. 산다고 해도 건강한 몸과 즐거운 마음으로 그때까지 살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장모님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정말 건강하고 항상 행복한 모습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하루 종일 쉬지 않고 움직인다. 아침 운동을 시작으로 잠자리 들기 전 성경 필사까지 끊임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한다. 생각은 항상 긍정적이다. 불편한 마음을 가슴에 오래담지 않는다. 그리고 잘 먹고 잘 잔다. 건강한 육체와 건강한 마음의 비결이다. 
이번 주가 처갓집 식구들이 정한 어머님 생신절 주간이다. 코로나 시대를 맞아 한꺼번에 모이지 않고 각자의 집이나 여행지에서 따로 모시기로 했다. 나도 속리산 나의 산골집에서 4번 째의 생신상을 차려드려야겠다. 장모님이 가장 좋아하는 머위가 쌈 싸먹기 딱 맞춤으로 컸다. 
이 봄! 
세상의 모든 늙으신 장모님들이 행복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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