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실종
교육실종
  • 보은사람들
  • 승인 2021.04.08 10:05
  • 호수 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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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강 환 욱
보은교육협동조합햇살마루 이사

교육이 실종되었습니다. 충북도의원 재선거 후보들의 공약에서 말이죠. 세 후보 모두 우리 지역의 교육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인구 정책 아이디어를 공모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그 핵심이 되어야 할 교육을 화두로 삼지 않은 것이 무척 안타깝습니다.
마을의 교육과 학부모 유권자들, 배움에 목마른 사람들을 전략적으로 제외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아마도 지역의 성장 혹은 회생의 동력을 예측함에 있어서 멀리 내다보는 것보다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것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겠죠. 많은 정치인들이 여전히 수치화가 간편하며 뭔가 거대하고 그럴듯한 사업이 광고효과가 좋을 것이라 여기는 것 같습니다. 실은 교육 분야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더 낫다는 것을 모릅니다. 
우리 지역처럼 전형적인 소멸위험의 촌락은 농업과 환경, 교육에 집중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설프게 도시의 것을 따라 하는 것은 아름다운 환경을 훼손하는 결과만을 가져올 수 있기에 신중해야 하고, 식량 자주권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농업에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친환경의 농업을 연구하고 지원하면 더 좋겠죠. 그러나 농업과 환경적 조건이 아무리 잘 되어있다고 하더라도 교육에 대한 매력이 없으면 젊은 층의 인구는 늘어날 수가 없습니다. 보은군이 우리가 모르게 노인특화도시를 꾀하는 음모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이를 무시하면 안 됩니다.
'서울엔 우리 집이 없다'는 프로그램이 가까운 미래를 보여주는 것일지 모릅니다. 5명 중에 1명이 서울에 사는 기이한 현상은 결국 천박한 자본주의에 다다랐고, 이에 지쳐 혹은 의식의 변화로 그곳을 떠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어날 것입니다. 비상식적으로 비싼 땅과 집 위에서 살기 위해 어느새 '돈'이 1순위가 되고, 그것은 결과 중심이기에 과정에는 한없이 관대해집니다. 돈 앞에 양심이 사라진 대표적 예시가 LH 투기사태고, 이는 천박함의 표본으로 교과서에 실려야 할 내용이죠. 양심이 사라진 삶이 행복할 리 없습니다.
그래서 많이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도시를 떠나고 싶은 사람들을 맞이할 여건을 마련해야 합니다. 귀농귀촌을 꿈꾸는 사람들이 마을을 보러 왔을 때 학교가 존재해야 하고 그곳이 아이들을 교육하기에 매력적이어야 합니다. 텃세는 없어야 하고 인심은 있어야 하며 학교를 중심으로 마을이 화목해야겠죠. 주변에 살 집이 있어야 하고 그 집이 번듯해야 합니다. 그러면 귀농인의 집으로도, 게스트 하우스로도 활용하는 등 그 가치가 살아날 수 있습니다. 흉물스러운 폐가를 그대로 두어 공포 체험하는 곳처럼 착각하게 두느니 어떻게든 소유자를 찾아 설득하여 땅을 쓸모 있게 되살리는 것이죠. 깨진 유리창 하나가 마을의 이미지를 좌우합니다. 한글공원과 같이 실패할 것이 분명한 하드웨어 사업에 돈을 낭비하지 말고, 마을의 땅과 건물을 되살리고 유지하는 건강한 하드웨어 사업에 돈이 쓰이면 좋겠습니다.
청년들을 맞이할 준비도 해야 합니다. 코로나 시대의 원격 재택근무가 보여주었듯이 도시에서 빼곡히 모여 근무하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습니다. 서울에 직장을 두고도 제주도로 이사하는 사례를 눈여겨볼 수 있습니다. 우리 지역도 그만큼 경치가 아름답죠. 그들을 위한 창업과 직업 교육, 여러 시도를 할 수 있는 협동조합을 포함한 각종 지원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공장만 유치하려고 하지 말고 청년들의 벤처기업을 유치하거나 아예 새로 시작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잠깐 놀다 가고 싶은 곳이 아니라 눌러 살고 싶은 곳이 되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이 경치 좋은 마을에서 뭐라도 새로 배우거나 도전해서 먹고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야겠죠. 이것저것 자신들이 구상한 사업을 마음껏 시도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실패와 성공을 반복하며 경험을 쌓을 수 있으면 좋습니다. 오히려 실패를 격려하는 곳이 되면 더 좋습니다. 그래야 우리 지역에서 자란 아이들도 청년이 되어 다시 돌아오고 싶겠죠. 사람이 넘치는 도시는 누군가의 실패를 허용하지 않으니까요.
간혹 작은 학교를 두고 큰 학교에 비해 학생들이 받는 혜택이 너무 많다고 하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마을의 영역인, 학교의 존립에 대한 도를 넘은 훈수를 두기도 하죠. 이런 시선은 결국 복지의 하향평준화를 향하는 일입니다. 비정규직이 사라져야 하듯이 보편적 복지는 위를 향해야 합니다. 보편적 복지의 중심은 문턱 없는 양질의 교육이고 평생의 배움에 대한 보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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