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보은읍 길상리 관골 매샘
(1)보은읍 길상리 관골 매샘
  • 보은사람들
  • 승인 2021.04.01 10:34
  • 호수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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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골 중간 위치 천년의 샘으로 주민사랑 받아
서성범(보은군향토문화연구회) 시민기자

내가 태어나고 자란 마을 보은군 보은읍 중동리 하동아니 아랫마을에는 '찬샘'이라는 바가지 샘이 있었다. 
깊이도 80㎝ 정도밖에 되지 않는 작은 샘이었으나, 아무리 가뭄이 들어도 마르지 않고, 아무리 추워도 얼지 않고, 항상 맑고 시원한 물이 솟아올라 온 마을사람들의 생명의 근원이 되었다. 이른 아침마다 온 동네 아낙들이 모여 보리쌀을 씻으며 늘어놓는 수다는 동네 소문의 전달 장소였고, 소통의 장소였고, 스트레스 해소 장소였다.
내가 아침마다 물지게를 지고 물을 길어 나르면서 겨울이면 물통이 출렁거려 길을 얼음판으로 만들어 놓던 그 샘이었다. 1970년대 펌프가 보급되기 시작해 80년대 이후에는 집집마다 펌프가 설치돼 공동우물 사용이 쇠퇴했지만, 외지에 살면서 고향을 찾을 때면 언제나 먼저 떠오르는 것이 찬샘의 추억이었다.
친구들과 즐겨하던 물 마시기 시합, 여름이면 막걸리 통을 담가 놓았다가 친구들과 가슴이 시리도록 마시던 막걸리 맛, 집안에 무슨 일만 있으면 어머니들이 밤늦게 까지 정한 수를 떠 놓고 빌던 곳, 그곳이 언제 나에게 고향을 느끼게 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경지정리를 하면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 상상의 추억이 되었다.
그 뿐이랴 ?
동네 개구쟁이들과 잎담배를 훔쳐 신문지에 말아 피던 잎담배를 말리는 담배건조장, 배고픈 시절  쌀을 한주먹씩 훔쳐 먹던 방앗간, 술지게미를 얻어먹고 얼굴이 홍당무가 되어 비틀거리던 양조장, 아름다운추억이 쌓여있는 돌담길 등 우리의 생활문화유산이자 보물들은 언제부터인가 사람들로부터 소외되면서 하나씩 하나씩 사라지고 있다.
보은에는 국보 제5호 보은법주사 쌍사자석등 등 수많은 국보와 보물들이 있으며, 이들은 국가에서 체계적으로 보호 관리하여 보존 상태가 좋고 잘 보존되고 있는 것과 크게 비교된다.그러나 온 동네 사람들에게 식수는 물론 소통의 장소였던  동네 우물, 빨래터, 우리의 밥상을 준비해 주던 방앗간, 동네 사람들의 일터였던 담배건조장, 아름다운 추억이 쌓여있는 돌담길 등 우리 동네 문화유산인 보물들은 언제부터인가 사람들로부터 소외되면서 오늘도 하나씩 사라져 가는 모습이 너무도 안타깝다. 몇 개 남지 않았지만 '우리동네 문화유산'을 소개함으로써 한사람이라도 더 추억을 되살리고, 남아있는 보물을 하나라도 더 찾아내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보물로 남겨주고 싶다.
각 마을에 있는 사라져가는 생활문화유산을 제보하면 적극 반영해 소개할 계획이다.<편집자 주>

길상2리 마을 끝자락의 절골 중간에 매샘이라는 천년 바가지 샘의 모습이다.

보은군 보은읍 길상2리는 자연마을 이름이 관골이다. 이곳에 매샘이라는 샘이 있는데 마을로 들어서 잘 포장된 도로를 따라 계속 올라가면 동네 끝자락인 길상로 72-1번지와 옛날 신라군과 백제군의 전쟁에 얽힌 설화가 깃든 삼년산군 최초의 사찰 길상사(吉祥寺)가 있었다는 절골 중간에 '매샘'이라는 천년의 바가지 샘이 있다.
여름이면 시원하고, 겨울이면 따뜻한 물을 끊임없이 토해내던 매샘이 언제부터 있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으나, 서기 553년 법주사가 창건되기 전에 길상사가 이곳에 있었다하면 1470년 전이고, 1421년 조선의 개국공신 대제학 안경공의 사패지(임금이 하사한 땅)로 이곳에 공의 부조묘를 만들면서 마을이 본격적으로 형성되었다면 약600년 전인데 '매샘' 인근 바위에는 '천년의 샘 매샘'이라고 써 놓았다.
이곳 관골 출신으로 외지에서 고위 공무원으로 퇴직한 권병홍님의 전언에 따르면, 관골은 마을 뒤편의 삼봉재봉우리를 소 천왕봉이라 하는데 형상이 마치 관(冠)을 씌워 놓은 것 같다해서 관골이라고 했다. 지금은 약40여 호에 노인들이 대부분이지만 한참 번창할 때는 약100여 호의 큰 마을로 이때도 매샘 하나로 온 동네 사람들이 부족함 없이 먹고 살았으며, 물이 너무 좋아 한때는 100세 이상의 노인이 10여명에 달할 정도로 장수마을이었다고 한다.
또한 이 물을 먹고 자란 100여명의 관골사람들이 성장해 일반 공무원, 교사, 경찰, 박사, 목사가 되었고, 현직자만도 30여명이 된다고 한다.
'매샘'은 현재 사용하지 않아 예전의 영화를 상상할 수 없지만, 관골 사람들이 은혜에 보답이라도 하듯 매샘 위에 세워 놓은 정자아래서 갈수기인 요즘도 맑은 물을 뿜어내고 있다. 아마도 날씨가 따뜻해지면, 관골 사람들이 정자위에 둘러 앉아 막걸리를 마시며, 옛날의 매샘 이야기를 하면서 훈훈한 정을 쌓아가지 않을까?
서성범 (보은향토문화연구회)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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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혁 2021-05-07 22:00:17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