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날 시장에는 봄나물이 천지입니다
장날 시장에는 봄나물이 천지입니다
  • 송진선
  • 승인 2021.03.25 11:43
  • 호수 583
  • 댓글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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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 땅 속에서 생명을 움켜쥐고 있었다가 해동이 되자 뾰족뾰족 새싹을 틔우고 있다. 얼었다, 녹았다 하며 겨우내 질긴 생명력을 보이며 끝끝내 단단한 땅을 뚫고 싹의 틔우는 봄나물은 사람 신체의 기운을 돋게 하고 활력을 찾아 건강에도 매우 좋다고 한다.

달아났던 입맛도 살려주는 것이 봄나물인 것 같다. 모자와 스카프로 그래도 남아있는 찬바람을 막은 나이많은 엄니들은 겨울을 한대에서 견딘 봄나물을 캐고 뜯기 위해 밭고랑을 찾고 밭둑을 누빈다. 봄이라고는 하지만 찬기운이 있는 이른 아침, 창호지가 허술한 문틈사이로 솔솔 풍겨오는 구수한 된장찌개 냄새는 그 옛날 엄마의 향기였다.

광목 앞치마에 묻어있는 엄마냄새를 풍기며 아침잠을 깨우던 그날의 엄마들은 지금 안계시지만 그 추억은 고스란히 뚝배기에 들어있다. 된장 푼 냉이국, 냉이무침, 달래된장찌개로 차려진 구수한 봄의 밥상은 배꼽시계를 사정없이 두드린다.

이제는 연한 쑥과 씀바귀가 나물잔치에 동참을 한다. 지난 3월 21일 보은장날, 비가 흩뿌려 쌀쌀한 기온이 엄습해왔지만 그 엄니들은 냉이, 달래, 씀바귀를 뜯어다 사람들에게 봄을 팔았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엄니들에게서 봄의 기운을 샀다.

사진은 보은읍 어암리 탁골에 사신다는 정화자(77)씨, 아침에 시내버스를 타고나와 저녁 5시30분차를 타고 다시 집에 간다고 했다. 다 팔지 못한 봄나물은 어땋게 하시느냐는 질문에 "아이 사서도 해먹는데 못팔면 가서 해먹지 뭐."라며 쿨하게 답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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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린 2021-03-29 21:21:46
좋아보이세요~~

이리이 2021-03-29 19:06:26
엄니의 봄나물에 밥비벼묵고 된장국 끊여먹고 쑥떡먹고
먹고싶네유~~

고담덕 2021-03-29 16:40:47
사서도 해먹는데 못팔면 가서 해먹지 뭐 말씀이
참 구수하네요.

항상 건강하시고 멋지게 오래 오래 사세요.
고맙습니다.

송지우 2021-03-28 20:44:37
이마의 주름이 아름답네요~~^^

박정은 2021-03-28 20:41:37
봄을 파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