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안 구인 육동진씨, 사삼이라 불리는 잔대로 고소득
장안 구인 육동진씨, 사삼이라 불리는 잔대로 고소득
  • 송진선 기자
  • 승인 2021.03.18 09:56
  • 호수 58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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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째 잔대 재배 연구, 현재 종자만 1㎏ 100만원 호가할 정도
육동진씨와 82세의 노모가 함께 잔대밭의 풀을 뽑고 있다.

한 분야에 수십년간, 아니 평생 한우물만 파면서 그 분야에 최고가 되는 사람을 보통 장인이라 부른다. 장안면 구인리에서 잔대농사를 짓는 육동진씨도 장인이라 불릴만하다.
재배법을 몰라 실패하고 실패하기를 거듭했다. 이렇게도 심어보고, 저렇게도 해서 심어봤지만 제대로 싹이 돋지 않았다. 죽는 게 태반이었다. 그런 영농을 10년이상 했다.
그러다 드디어 재배비법을 찾아내 잔대 심은데 잔대나는 농사를 지은 지 8년째 되는 지금 그는 잔대계의 고수가 됐다. 지난해 잔대씨를 1㎏ 100만원, 잔대 잎은 도매로 1㎏ 1만원에 팔았다.
육동진씨는 잔대를 성공시키면서 얻은 노하우로 재배면적을 3천평으로 늘렸고 현재는 윤작처럼 돌아가면서 수확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육동진씨는 잔대말고도 각종 밭작물 즉 종자용 배추, 감자, 옥수수, 고추 등 상당한 재배력을 보여주고 있다. 또 임대한 군유림에서 각종 임산물을 재배, 참죽순, 옻순 등 싱싱한 산채까지 판매 상품의 폭을 확장하고 있다.
올해는 육동진만의 브랜드까지 만들어 상표등록도 마쳤다. 브랜드는 금원(今元)이다. 지금은 육동진 시대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즉 육동진이 생산하는 채소, 산채 시대라는 것.
자기땅과 임차를 포함해 2만여평에서 농사를 짓는, 영농규모와 특상품의 농산물을 보면 높은수익이 짐작된다.

#그는 원래 농사를 짓지 않았다
거슬러 올라가보면 육동진씨가 농부라는 직업을 가진 지는 20년쯤 된다. 사업을 하다 잘못돼 기댈 곳이 어디일까? 다시 일어설 용기를 내기도 힘들 때 그의 머릿속에는 고향집의 어머니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짐싸서 돌아온 그는 어머니와 밭으로 나갔다. 당시 할게 그것밖에 없었다. 농사꺼리도 3천평 지어봤지만 고생한 것만큼 돈이 되지 않았다. 한창 교육비가 들어가고 또 가족들과도 먹고 살아야 하는데 "참 막막한 상황"이었다.
그러다 전라남도 순천이라는 남녘에서 심심산골 보은군 구인리로 시집온 그의 어머니가 잔대를 추천했다. 친정 동네에서 약방을 하던 할아버지가 사삼이라고도 하는 잔대를 처방, 그것을 먹은 환자가 몸이 좋아졌던 기억을 되살려 아들에게 잔대 농사를 지어보자고 했던 것이다.
잔대는 특히 해가 잘 드는 산기슭이나 산등성이 또는 들판 등에 군락을 이루고 자생하는 특성이 있어 잘 자랄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지금은 82세이지만 20년 전 62세였던 그의 어머니는 아들 육동진씨와 산을 다니며 잔대를 찾았다. 7뿌리를 캐서 밭둑에 심었다. 처음 7뿌리를 캐서 심은 잔대에서 꽃이 피고나면 맺은 열매에서 솜털같은 씨를 채집해 이듬해 또 뿌렸다. 자식 교육 가족들을 먹여살려야 하는 간절한 마음이 있기에 잘되길 바랐지만 생각대로 자라지 않았다. 싹이 나지않는 것이 태반이었다.
재배비법을 몰랐기 때문에 어려움은 10년간 계속됐다. 이 방법, 저 방법 다 써보며 10년간 버틴 끝에 저온에 뒀다가 흙과 섞어서 심는 비법을 찾아냈다.  지금부터 8년 전이다. 그이후로는 실패를 보지 않고 씨를 뿌린대로 싹을 얻고 있다.

육동진씨가 배추 종자의 생육을 살피고 있다.
항암효과 및 뇌신경세포 보호 등에 효과가 알려져 있고, 동의보감에도 폐를 보한다는 잔대의 모습이다.

#육동진씨의 잔대
잔대 뿌리는 '사삼(沙蔘)'이라 해서 예로부터 인삼, 현삼, 단삼, 고삼과 함께 다섯 가지 삼(蔘)의 하나로 꼽아왔다.
사포닌, 이눌린, 루페논 등의 유효성분은 항암효과 및 뇌신경세포 보호 및 산후풍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동의보감에서도 폐(肺)를 보(保)하면서 진액(津液)을 보충한다라고 돼 있다.
육동진씨의 어머니가 친정에서 경험한 것도 바로 동의보감에서 설명한 내용 그대로였던 것. 순천에서 한약방을 했던 친정 할아버지가 폐가 좋지 않았던 육동진씨 엄마의 외삼촌에게 닭과 잔대를 푹 고아서 먹였는데 폐가 좋아진 것을 기억해내고 귀농한 아들에게 잔대농사를 권했던 것이다.
많은 어려움 끝에 잔대 인공재배에 성공, 현재 씨 값은 ㎏당 100만원. 솜털같기 때문에 1㎏만 산파(散播)해도 1천200평에 뿌릴 수 있다.
최근에는 잎에 대한 효능도 알려지면서 잔대 잎을 나물로 먹기 위한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잔대잎은 1년 두 번 잘라서 판다. 겨우내 키워 3월 말에서 4월초에 한 번 잎을 채취해 팔고 5월말까지 또 한 번 잎을 잘라 파는데 지난해에는 인터넷 쇼핑몰 업체에서 ㎏당 소매가로 2만5천원까지 거래됐다고 했다.
나물로 채취해서 판 이후 5월 말부터는 잎을 자르지 않고 꽃대를 키워 열매를 맺게 해 추출한다. 뿌리를 캐서 파는 것은 물론이다. 이렇게 잔대는 뿌리에서 잎, 씨까지 버릴 게 하나도 없는 약용식물인 것이다.
2017년 KBS 6시내고향에 방송되면서 육동진씨는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잔대씨, 잔대잎, 잔대뿌리를 원하는 사람이 몰려들어 잔대하면 보은의 육동진이란 이름을 얻게 됐다.
얼마 전에는 전라남도 고흥군의 농업기술센터에서 잔대씨 5㎏을 구입해간 것을 비롯해 강원도, 전라도, 제주도 등 전국에서 견학을 온다.
육동진씨는 "인공 재배가 어려운 잔대 재배를 위해 1년동안 공부를 했다고 하는 사람들도 실패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유는 잔대는 광발아성으로 햇빛을 봐야 싹이 나는데 덮어놓아서 싹이 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하고 "배수가 잘되는 땅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토질만 맞으면 10년이 아니라 100년도 거뜬히 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열풍건조한 잔대잎을 이용해 건조 잔대순 비빔밥을 특허 출원했다.

#잔대잎 활용도 증가
지난 2019년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잔대에 함유된 페놀화합물 중 갈산, 에피카테킨, 클로르겐산, 루틴 등 13종의 화합물이 잎의 형태에 따라 함량의 차이를 보인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잎이 볼록하고 타원형인 개체에서 클로로겐산과 에피카테긴의 함량이 월등히 높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또 지난해 충북농업기술원은 잔대잎을 데쳐서 고온으로 열풍건조했을 때 총 폴리페놀 함량이 매우 높게 유지된다는 사실도 확인했으며 열풍건조한 잔대잎을 이용해 건조 잔대순 비빔밥을 특허출원하기도 했다. 강원도 곤두레나물이 건조나물 비빔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데 곤드레나물밥 못지않은 맛과 식감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효능이 높은 잎을 활용하기 위해 육동진씨는 잔대잎을 이용해 장아찌를 만들어서 먹기도 하고 또 시금치처럼 살짝 데쳐서 무쳐먹기도 했다. 겉절이를 해서 먹기도 하고 김치를 담가 먹기도 했다. 곤드레 밥처럼 데친 잔대 순을 이용 비빔밥도 해먹었다. 여기에 최근에는 잔대 생채를 이용 샐러드로도 활용하고 있다. 육동진씨는 약용성분이 많은 잔대잎을 활용한 반찬도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맛을 보였다고 평했다.
앞으로는 지난 3월 9일 충북농업기술원과 통상 실시협약을 맺은 잔대 나물비빔밥을 홍보하는데도 주력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비빔밥은 건조한 잔대 잎을 이용하는데도 별도의 불리는 과정 없이 밥을 지을 때 바로 활용할 수 있어 누구든지 간편하게 산채나물밥을 경험할 수 있다.
기술이전을 받은 육동진씨는 잔대를 활용한 다양한 먹거리가 개발돼 부가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3월 9일 충청북도농업기술원에서 건잔대 활용간편식 제조방법 통상실시 계약을 체결했다.

#채소농사만으로도 고소득
해가 길어진 요즘 아침 7시에 나와 저녁 6시까지 잔대밭 풀을 뽑느라 하루가 해가 짧다. 육동진씨와 그의 어머니는 "사람이 먹는 것이기 때문에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으니까 매일매일 잡초를 뽑는다"며 "앞으로 GAP와 HACCP 인증도 추진, 소비자들의 신뢰를 더욱 쌓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생명을 존중하는 농업을 근간으로 20년간 매진해온 육동진씨는 고소득 작물로 손꼽히는 한우나 사과 등 축산과 과수가 아닌 채소와 산채로도 고소득을 이루고 있다.
산채협동조합인 속리산애협동조합에서 산채를 재배하고 잔대 2천평, 감자 3천평, 배추(장아리) 종자용 묘포장 5천평, 옥수수 6천평, 고추 600평 등 채소만 2만여평을 경작한다. 고소득의 단일품을 재배하는 것보다 몸은 훨씬 힘이 들지만 보람은 크다는 육동진씨는 내년에는 장안면 농민들과 연대한 작목반 배추 장아리 종자용 계약재배도 추진하고 있다.
코리아아그로 한현수 지사장은 "우리회사 제품을 쓰는 곳 중 육동진씨의 경우 영농규모도 보통이 아닌데 농장을 보면 깨끗하게 관리하고 농사도 참 잘 지어 품질이 우수하다"고 칭찬했다.
그동안은 인터넷 쇼핑몰 운영 업체에 잔대잎을 납품했던 육동진씨는 올해는 직접 보은농협 하나로마트 로컬푸드직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약용효과가 높은 잔대순을 직거래로 유통함으로써 소비자들이 보다 싼 값에 구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
앞으로 육동진의 브랜드인 '금원'을 붙여 금원잔대, 금원옥수수, 금원고추, 금원감자로 판매할 계획인 육동진씨. 농사를 몰랐던 사람이 20년이 지난 지금 전국에서 주목받는 농업인으로 성장했다. 그의 계획에 담겨있는 농업 프로젝트가 어디까지일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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