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는 것이 행복하다는 아들과 엄마
학교가는 것이 행복하다는 아들과 엄마
  • 심우리
  • 승인 2021.03.11 10:56
  • 호수 58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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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북초등학교 3학년 윤시헌군과 엄마 조윤정씨
학교가는 것이 행복하다는 아들 윤시헌군과 엄마 조윤정씨의 모습

내북초등학교 3학년 윤시헌군. 매일매일 학교가는 것이 행복하다는 아이다. 도시의 큰 학교에 다닐 때는 행복하다는 말을 하지 않던 아이가 "엄마 나 학교 가는 것이 행복해. 일요일이 없으면 좋겠어" 라고 말할 정도다. 시헌에게 이렇게 학교생활이 행복하다는 것을 알게 해준 엄마 조윤정(36)씨. 그녀는 어떻게 청주시 큰 학교를 마다하고 시골의 작은 초등학교로 아이를 전학시킨 것일까? 엄마 조윤정씨가 갖고 있는 교육에 대한 철학이 궁금했다.

#시골 작은 학교에 대한 갈망
청주시 남일면 효촌리. 남일초등학교가 있는 이곳은 농촌스러운 풍경도 나름 있지만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중인 곳이다.
조윤정씨는 모교인 남일초등학교에서의 좋은 추억이 많고 또 자연과 함께 어린 시절을 보내면 좋겠다는 생각에 아들을 이곳에 보냈다. 하지만 자신이 다녔던 학교와 달랐고 시골정서도 느껴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학생수가 많아서 선생님이 아이들과 눈맞춤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돼 작은학교에 대한 관심이 쏠렸다.
그러던 중 청주시내 엄마들의 커뮤니티 공간인 맘카페에 올라온 내북초등학교 소개글이 맘에 콕 박혔던 조윤정씨는 코로나로 등교수업을 하지 못한 지난해 아들과 함께 내북초등학교를 찾았다.
속리산과 장안 우당고택(선병국 가옥)을 자주 가서 보은이 낯설지 않았던 조윤정씨는 미리 전화를 하고 방문한 것이지만 교장선생님을 비롯해 교사와 전 학생들이 마중온 것처럼 따뜻하고 밝게 환대를 받았다. 
특히 아들이 전학을 가면 맡을 2학년 담임선생님은 책상을 열심히 닦아 놓겠다며 꼭 오라고 하고, 2학년 학생도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친구를 대하는 것처럼 아들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푸근함이 윤정씨의 마음을 이끌었는데 교장선생님과 함께 학교 이곳저곳을 둘러본 아들도 내북초에 끌렸는지 "엄마 나 이 학교 다니고 싶어"라고 했다.
주위 사람들로 부터 작은학교로 소개받은 문의 동화초등학교를 비롯해 청주시 외곽의 5개 학교를 아들과 함께 둘러봤지만 눈에 차지 않았던 것. 곧바로 전학수속을 밟아 지난해 12월 드디어 내북초등학교 2학년으로 전학을 왔다.

#낼 학교가야 한다며 일찍 잠자리에 드는 아들
매일매일 청주에서 내북초등학교까지 등교시키고 또 수업이 끝나면 청주 집으로 데리고 가는 50분 동안 윤정씨는 아들 시헌군과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학교생활이며 친구들 얘기, 선생님 얘기 등 시시콜콜한 얘기로 등하교 시간이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또 조윤정씨도 보은을 오가며 보는 창밖의 아름다운 자연풍광이 결코 장거리라고 느껴지지 않게 했다.
특히 4차선에서 구도로로 접어들어 봉황천에 다다르면 쏟아지는 햇빛으로 반짝 반짝거리는 하천이 너무 아름다워 운전으로 인한 피곤함까지 사라진다고 했다.
아들도 마찬가지였다. 주말이 없었으면 좋겠어라고 말하면서, 계속 학교에 가고 싶다고 하고 밤에 잠을 잘 안자던 아들이 내일 학교에 가야한다며 일찍 잠자리에 들 정도로 아들이 행복해 한다며 조윤정씨는 내북초등학교로 오길 잘했다고 말했다.
조윤정씨는 또 "우리 아들이 말이 많아요. 이것저것 얘기하면 귀찮을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선생님이 내 말을 다 들어줘 눈을 쳐다보면서. 모르는 것이 있으면 같이 찾아보자고 하고 말한다"고 했다. "1대1 맞춤교육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라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를 다 파악해서 통지표에 자세하게 기록한 것을 보고 우리 아들이 사랑을 받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아이는 자연 속에서 뛰어놀고 사랑받아야 하고 사랑받는 곳에서 키워야 한다는 생각에 내북초등학교로 왔는데 이곳으로 전학온 것이 축복인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어 동시통역을 할 정도의 능력자인 엄마 조윤정씨. "아들이 인성이 좋고 자기 생각을 소신껏 말하고, 글로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희망을 밝히며 청주와 보은 학구의 경계가 허물어져 도시의 아이들이 좀더 많이 시골 작은 학교를  다닐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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