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별과 분열
선별과 분열
  • 보은사람들
  • 승인 2021.03.11 09:19
  • 호수 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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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강 환 욱
보은교육협동조합햇살마루 이사

장학금은 학생이 앞으로의 교육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학자 보조금이고, 이를 받을만한 목적이나 가치 등 다양한 기준에 따라 수여되는 것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의문이 듭니다. 과연 우리 지역의 장학회는 '다수의 학생이' 앞으로의 교육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는지, 아니면 '특정 학생이' 앞으로의 교육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는지 말이죠. 또 '다양한 기준'에 따라 수여되고 있는지 말이죠.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2019년도의 장학금 수혜 학생은 총 266명이었고, 이 중 초중고 장학금 수혜 학생은 219명이었습니다. 그 당시 초중고 총 학생 수를 찾아 계산해보니 2543명이더군요. 장학금은 10%가 채 되지 않는 학생들에게만 향했습니다. 중복 수급까지 계산한다면 더 적은 수의 학생들만이 혜택을 받았을 것입니다.
작년의 예산을 보니 총 장학금 6억2천550만원 중 예체능학생을 위한 학교장추천 장학금과 복지장학금, 다문화 가정의 학생 장학금 등은 8천500만원이 편성되어 있었습니다. 반면 중고등성적장학금, 우수대학, 글로벌, 영어캠프에 쓰인 장학금은 5억3천550만원이었죠. 전체 장학금의 86%가 성적 위주로 편성된 것이었습니다. 해외연수로 30명의 학생에게 무려 1억7천만원을 쓰려고 했습니다. 실은 쭉 그래왔죠. 즉 보은군민장학회는 '특정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중심으로 앞으로의 교육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고, '편협한 기준'에 따라 수여하고 있는 셈입니다. 노골적으로 경쟁을 부추기고 있고 성적과 특정 대학을 기준으로 학생들을 분열시키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지요. 이는 결국 사회의 분열로도 이어집니다. 왜냐하면 현재 우리는 육체노동을 해서 생계를 유지하는 계층과 정신노동만 하는 계층이 나뉘어 임금수준에서 비정상적 차별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학업 성적을 잘 받는 학생들이 대부분의 장학금을 차지하는 것이 이런 차별의 출발점입니다. 그리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이를 당연하게 생각하기에 계층 간 불평등한 임금 체계가 유지됩니다. 성적이라는, 수치화가 간편한 노력만을 지나치게 오랫동안 인정해주는 것이죠.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는 말이 와 닿지 않는 것은 직업별로 임금의 차이가 지나치게 많이 나기 때문입니다. 네덜란드에서는 '시장도 3층 집에 살고, 청소부도 3층 집에 산다'는 말을 흔히 합니다. 이것이 정상으로 보입니다.
공부를 열심히 한 학생들이 장학금을 받는 것이 나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쁜 것은 다른 세 가지입니다. 학생들을 평가하고 있다는 것, 하나의 잣대로만 평가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절대다수인 나머지 학생들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식이면 군민장학회가 아니라 성적장학회로 이름을 바꾸는 것을 고려해야합니다. 분열과 분노, 소외를 야기하는 성적 중심의 선별은 사라져야 합니다. 그래야 이상한 엘리트 의식도 사라질 수 있습니다. 엘리트 의식이 결국 인간성의 상실로 이어지는 것을 뉴스에서 쉽게 접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 대신 인내천 의식이 자리하면 좋겠습니다. 모든 학생의 존재 자체가 평등하게 존중받아야 합니다.
안타깝지만 장학회의 정관에는 이런 존중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수혜자에 관한 부분을 보면 '학업성적이 우수하며 품행이 방정한 자', '각종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거나 예체능에 뛰어난 소질이 있는 자'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 지역에서 자라나는 다수의 학생들을 위한 철학이 읽히지 않습니다.
꼭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 것인지 심히 의문이 갑니다. 특정인의 지시대로 움직일까요? 4년이라는 긴 임기를 가진 이사는 어떻게 구성이 되어 있을까요? 학부모나 교사가 포함되어 있을까요? 지역의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하고 있을까요? 장학회의 목적에 '교육관련 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여 학생의 면학의욕과 애향심을 고취하여...'라고 적혀있는데 나머지 90퍼센트 학생의 면학의욕과 애향심은 도리어 하락시키고 있는 것이 아닌가요? 학생들이 그걸 느끼지 못할 거라 생각할까요?
여러모로 선별보다는 보편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각자의 소질이 모두 다르고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애초에 선별하여 장학금을 지급하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모두의 소질에 맞춰 장학금 지급 기준을 만들 수 있으면 그렇게 하길 바랍니다. 그것이 불가능하면 보편적으로 지급하는 것이, 보편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는 것이, 우리 아이들이 성인이 된 이후 다시 돌아와 지역에서 일을 하고 싶도록 격려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다수를 위한, 지역의 미래를 생각하는 장학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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