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칙한 상상 ②
발칙한 상상 ②
  • 보은사람들
  • 승인 2021.03.04 09:20
  • 호수 58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칼럼니스트 최 생 호
(문화충전소 가람뫼 대표, 강산리)

셋, 징병제가 모병제로 바뀌는 상상을 해 본다. 물론, 아직도 남북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특수한 상황에서 섣부른 생각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시대의 변화와 흐름은 국방의 의무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이제는 전쟁 수행 능력보다 전쟁 억지력이 더 중요하다고 한다. 현대전은 정보전이요, 첨단 무기의 경연장이다. 예전처럼 보병을 이용한 인해전술이나 탱크를 앞세운 기갑부대의 무력만으로 승전을 예고하던 시대는 끝났다. 잠자리 로봇이 적진을 정찰하고 드론이 테러범들의 소굴을 폭격하는 장면을 지켜봤다. 게임 하듯이 전투를 벌이는 세상을 살고 있는 지금, 빛나는 청춘들에게 지워진 병역의 의무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군대도 어느 분야보다 앞서 전문화, 과학화, 첨단화가 요구되고 있다. 18개월의 짧은 기간 동안 각 병과 별로 얼마만큼의 전투력을 배양할 수 있겠는가? 사병 1명에게 들어가는 국방 예산 또한 만만치 않다. 준사관, 부사관을 지원하는 젊은이들도 많아지고 있다. 사병 2~3명에게 들어가는 비용을 직업군인 1명으로 대체하면 어떨까? 직업인으로서 안정적인 생활과 전문화된 능력 배양으로 현대전에 맞는 스마트한 정예 군인이 탄생하리라 본다. 
최근 들어 국방 정책의 큰 틀을 바꿀 실제적인 대안을 위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진짜 군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만 군대에 가는 모병제가 도입되는 그날은 상상이 아니라 현실이 되기를 바란다. 
넷, 지방자치제도가 없어지고 예전처럼 관선제(임명제)로 되돌아가는 상상을 해 본다. 
지방자치제도는 의미와 목적 만으로만 보면 민주주의의 꽃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지역주민의 자발적 참여를 통한 민주주의 실현이라는 '풀뿌리 민주주의'는 모두가 경험했듯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주민의 정치 참여 기회확대와 지역의 주인임을 확인하게 하는 '민주주의의 학교'라는 구호는 공허한 메아리가 됐다. 
지방 자치 제도의 성공 요건인 자치단체의 자율성 확보와 재정적 자립,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한 자치 역량 강화는 이미 사문화됐다. 지역을 떠나 자치 단체장들의 무능과 실정, 폭주, 편협한 정책과 행정의 폐해는 고스란히 지역주민이 두고두고 감당해야 할 몫이 되었다. 제 식구 감싸기와 이권 나눠 먹기, 지역민 편 가르기는 갈수록 심화 되고 있다. 토호 세력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한 카르텔은 기생하는 무리 들과 야합하여 더욱 굳건하다. 오직 승진과 좋은 보직만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일부 공무원들의 줄서기와 아부, 아첨 또한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 모든 문제의 원인인 지방자치제도가 없어져야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반목과 대립, 갈등과 대결의 악순환도 끝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까지 하게 만들었다. 
다음 달이면 보은군은 국민의 소중한 혈세로 세 번째 도의원 선거를 치른다. 내년이면 또 지방선거가 실시된다. 작은 지자체, 소멸예정지역인 이곳에서 또다시 구태의연하고 꼴사나운 모습들이 반복될 것이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다'라는 노무현 대통령님의 말씀을 늘 새기면서도 아무런 행동이나 노력을 하지 않는 스스로를 탓할 뿐, 누구를 원망하며 책임을 물을 수 있겠는가? 부질없는 상상이지만 실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은 무엇보다 크다.
다섯, 남북이 자유롭게 왕래하는 그 날을 상상해 본다. 철도와 도로가 이어지고 남북으로 뻗어 있는 1번 국도는 개성과 평양을 거쳐 신의주로, 경의선과 나란히 달린다. 7번 국도는 동해안을 따라 원산과 함흥, 청진을 지나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이어진다. 유라시아 횡단 열차의 출발지가 부산역이면 얼마나 좋을까. 
버스와 기차를 타고 고려 시대 유적을 마음껏 관람하며 예전처럼 금강산과 해금강의 절경을 마주하는 날들을 그려본다. 70여 년, 애끓는 생이별의 한을 품은 이산가족들에겐 서로를 기다려줄 시간이 없다. 조건 없이 오고 가고 마주할 수 있기만을 간절히 꿈꾸는 날들이다. 하루라도 빨리 물꼬를 터야 한다. 통일은 한순간에 되지 않는다. 남과 북의 자연스러운 교류와 협력의 바탕 위에 자라난 싹이 분단의 철조망을 걷어내고 하나로 피어난다. 
개인적으론 오토바이를 타고 부산에서 출발하여 동해안을 종주, 두만강을 넘어 블라디보스토크를 지나 다시, 힘찬 시동으로 바이칼호를 끼고 러시아를 횡단, 대륙의 서쪽 끝인 포르투갈의 호카곶까지 달릴 수 있는 날을 꿈꾼다. 상상이 현실이 되는 그날은 오리니~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