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오적(新 五賊)
신 오적(新 五賊)
  • 보은사람들
  • 승인 2021.02.18 09:58
  • 호수 5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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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리스트 이 만 동
조자용민문화연구회 대표, 도화리

종교인, 교육자, 의사, 법조인, 언론인!
인간의 생명과 믿음과 정의 등을 다루는 가장 중요한 5가지 직업이다.
세상에는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다양한 직업군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 많은 직업 중에서 위의 5가지 직업군에 속한 사람들에게 무한한 신뢰와 존경심을 보내며 그에 상응하는 명예와 권위와 보상을 제공해왔다. 왜냐하면 그들은 우리 삶의 근본이며 바탕이 되는 생명과 양심과 믿음과 지식과 정의를 가르치고 재단하고, 일깨워줌으로써, 우리 삶의 지킴목이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기적이고 탐욕스러운 천민자본주의의 잘못된 발전과 그릇된 교육은 그들마저도 물질지상주의의 화신들로 만들고 말았다. 우리는 세상이 아무리 부패하고 곪아 터져도 그들만은 세상의 마지막 양심과 정의의 보루로서 존재해 줄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최근 그들의 행태를 보면 그들에 대한 우리의 신뢰와 믿음은 배신당했고, 그들에 대한 기대는 허망한 것이 되고 만 듯하다. 그들이 최초 직업을 선택했을 때의 순수했던 초심과 사명감은 쓰레기통에 내동댕이쳐 버린 듯하다. 그들은 오로지 자신과 자신들이 속한 집단의 이익만을 추구하고 있다. 그런 모습들이 우리를 좌절시키고 슬프게 한다.
나약한 인간의 정신적 조력자로서 육체적 고통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주고, 마음의 안정과 믿음을 주고 심신을 정화시켜주어야 할 종교인들이 타인들의 고통과 죽음에는 무관심하고 오로지 헌금과 자신들만의 이익과 영생을 추구하며 혹세무민하고 있다.
삶의 참된 지혜를 가르쳐야 할 교육자들은 참스승이 되기보다는 좋은 학력·좋은 직업을 갖기 위한 도구로서의 지식만을 전달하고, 교육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모든 사람의 빈부의 차이와 지위 등을 차별하지 않고, 오로지 양심에 입각하여 자신의 의학 지식을 인류의 건강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망각한 의사들은 환자들의 생명은 등한시 한 채 오로지 자신들의 수입과 집단 이익을 우선으로 집단행동을 하고 있다.
법과 양심를 통해 사회의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할 법조인들은 자신들만이 최고의 선이고 옳음이라는 집단 우월의식 속에서 자기들만의 잣대로 마음대로 죄를 조작하고, 중세 가톨릭의 면죄부를 떠올리게 하는 전관예우라는 폐습을 이용해 엄청난 금액의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바른 기사를 통해 올바른 여론을 조성하여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할 언론인들은 국민을 위한 양심의 펜을 내버린 채 재벌, 정치인과 상통하여 그들과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기사를 조작하여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일찍이 작가 김지하는 '오적(五賊)이라는 담시(譚詩)를 통해 1970년대 개발독재 과정에서 부정부패로 엄청난 부를 축적한 대표적인 5개 직업군인 재벌, 국회의원, 고급공무원, 장성, 장차관을 을사오적에 빗대어 풍자한 바 있다. 당시만 해도 김지하 시인은 종교인, 교육자, 의사, 법조인, 언론인은 우리 사회를 지탱해주는 마지막 보루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만약 지금 다시 김지하 시인에게 시대 풍자시를 지어보라고 한다면, 시인은 아마도 위의 5가지 직업군을 새로운 오적으로 추가하여 풍자하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을 신오적(新五賊)으로 부르고 싶지는 않다. 아직 그들 중에는 양심과 정의를 마음 속에 품고 사회를 위해 봉사하고 헌신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처음 고귀한 직업군을 선택했을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 세상으로부터 신오적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멍에를 짊어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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