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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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은사람들
  • 승인 2021.02.04 10:25
  • 호수 57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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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강 환 욱
보은교육협동조합햇살마루 이사

교사의 입장에서, 아이 그리고 학부모의 입장에서 학교에 대한 선택지가 더 넓어져야 한다고 여기며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공립이라는 틀 안에서 다양한 수요가 충족되는지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해서 자유가 억압받지 않고 배려 받는, 적어도 어린 시절의 놀이가 입시의 그늘에 가려지지 않는 학교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TF팀도 시작합니다.
평소 생각을 두지 않던 것들을 의심해봅니다. 이를테면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요구하는 예의란 무엇인가?'의 문제입니다. 그들이 행해야 하는 예의를 복종 혹은 순종으로 여겼던 것은 아니었는지 의심해보니 무척이나 찔립니다. 
"오늘은 A를 하자" "싫어요 저는 B할래요"와 같은 상황에서 떠올랐던 감정이 '이 녀석이 감히!'는 아니었는지 말이죠. YES로 돌아오지 않는 반응들을 말대꾸로 치부하고 불쾌하게 느끼지는 않았는지 말이죠. 
한편으론 이런 생각과 감정은 어른과 아이가 마치 다른 계급장을 지닌 존재처럼 간주하는 데서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어른이 아이를 자신과 동등한 대접을 받아야 하는 존재로 보는지의 여부가 그들을 대하는 데 있어서 완전히 다른 길을 가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실은 아이들은 이런 차별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같은 내용의 말을 어른은 할 수 있고 아이는 안 되는, 오히려 혼이 나는 상황이 많지요. 어른들이 회의하고 있을 때 들어온 아이에게 '나가줘'라고 하는 것은 괜찮고, 아이들이 자기들만의 모임을 하고 있을 때 들어온 어른에게 '나가주세요'라는 것은 혼날지도 모르는 일이 됩니다. 
초대하지 않았으니 나가 달라고 하는 것은 같은 의미인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이 녀석들이 감히!'가 입안에 차오르는 상황들의 대부분은 바로 아이들이 차별받고 있는 순간일지도 모릅니다.
이것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작은 각도의 차이는 그들을 대하는 일상 전반의 차이를 만듭니다. 그들을 하위 계급으로 간주하게 되면 결국 권위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복종을 강요하죠. 
아이들은 점점 자유롭게 말하거나 행동할 수 없게 되고 눈치를 봐야 합니다. 생활은 불안해지고 불안감은 서서히 분노로 쌓여갑니다.
문제는 복종을 당연시하는 곳일수록 모범적으로 규격화된 아이만이 인정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그곳 자체도 일그러진 사회체제에 복종을 하고 있죠. 공부 잘하는 것. 대답 잘하는 것. 인사 잘하는 것. 의자에 잘 앉아있는 것. 잡담하지 않는 것. 이렇게 이상하게 표준화된 규격에서 벗어나는 것은 반항 혹은 방해, 골칫거리로 간주되어 버리곤 합니다. 그러다 보니 ADHD처방이 난무합니다. 
그 어린아이가 조금 집중을 못하면 어떻습니까. 아직은 놀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데 그 작고 딱딱한 의자에 억지로 앉아있으려니 당연히 힘든 것이 아니겠습니까. 왜 이런 마음이 존중받지 못하고 기계처럼 정해진 시간이 되면 다소곳하게 앉아있어야 합니까. 
처방받은 약을 먹고 난 뒤 반짝거렸던 눈동자가 흐릿해진 것을 보셨습니까. 그 독한 약이 식욕이라는 원초적 욕망마저 앗아간 것을 아십니까. 우리의 교육목표는 상사의 말에 충성하는, 부품 같은 직원을 양성하는 것입니까.
왜 어른을 보면 무조건 아이가 먼저 인사를 해야 합니까. 자유라는 가장 중요한 가치를 빼앗긴 아이들의 마음은 어떨까요. 자유가 방종과 동일시되어 경계 당하는 것이 무척 안타깝습니다. 
책에서 본 구절을 옮깁니다. 공감이 되신다면 아이를 존중할 수 있는 따스한 분일 것입니다.
"당신의 아이들은 당신의 아이들이 아닙니다. 그들은 스스로의 삶을 갈망하는 아들이요 딸입니다. 그들은 당신을 거쳐서 태어났을 뿐 당신으로부터 온 것은 아닙니다. 그들이 비록 당신의 품속에 있다 할지라도 당신의 소유물이 아닙니다. 당신은 그들에게 사랑은 줄 수 있으나 당신의 생각들은 주어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그들에게 육체의 집은 줄 수 있으나 영혼의 집을 주어서는 안 됩니다. 그들의 영혼은 당신의 손길이 닿지 않는, 꿈속에서조차도 찾아갈 수 없는 내일의 집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그들과 같이 되려고 애쓰는 것은 좋으나 그들을 당신같이 만들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삶이란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지도 않고 어제에 머물러 있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화살을 쏘듯 당신의 아이들을 내일로 쏘아 보내는 활입니다. 사수의 손에 팽팽히 당겨진 활은 기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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