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망한다, 사람인 것이 부끄럽지 않은 세상을
나는 소망한다, 사람인 것이 부끄럽지 않은 세상을
  • 보은사람들
  • 승인 2021.01.21 09:22
  • 호수 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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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리스트 김 철 순
시인, 관기약국 근무

코로나 19로 꼭꼭 닫고 살았던 2020년을 뒤로 하고 새해가 밝았다. 그러나 아직 코로나 바이러스는 물러갈 줄 모르고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전국으로 아니 전 세계가 고 작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 때문에 벌벌 떨고 있다.  누군가는 직장을 잃었고 누군가는 하던 장사를 접어야했다. 세계적인 현상이니 누가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다.
새해 아침, 집 옆에 있는 둑방으로 나갔다. 새해에 떠오르는 태양을 보고 싶었다. 예상 일출 시간이 지나도 동쪽 하늘만 물들일 뿐, 태양은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추위를 견디며 기다리니, 점점 더 산을 붉게 물들이고서야 천천히 2021년의 태양이 떠올랐다. 그렇게 천천히 산도를 빠져나온 태양이 세상을 골고루 비추었다.
나는 잠시 소망한 것들을 마음속으로 빌었다. 물론 그 소망에는 코로나가 빨리 물러나 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들어있었다.
새해부터 매서운 강추위가 찾아왔다. 일찍 일어나 핸드폰으로 밖의 온도를 확인했더니, 영하 21도까지 내려갔다. 밖이 온통 냉동고였다. 없는 사람들, 노숙자들은 얼마나 더 추울까. 또 밖에서 잠을 자는 길고양이들은, 한뎃잠을 자는 모든 짐승들이 생각나 마음이 아팠다. 
우리 집에 밥 먹으러 오는 길고양이들에게 사료와 따듯한 물을 주었는데, 얼마 되지 않아 물이 얼어버린다. 물 묻은 손으로 현관문을 잡았더니 쩍쩍 달라붙는다. 이런 추위 내가 살아오는 동안 처음이지 싶다. 이 추위도 지구 온난화로 인해서 생긴 거란다. 우리가 함부로 쓴 지구가 끙끙 앓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일 년 넘게 마스크를 쓰고 입을 닫고 살았다. 그 동안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먹은 건 아닌지, 그 동안 우리는 너무 많은 말들을 함부로 뱉으며 산 건 아닌지, 생각해본다. 
세계의 지식인들은 말한다. 코로나 이전의 세상으로 돌아갈 순 없을 거라고. 슬픈 일이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인간의 이기심이 코로나를, 강추위를 몰고 온 건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 이 지구는 사람들만 살라고 만들어진 건 분명 아닐 것이다. 어쩌다 사람이 중심이 된 세상이 되었지만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이 되어야하지 않을까.
출구도 보이지 않는 긴 터널을 걸어가는 것 같다. 코로나19는 사람들을 괴롭히고 AI는 닭과 오리들을 괴롭히고. 또 입양한 예쁜 정인이를 때려서 죽였다는 그 양모의 소식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아니 분노케 한다. 동물을 학대하는 사람들 또한 그렇다. 우리는 새해부터 희망보다는 절망하는 것들을 더 접한 것 같다. 이 절망의 끝은 어디인가. 분명 이 캄캄한 터널도 출구는 있을 것이다.
이제 머지않아 봄은 오고 이 삭막한 겨울 들판에도 푸른 잎은 돋아날 것이다. 꽃은 피고 새는 우짖을 것이다. 그래, 조금만 참고 기다려 보자. 사람이 사람으로 돌아가고 꽃은 꽃으로 피어나는 봄은 곧 올 것이니.
내가 사람인 것이 부끄럽지 않은 그런 세상이 오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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