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년 소띠 해 특집] 소띠인 한우농가 태산농장 김민호씨
[신축년 소띠 해 특집] 소띠인 한우농가 태산농장 김민호씨
  • 송진선 기자
  • 승인 2021.01.07 13:23
  • 호수 57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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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두 사육 농장, 규모는 작아도 환경적인 면에서 자부···"만족합니다"
소띠 김민호씨가 1월 1일 흰 소의 해에 태어난 예쁜 암송아지를 안고 무럭무럭 자라기를 바라며, 행복한 2021년을 시작하고 있다.
소띠 김민호씨가 1월 1일 흰 소의 해에 태어난 예쁜 암송아지를 안고 무럭무럭 자라기를 바라며, 행복한 2021년을 시작하고 있다.

옛날 우리조상들에게 소는 지금처럼 고기를 얻기 위한 식용이 아니라 지금의 트랙터처럼 쟁기를 끌어 논과 밭을 경작하고 수확한 농산물을 운반하고, 5일장에 내다팔 물건을 실은 수레를 끄는 소중한 동물이었고 집안의 큰 재산이었다.
집안에 대학교를 간 자식의 등록금 마련을 위해 집안의 기둥뿌리와도 같은 소를 팔아서 자식 대학등록금을 마련했다. 그래서 대학의 상아탑을 우골탑이라고도 했다. 5, 60대 연령의 농촌에서 태어나 대학교를 나온 사람들은 아버지의 등골, 소의 등골을 휘게 한 기억을 갖고 있을 것이다. 
지금도 소는 집안의 큰 재산이다. 소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황송아지 한 마리가 700만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한다. 언제까지 이같은 가격대를 형성할지에 대한 농가의 불안은 있지만 어쨌든 현재 농촌에서 한우만큼 농가에 큰 수입을 가져다주는 것은 없다.
2021년 소띠 해인 올해는 소 중에서도 흰 소의 해이다. 흰 소는 재물운을 상징, 코로나 19로 인해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사람들에게 희망을 갖게 한다.  흰소의 해 군민 모두 경제적인 안정을 찾기를 바라며 소띠인 농부가 한우를 사육하고 2021년 1월 1일 송아지가 태어났으면 더 좋겠다는 선정 계획을 갖고 대상 한우농가를 물색했다.
여러방면으로 수소문한 끝에 찾아낸 사람이 보은읍 장신리에 거주하면서 한우를 사육하는 김민호씨이다. 37살, 수한면 후평리에서 태산농장 축사를 갖고 있으며 50여두의 한우를 사육하면서 수정일도 하고 있다.

#2021년 1월 1일 새벽 3시 "음매~~" 하며 송아지 태어나
김민호씨가 송아지가 태어날 기미를 안 것은 전날인 12월 31일 밤이다. 출산이 임박해오면 어미소는 왔다 갔다하고 먹이를 잘 안먹고 불안해하는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그런 어미소 곁을 6시간 이상 지킨 끝에 1월 1일 흰 소의 해 예쁜 암송아지가 태어났다. 양수로 덮인 송아지를 닦아주고 어미소가 핥아 조금 뽀송해진 송아지를 미리 열등을 켜서 보온을 해둔 송아지 방으로 옮겨놓았다. 번식우를 전문으로 해서 송아지가 태어나는 것을 한 두번 보는 것이 아닌데도 긴장이 풀리면서 안도감에 피로는 몰려오지만 자식을 또 하나 얻은 것 같은 든든함이 묵직하게 다가왔다.
출산을 도운 후 김민호씨는 농장을 돌아보며 한우들과 눈맞춤을 한 후 집 이불속으로 쏙 들어가 그동안 추위를 녹인다. 잠깐 눈을 붙인 후 깨는 시간이 새벽 5시. 매일 다람쥐 쳇바퀴처럼 도는 일상은 새벽 6시부터 시작된다. 부지런한 소띠의 성격이 그대로 나타난 것일까? 김민호씨는 다시 일터로 가서 축사를 둘러본다. 소들과 일일이 눈맞춤을 하면서 아픈 소는 없는지 전날 주사를 맞은 소는 괜찮은지, 설사를 하는 소는 없는지 꼼꼼하게 살핀다. 소들도 전부 그의 가족처럼 여기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가축 사육 접하며 성장
김민호씨에게 축산은 아주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속리산면 북암리에서 1천200두를 사육하는 대규모 양돈업을 하던 아버지 밑에서 냄새난다고 꺼린 여느 사람들과 달리 김민호씨는 돈사를 드나들며 자랐다. 아버지가 돼지 기르는 것을 보면서 가축사육에 대한 기본을 익혔다.
보은자영고를 거쳐 한국농수산대학교에 입학해서는 한우를 전공했다. 대학 2학년 때는 700마리를 사육하는 한우농장에서 1년간 실습하며 가축의 사양관리에서부터 축사관리 등 한우축산에 대한 전반적인 것을 배웠다. 대학 강의실에서 배운 2년의 지식보다 1년간 현장에서 익힌 지식이 현재까지도 큰 자양분이 되고 있다.
대학 졸업 후 22살 북암리 고향으로 돌아온 김민호씨는 아버지가 운영했던 양돈장을 개조해 한우 번식우 10마리를 입식, 처음으로 한우사육을 시작했다. 볼 때는 사랑스러웠던 한우를 사육하는 과정에서 송아지들이 죽는 경우도 많이 발생했다. 한동안 밥을 먹지 못할 정도로 슬픈 감정을 억눌러야 했던 힘든 시절을 보내기도 했다.
그렇게 초창기 시절을 보내고 점차 사육에 대한 노하우가 쌓이면서 10두에서 시작한 것이 어느새 20두가 되고, 30두가 되고 50두까지 사육규모가 늘었다. 소가 늘어나는 재미에 농장일이 힘든 줄도 몰랐다. 또래의 친구들은 대학에서 캠퍼스를 누비며 좀 여유롭게 생활하거나 여름이면 에어컨 돌아가는 사무실에서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며 일하는 친구들에 비하면 일하는 작업장이 열악했지만 그런 작업 환경에 아랑곳 하지 않았다.
농사짓는 것이 힘들어 자식에게는 물려주지 않겠다며 편하게 살라고 화이트칼라의 직업을 갖기를 바라는 부모의 기대와는 달리 한우를 사육하는 것에 대해 "제가 공부를 못했어요, 잘했으면 사무직으로 갔겠죠"라고 답했지만, 사실은 가축 사육으로 얻는 즐거움이 다른 그 무엇의 직업보다 더 크기 때문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이미 체질화 됐던 것. 어려서부터 돼지농장이 놀이터였고 농업고에 대학도 농업계열 그것도 한우를 전공하는 등 천상 축산인으로서 기질을 갖추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수한 후평으로 이전 깨끗한 축사환경 지향
매일매일 한우와 눈맞춤하며 한마리  한마리 정성을 쏟고 있는 김민호씨는 깨끗한 농장을 지향하면서 한우 사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5년 전 수한면 후평리 현재의 농장을 구입해 이전했다. 
축사 규모를 보면 상당한 마릿수가 입식했을 것 같은 크기이지만 북암리와 같은 50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보통 사육 칸마다 번식우 3마리, 비육우 4마리를 넣는 것과 달리 김민호씨는 딱 2마리씩만 넣어 키운다.
최대 100마리 이상의 사육 가능한 축사를 가지고 있지만 50마리만 키우는 이유는 "밀집해서 키우면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어요. (밀집사육은) 소들에게 좋지 않은 환경이예요"라고 강조했다.
우리가 좁으면 소들끼리 부딪히고 좀더 넓게 활동하려고 경쟁하기도 하지만 딱 2마리씩만 넣으니 활동 공간이 넓어서 경쟁할 필요가 없어 결과적으로는 소의 스트레스도 줄어들어 생육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 이것이 김민호씨의 축사 운영원칙이다.
또 축사 냄새가 나지 않는 깨끗한 축사를 지향하는 김민호씨의 관리 때문인지, 아니면 겨울이기 때문인지 축분냄새가 덜 느껴졌다. 그는 깨끗한 축사환경 조성을 위해 축사 바닥에는 나무칩을 깐다. 가격은 왕겨보다 비싸지만 수분을 머금어 뽀송뽀송하다. 이같은 우사 관리는 폐사율도 떨어뜨리고 질병율도 떨어뜨린다. 비용은 더 들겠지만 생산성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또 우리안의 축분을 한데 모으는 퇴비사에는 EM활성수를 뿌려 냄새도 줄이면서 부숙도를 높인다.
그러면서 기술 습득을 위해 축협에서 운영하는 한우대학을 비롯해 한우 마이스터대학, 한우경영대학를 다닌다. 아는 내용을 복습하거나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정보도 습득하는 아주 좋은 기회가 된다는 것. 현재의 위치에 안주하지 않고 늘 새롭고 더 나은 것을 알기 위해 책상에 앉아있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김민호씨는 보은한우협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가족으로는 부인과 슬하에 올해 5살인 딸과 100일이 안된 아들을 두고 있다.
"코로나19가 빨리 사라져서 모두가 행복하고 아이들 모두 탈없이 건강하게 잘 자라고, 한우도 무럭무럭 잘 크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힌 김민호씨는 또 소들과 눈맞춤을 하기 위해 농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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