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밑, 소망한다
세밑, 소망한다
  • 보은사람들
  • 승인 2020.12.31 09:53
  • 호수 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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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최 생 호
(문화충전소 가람뫼 대표, 강산리)

한 해의 마지막 날이다. 무심한 시간은 흘러 어느덧 세밑이다. 2020년이란 단어는 아직도 익숙하지 않다. 언제 부턴가 그랬다. 세월은 쏜살같이 흐르는데  시간에 녹아들지 못한 채 주변인처럼 서성이며 뒤쳐진 날들이 이어졌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더디게 가는 게 흠이 되진 않지만, 허덕이며 뒤 따라 가는 일들이 많아진 것이다. 주어지는 시간을 감사히 여기며 분수를 알고 여유 있게 살아내기가 만만치 않다. 울고 웃었던 날들도, 얻고 잃었던 것들도 언제였냐는 듯 속절없이 흘러 또 끝자락에 와 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고 94세에 생을 마감한 어느 극작가의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라는 묘비명이 점점 실감나게 다가오는 날들이다. 늘 가는 해를 정리하는 말의 중심엔 '다사다난(多事多難)'이 있었다. 올 해 만큼 그 사자성어가 절절하게 다가온 해도 없을 듯하다.
하루, 한 달, 일 년의 시간을 마무리하는 시점은 우리에게 어제 보다 더 나은 내일을 기약할 꿈과 희망을 준다. 되돌아보고 반성하며 좋은 것은 좋은 대로 더 알차게 이어 나가고 안 좋은 것, 나쁜 것, 잘못된 것은 바꾸고 고쳐 변화되길 요구한다. 
코로나로 시작했는데 코로나가 끝나지 않고 해가 넘어 간다. 확진자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변종 바이러스까지 출몰 했다. 예전에 창궐하다 사라진 전염병이나 바이러스를 떠올리며 '이 또한 지나가리라' 라는 소극적 기대와 믿음을 갖고 견뎌내고 있다. 해가 바뀌면 백신이 들어 올 예정이라고 하니 다행이다. 조금 늦더라도 안전성이 확보되고 예방효과가 확실해서 이전의 자유롭고 활기 넘쳤던 그 시간들을 되돌려 주길 소망한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도 만나고 싶은 사람을 언제 어디서든 편안하게 만나며, 가고 싶은 곳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시간, 하고 싶고, 누리고 싶은 것을 마음껏 경험 할 수 있는 날들이 새해엔 우리 앞에 펼쳐지길 소망한다.
보은군민으로서의 시간, 보은군의 시간도 마찬가지다. 즐겁고 반가운 소식 보다는 답답하고 이해 할 수 없는 일들의 연속이었다. 3선 군수의 임기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인위적으로 곳곳에 새겨 놓은 이름 보다는 군민들의 마음속에 기억되고 되살려 지는 이름으로 남겨질 마지막 시간이 다가 오고 있다. 보은군의 희망찬 미래와 군민들의 화합을 위한 환골탈태의 행정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길 소망한다. 
이해 충돌의 당사자가 되어 엄청나 사회적 공분을 야기한 지역구 국회의원은 소속 정당 탈당 후 도통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추악한 돈 선거로 보은군의 이름에 먹칠을 한 도의원과 추종자들은 법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는 선거 때마다 우리 지역에서 그런 일을 꾸미고 획책하는 무리들도, 동조하거나 현혹되는 유권자도 나오지 않기를 소망한다. 보은을 대표하는 일꾼이 되려는 사람들은 사리사욕을 버리고 오직 희생과 봉사의 일념으로 군민 앞에 나서길 소망한다. 땅에 떨어진 자존심을 회복시켜 주고 자긍심을 높여줄 도덕성과 비전, 확고한 의지와 흔들리지 않는 신념을 보여 주길 소망한다.
속리산과 법주사를 품어 안은 보은의 화려했던 옛 명성이 되살아 나 방방곡곡 많은 사람들이 찾아들기를 소망한다. 멀지 않아 관광객은 물론, 지역주민으로 정착하기 위한 사람들의 발길이 넘쳐 소멸예정 지역이 아닌 인구 유입 및 증가율 1위 지역이 되기를 소망한다.
대추나무엔 붉은 알알이 무수히 매달리고, 사과는 선홍 빛 탐스러움을 뽐내며, 논과 밭엔 곡식과 작물들이 튼실하고 풍성하게 영글어 농부들의 즐거운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 새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사람들이 넘쳐나고 지역 경제가 살아나 시장 상인, 자영업자를 비롯한 모든 소상공인들의 어깨가 활짝 펴지고 얼굴엔 웃음꽃이 만발하기를 소망한다. 
지역에서 주최하는 축제 및 모든 행사가 성황리에 열리고 알차게 마무리 되어 지역의 자부심과 위상을 높이는 기폭제가 되기를 소망한다. 아이들과 학생들이 안전하고 즐거운 일상속에서 행복한 유년의 시간을 보냈던 소중한 추억의 고향이 되기를 소망한다. 
소중한 지면의 한 칸을 빌려 칼럼을 쓰고 있다. 보은사람들을 아껴 주시는 분들에게 누가 되지 않으리라 다짐 하지만 쉽지 않다. 주어진 시간동안 허락된 공간을 더욱 알차고 가치 있는 주제와 내용으로 채우도록 노력해야겠다.  쏟아 놓은 말빚이 버겁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며 독자들의 마음에 위로가 되고 공감과 울림을 주는 글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새해엔 모든 분들의 가정에 샘솟는 희망과 기쁨의 순간들이 더 많이 깃들기를 소망한다. 건강하고 아름다운 날들이 함께 하길 소망한다. 모두의 작은 바램들이 꼭 이루어지길 소망한다. 내일은 오늘보다 나은 하루가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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