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을 모르는 자들에게 전하는 계영배(戒盈杯)의 교훈
부끄러움을 모르는 자들에게 전하는 계영배(戒盈杯)의 교훈
  • 보은사람들
  • 승인 2020.12.17 09:37
  • 호수 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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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리스트 이 만 동
조자용민문화연구회 대표, 도화리

작가 최인호는 1973년, 28세 때 조선일보에 '별들의 고향'이라는 소설을 연재하면서 혜성과 같이 우리 문단에 등장했다. 이후 그는 잡지 '샘터'에 '가족'이라는 연작 수필을 오랜 기간 연재하기도 하고 '고래사냥, 겨울나그네, 상도, 잃어버린 왕국, 불새, 깊고 푸른 밤' 등 수많은 베스트 셀러 소설을 발표하면서 대중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었다. 소설들은 수백만 부가 팔려나가고, 거의 모든 그의 작품들이 영화나 TV드라마 등으로 제작되었으니 그는 재물도 부족함 없이 벌어들였을 것이다. 대중들의 인기를 얻고 재물이 늘어나면 사람들은 엉뚱한 욕심들을 내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한 눈 팔지 않고 오로지 문학에 몰두하다가 아깝게도 68세 나이에 침샘암으로 눈을 감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소설을 집필하다 세상을 떠나고 만다.
일생 동안 한눈 팔거나 쓸데없는 욕심 부리지 않고 글쓰기라는 외길 인생을 걸은 최인호는 조선 후기 거상인 임상옥의 일대기를 그린 소설 '상도(商道)'를 통해 사이비 장사꾼이 아닌 진정한 상인이 지켜야 할 도리와 올바른 자세를 말해주고 있다. 작가는 거상 임상옥의 생을 통해, 재물을 얻기 보다는 사람을 우선시 하고, 재물로 세상에 득이 되는 일을 펼치는 것이 상인의 기본 도리임을 가르친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는 법! 더욱이 재물을 늘리는 것이 목적인 상인의 입장에서는 그 욕심을 자제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계영배(戒盈杯)라는 술잔과 솥(鼎)을 상징적으로 등장시켜 상인은 물론 우리들에게 과도한 욕심을 경계해야 큰 화를 자초하지 않을 수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계영배는 잔에 70% 이상 술을 채우면 술이 전부 비워지게 만든 술잔으로, 춘추오패의 한사람인 제나라 환공이 생전에 항상 자신의 오른 쪽에 두고 과한 욕심을 경계했다고 하는 잔이다. 작가는 상인 역시 너무 지나친 욕심을 부리면 결국에는 화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을 계영배를 통해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 솥(鼎)의 세 발을 권력과 명예와 재물에 비유하여, 한 사람이 이 세 가지 모두를 갖고자 하는 무리한 욕심을 내면 결국은 화를 면치 못하고 몰락의 길로 갈 수 있다고 쓰고 있다.
필자가 갑자기 오래 전에 읽었던 최인호의 소설 '상도'를 떠올린 것은 작금에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목불인견의 작태들 때문이다. 
돈 좀 벌어 좋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 중 사람 귀함을 전혀 모르는 장사꾼들이 나이 먹은 경비원들을 폭행하질 않나,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번 벤처기업가가 직원들을 폭행하고 심지어는 인분을 먹이지를 않나, 재벌 기업의 3세 어린 것들이 부모들의 못된 행태를 그대로 배워 가사도우미나 기사에게 욕지거리를 하질 않나, 자신이 한 일이라고는 부모 잘 만나 재벌 2세로 태어난 운 좋은 팔자밖에 없는 기업주들이 직원들에게 막말과 폭행과 성희롱을 일삼고, 편법으로 세금 한 푼 안내고 상속받을 궁리들만 하질 않나. 참으로 눈 뜨고 볼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재물이 많으면 무엇이든 해도 된다는 우리 사회의 그런 잘못된 사고방식과 작태들을 바라보면서 재물보다는 인간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거상 임상옥을 돌이켜 보게 되는 것이다. 가까이는 최근 보은의 기업가 출신 정치인들이 보여주고 있는 부끄러운 모습들을 보면서 상도에 나오는 '계영배와 세 발 솥'의 교훈을 다시 한 번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행운이든 노력의 결과이든 그동안 이 사회에서 많은 재물과 그 재물로 인해 명예를 얻었다면 그 재물을 통해 사람과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을 도모하는 것이 옳은 도리가 아니겠는가? 그런데도 그런 노력 대신에 권력까지 욕심을 내고, 그 권력을 이용해 또다시 자신들만을 위한 끝없는 재물 욕심을 내고 있으니 어찌 탈이 나지 않겠는가 말이다.
재물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 필요한 것이기는 하다. 하지만 재물이 넘치면 세상을 위해 베풀고 비울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끝없는 욕심으로 모든 것을 갖고자 하면 오히려 가진 것마저도 잃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잘못된 욕심과 부정한 행위들이 만천하에 드러났음에도 아직도 부끄러워 할 줄 모르는 기업가, 정치인들에게 최인호의 소설 '상도' 일독을 강력히 권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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