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군민으로서의 자부심과 자괴감
보은군민으로서의 자부심과 자괴감
  • 보은사람들
  • 승인 2020.12.10 09:43
  • 호수 56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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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규 인
보은향토문화연구회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올 한 해는 정말로 다사다난한 한 해였고 '다난'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년 초에 열두장이던 달력이 이제 달랑 한 장만 남았습니다. 달력도 다사다난했던지 종이는 퇴색되고 모습은 기우뚱 해졌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맹위를 떨치고 유례없는 물난리와 잦은 태풍이 한반도를 강타했지만 우리 지역은 타지역에 비해 참으로 평온했습니다.  군민 모두가 정부의 방역 지침을 잘 따른 탓도 있지만 평소에는 취약한 부분들, 예를 들면 적은인구, 농촌지역이라는 자연환경의 낮은 이동성 등이 오히려 우리 지역을 코로나 청정지역으로 유지시켜주는 효자노릇을 했습니다. 
개발에서 소외된 뒤쳐진 지역이라는 불명예가 전염병 대유행과 같은 세계적 재앙을 만나 도시민들이 부러워하는 장점이 되니 인간사 새옹지마라는 말의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코로나 감염증으로 인해 세계가 크게 바뀌고 있습니다. 너무도 빠른 변화에 현기증과 당혹감을 느끼면서도 한 편으로는 '위기는 새로운 기회다'라는 말이 내포하고 있는 진정으로 바랍직한 변화가 무엇인지 모색해 봐야 할 시기입니다.
경기도에서는 농촌지역의 고령화와 인구소멸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농촌 기본소득에 대한 정책실험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 농민들이 받고 있는 직불금이나 농민단체에서 주장하는 농민기본수당이 아닌 농촌기본소득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농촌기본소득은 말 그대로 농촌에 살고 있는 모든 주민들에게, 예를 들어 농민은 물론이고 소규모 자영업자, 월급 생활자도 모두 포함해 기본소득을 제공하는 제도입니다.
 만약 이런 정책이 보은군에도 적용되면 기후위기나 전염병 확산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저밀도 공간인 농촌에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는 셈입니다. 더군다나 우리 보은군은 국토의 중심에 위치하며 뛰어난 역사 유적과 문화유산이 풍부하고, 천혜의 국립공원을 안고 있습니다.
보은군이 가지고 있는 이러한 장점에 더하여 '報恩'이라는 지명이 우리 군민들에게 숙명적으로 부여한 명예로운 책무 즉 은혜에 보답하는 것을 삶의 기반으로 삼고 이를 실천한다면 우리 보은군민은 미래의 새로운 주역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이런 이유로 보은군민들은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런 자부심에 상처를 내는 일들이 지역에서 계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특히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를 통해 선출직에 도전했거나 당선된 분들 중 다수가 범죄와 불명예의 주인공이 되는 경우가 빈발해 민망하기도 하고 불쾌하기도 합니다.
선거법위반으로 인한 도의원들의 연속적인 중도하차, 선공후사를 망각한 지역 국회의원의 사익추구에 대한 전국적 비판과 그에 따른 소속정당 탈퇴, 선거 부정에 연루된 지역 인사들에 대한 사법부의 준엄한 판결내용이 지역 언론은 물론 중앙언론에서 자주 보도됩니다. 그런 보도를 접할 때마다 저는 유권자로서 동시에 보은군민의 한 사람으로서 깊은 자괴감을 느낍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위에서 언급한 물의를 빚은 사람들에 대한 비판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습니다.  주민들의 비판은 당연한 것이고 더욱 중요한 것은 당사자들의 통렬한 반성과 책임지는 행동이 뒤따라야 합니다. 동시에 유권자들도 자신을 되돌아 봐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돈으로 표심을 매수하려고 하는 행위에는 반드시 그에 응하는 상대가 있기 마련이고, 그 상대자는 바로 보은의 유권자들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내년 4월에 실시되는 보은군 도의원보궐선거의 귀추가 주목됩니다.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정당공천을 받은 당선자들의 중도탈락에 대해 책임지는 차원에서 양대 정당은 후보공천을 하지 않고, 대신 군민추천회 같은 기구가 구성되어 군민추대 형식의 후보가 발탁되어 무투표 당선되는 대한민국 선거역사상 전무후무한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기를 고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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