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마을자치활성화] 주민이 민간인 면장 선출에 참여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
[기획 : 마을자치활성화] 주민이 민간인 면장 선출에 참여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
  • 송진선
  • 승인 2020.10.29 11:15
  • 호수 56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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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의성 안계면은 공모제를 통해 선출된 민간인 면장이 일한다
내부 공무원 중 공모하는 읍면동장제도 늘어
보은군도 주민자치역량 강화위한 제도 현장 반영하는 행정 요구돼

보도순서
①주민이 주도하는 자치해볼까
- 충남 서천 마산면 사례
②~③일상의 민주주의 실현
-자치 모범 옥천군 안남면의 사례
④중간 지원조직 선도 모델 제시한
      광주시 광산구의 사례  
▶⑤경북 의성군 안계면
공모 민간인 면장
⑥보은군 풀뿌리 주민자치, 어디까지 왔나

▲전국 2호 민간인 공모제 면장이 일하고있는 경북 의성군 안계면 청사.
▲전국 2호 민간인 공모제 면장이 일하고있는 경북 의성군 안계면 청사.

지방자치제가 부활한지 햇수로 30년이다. 그동안 정부가 임명했던 낙하산 도지사와 군수를 주민들이 직접 선출하고, 주민의 대신해 군정을 견제, 감시하는 의원도 선출했다. 하지만 선출하는 방법만 바뀌었을 뿐 도지사와 군수는 여전히 막강한 권력을 부리고 있다. 특히 인구가 적고 고령인구가 많은 보은군과 같은 소지역은 지방자치제라는 허울좋은 제도만 있을 뿐 여전히 관치나 다름없는 행정이 횡행하고 있고 주민과의 협치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더욱이 과거 면자치제가 시군자치제로 부활되면서 모든 것이 군청 소재지인 읍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면 소재지 구심은 급속하게 약화됐다. 행정적으로 자체 기획기능이 지극히 제한되고 군의 정책을 단순 이행하는 기관으로 전락, 군의 들러리에 불과하다.
과거 읍면마다 개설됐던 오일장이 관기와 원남, 회인을 빼놓고 없어졌다. 이것마저도 장터에 전을 펴는 장꾼이 10명도 안될 정도다. 명맥유지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초등학교도 면마다 5, 6개씩 있었으나 한 개 초등학교 유지도 힘든 상황이다. 면 지역의 위축은 시간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이같은 폐해를 해결하기 위해 지방자치를 군단위 자치에서 지역 속으로 더 들어가 면자치, 마을자치로 시행해 마을 주민들이 스스로 지역에 필요한 정책을 결정하고 주민들의 행복한 미래를 설계하는 지역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이 아니어서 전문성을 떨어지겠지만 그 지역의 문제를 가장 잘 아는 주체는 바로 주민들이고 이를 해결한 사람들도 주민들이기 때문에 느리지만 고민하고 논의하는 시간을 가져 마을의 미래를 만들어 가는 구조로 운영하고 있다. 지방자치제 시행의 이유는 주민의 복리 증진과 주민 스스로가 결정하고 책임질 수 있는 건전한 풀뿌리 민주주의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보은군은 지방자치제 시행 햇수로 30년, 민선 7기를 이어오면서 갈수록 더욱더 군으로 귀속시키고 면은 부속단위에 불과하다. 면이 스스로 미래를 열어가는데 지극히 제한적이다. 90년대 이전 관치행정, 구태의연한 행정의 틀을 보은군은 여전히 벗지 못하고 있다.
읍면이 스스로 지역의 필요한 정책을 발굴하고 행정과 의회가 이를 지원하는 선진지역의 자치현황을 보도, 우리지역이 안고 있는 문제는 무엇이며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과제를 던진다. <편집자 주>

 

▲안종천 민간인 면장이 들어온 후 처음엔 공무원 중심으로 불법 쓰레기를 수거했으나 주민들도 문제의식을 갖게 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회단체로까지 확대해 지금은 주민 스스로 깨끗한 거리 조성을 해야한다는 경각심을 갖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한다.
▲안종천 민간인 면장이 들어온 후 처음엔 공무원 중심으로 불법 쓰레기를 수거했으나 주민들도 문제의식을 갖게 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회단체로까지 확대해 지금은 주민 스스로 깨끗한 거리 조성을 해야한다는 경각심을 갖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한다.

과연 민간인을 면장으로 선출했을 때 조직관리와 주민들과의 관계에 한계는 없을까? 민간인 면장 전국 2호인 경북 의성군 안계면 안종천 면장이 있는 안계면에서 만난 주민들의 호응도는 매우 높았다.
안계면 이장협의회장인 우삼영(63, 안계면 용기7리)씨의 말을 그대로 옮긴다. "최 말단 행정조직의 수장인 면장은 주민과 대면하는 최일선의 수장이다. 관선 면장은 임기 1년간이지만 역량을 펼칠 기회가 없다. 우리 눈에는 대충 1년간 시간을 때웠다가 좋은 자리로 가려는 것으로만 보인다. 하지만 민간인 공모면장은 소신을 갖고 일을 한다. 특히 이 면장은  관료의식이 없어서 좋다. 새벽에 일어나 걸어서 각 마을을 다니며 살핀다. 다니다가 모판에 상토넣는 것을 보면 상토도 넣어주면서 농민 실정도 파악한다. 종량제 봉투를 사용하지 않아서 마을마다 불법쓰레기가 미관을 크게 해쳤는데 지역 사회단체 회원들과 수거하면서 불법 투기하면 안된다는 의식을 심어주고 마을도 깨끗하게 만들었다. 또 꽃을 심어서 양심을 저버리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했다. 면장이 임기 2년인데 우리는 다음에도 공모면장 원하지 군수가 일방적으로 보내는 관선 면장 원하지 않아."
이게 다는 아니지만 주민들 사이에서 민간인 공모면장제가 도입되고 지역이 변화하는 것을 체함하며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는 것.
당초 안계면장을 공모할 때 1차에 10명이 응모했지만 적임자가 없었다. 의성군은 2차 공모를 실시했고 여기에 14명이 응모해 교수 등 외부인사 5명으로 꾸린 선발심사위원회가 서류전형과 면접을 통해 7명을 선정했다. 여기서 다시 2명의 후보군을 선정한 의성군은 주민심사에 앞서 안계면에서 추진 중인 각종 사업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해당 분야 관계자들과 워크숍 및 주민대표 간담회를 가졌다.
이후 마지막 관문인 50여명의 주민 심사단 앞에서 2명의 후보자는 안계면장으로서 수행할 직무수행 계획을 발표하고 이에 대한 질의·응답을 통한 심사 등 종합적 평가를 통해 안종천(48)씨를 최종합격자로 결정했다.
주민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았고 민간인 면장을 수행 중인 현재 선호도가 높은 안계면 안종천 면장은 국토연구원 출신 박사다. 국무총리실 전문연구위원, 국토교통부 전문위원도 지냈다. 새만금 종합개발계획 등 국토연구원에 굵직한 국토개발계획을 수립했다. 도시재생에 대한 관심이 높아 관련 책도 집필했다.

▲분리수거되지 않은 채 후미진 곳 등 거리 곳곳에 불법으로 버려진 쓰레기가 쌓여있어도 치우지 않았으나 안종천 면장은 쓰레기를 분리수거해 버리면서 다시는 쓰레기를 버리지 않도록 계도문구를 붙여 주민 의식개혁을 유도했다. 그 덕분인지 주민들이 아무렇게나 쓰레기를 버리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분리수거되지 않은 채 후미진 곳 등 거리 곳곳에 불법으로 버려진 쓰레기가 쌓여있어도 치우지 않았으나 안종천 면장은 쓰레기를 분리수거해 버리면서 다시는 쓰레기를 버리지 않도록 계도문구를 붙여 주민 의식개혁을 유도했다. 그 덕분인지 주민들이 아무렇게나 쓰레기를 버리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농촌을 새롭게 살리는데 역할을 하고 싶다
경북 풍기가 고향인 안 박사가 시골 면장으로 온 이유는 현장에서 직접 농촌을 바꾸기 위해서였다. 농촌은 침체속도가 빠르고 한 템포만 늦어지면 무너지기 때문에 자신이 가진 지식과 경험을 현장에서 실천하고 농촌을 새롭게 살리는데 역할을 하고 싶은 것이 지원 동기다.
"마을 운영계획과 관련해서는 최악의 지방소멸지역 위험을 안고 있는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안계면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초점을 두면서 주민이 먼저 만족해야 외부인도 만족하기 때문에 주민이 행복을 체감하는 정책을 수립하고 상부상조의 아름다운 전통을 발굴하고 계승하는 정책으로 주민이 협력하고 화합하는 원팀, 안계면을 만들겠다는 것." 이는 지난 7월 안종천 면장이 취임식 때 밝힌 포부다.
안 면장은 경북도와 의성군에서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이웃사촌 청년 시범마을 조성사업의 성공적인 착륙을 위해 모니터링을 통해 사라져가는 농촌을 살아나는 농촌으로 만드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간인 공모 면장 심사위원단 앞에서 면 운영계획을 발표하고 있는 안종천 면장.
▲민간인 공모 면장 심사위원단 앞에서 면 운영계획을 발표하고 있는 안종천 면장.

#읍면장 민간에 개방 사례 늘고 있다
안계면처럼 민간개방읍면동장제를 시행하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
정책과정에 주민이 참여하고 결정함으로써 주민이 진정 주인이 되는 참여자치를 위해 읍면동장에 민간을 참여시키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 시작은 2018년 서울 금천구 독산 4동장이다. 금천구는 독산4동장을 민간에 개방하면서 전국 기초지자체 중 최초를 기록했다.
민간인 동장은 독산4동의 변화를 이끌었다. 재활용 정거장 분리수거 거치대를 설치해 마을의 쓰레기 불법 투기 문제를 해결했다. 주차난 해소를 위해 공유주차장을 마련하고 여름철 무료 풀장을 마련하는 등 마을을 변화시켰다.
면장 중 전국 1호는 2019년 선출한 순천시 낙안면장이다. 임기 2년 중 1년5개월을 수행하다 중도 낙마했지만 민간인 낙안면장은 전국 최초 면단위 30년 종합계획 수립한 것을 비롯해 작은 도서관 건립, 마을기업 육성, 낙안면 생활문화센터 유치 등의 성과를 보였다.
충남도도 2022년까지 공주시 중학동과 당진시 신평면에서 민간개방형읍면동장제를 시범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충청남도는 기존의 일률적이고 한정된 공직 내부의 인적 자원 활용과 인사방침에서 벗어나 주민과 가장 밀접한 곳에서 활발하게 활동할 읍면동장을 민간인 개방형으로 선출한다는 방침이다.

▲안계면 주민자치학교 수료식 및 주민자치위원으로 활동할 위원을 추첨하고 있는 모습이다.
▲안계면 주민자치학교 수료식 및 주민자치위원으로 활동할 위원을 추첨하고 있는 모습이다.

#내부 직위공모제 시행 지자체 늘어
내부직위공모제도 늘고 있다 내부 직위공모제는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지만 주민이 우리읍면동장을 선출하는 것이다.
지난호에 보도했던 광산형 직접민주주의 모델이 뿌리내린 광주광역시 광산구는 지난 2014년 내부 공모를 통해 주민이 동장을 선출하고 있다.
처음 수완동장을 시작으로 송정1동장, 도산동장, 첨단1동장, 우산동장, 운남동장 등 동장 추천제를 넓혀가고 있다.
광산구의 동장 주민추천제는 많은 효과를 가져왔다. 주민이 직접 동장을 선출해 생긴 관심도가 더 좋은 마을만들기 활동으로 이어지고, 주민에 의해 선출된 동장인 만큼 그렇지 않은 곳보다 지역사회와의 소통에 더욱 힘써 행정의 만족도가 높이지고, 인사권자에게 줄을 서는 대신 능력과 추진력으로 주민의 선택을 받는 제도로 정착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광산구의 사례는 세종시에 영향을 미쳐 세종시도 내부공모 읍면동장제를 시행하고 있다. 세종시는 지난 2018년 도입해 현재는 조치원읍, 한솔동, 도담동, 전의면, 연서면장 등 19곳 중 11곳에서 직위공모를 통한 읍면동장이 일하고 있다.
충남 논산시는 내년 1월까지 논산시내 모든 읍면동장을 내부 공무원 중 직위를 공모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주민들이 선출해 임명하는 것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읍면동장을 선발하는데 주민참여는 10대부터 80대까지 보장하고 있다. 논산시는 마을운영계획이 담긴 정견발표를 듣고 질의 토론을 거쳐 추천위원들의 추천을 통해 임명한다는 방침이다.
논산시는 읍면동장 시민추천 공모제를 계기로 시민이 직접 시 정책과정에 참여하고 결정함으로써 주민이 진정한 주인이 되는 풀뿌리민주주의 성공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논산시는 지난 2019년 마을자치회 설치 및 운영조례를 만들어 주민세 전액을 주민들에게 환원해 주민들이 직접 쓰도록 하는 등 직접 민주행정 추진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같이 선진지자체는 주민들이 스스로 행정에 참여해서 정책을 결정하고, 또 결정된 정책이 직접 실천되도록 하는 주민주도의 자치를 실천하고 있다. 보은군은 아직도 자치역량 강화에 장벽을 치고 있다. 주민의 역할을 군수를 선출하고 의원을 선출하는데 그치고 있다. 보은군이 모든 정책을 결정하고 각 지역에 뿌리는 정책을 시혜처럼 받아들여야 하는 보조자에 머물러 있다. 보은군이 주민을 정책결정에 직접 참여시키는 자치역량의 강화가 요구된다.

▲안종천 민간인 공모면장은 임기를 시작하면서 지저분했던 거리미관조성에 심혈을 기울였다. 거리에튤립 꽃 화분을 놓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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