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통 회남 법수리 맛집 우정횟집
40년 전통 회남 법수리 맛집 우정횟집
  • 심우리
  • 승인 2020.10.29 09:50
  • 호수 56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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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빔회 처음 개발한 김광기씨
현재 환경운동가로도 활동
40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우정횟집. 지금은 손님이 거의 없지만 옛날에는 비빔회를 먹으러 찾아온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청주나 보은 곳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심심치 않게 송어 횟집을 볼 수 있다. 송어회는 다른 회들처럼 회를 초장에 찍어 먹는 방식이 아닌 상추나 깻잎 등의 채소와 마늘, 콩가루와 함께 그릇에 덜어 초장을 뿌려 비벼먹는 비빔회로 많이 먹곤 한다. 이렇듯 보통 회와는 다른 비빔회는 흔히 '개발한 사람은 상 줘야한다'는 표현이 무색한 특이하면서도 맛있는 요리로 손꼽힌다. 청주나 보은 외에도 전국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이 비빔회. 이런 비빔회를 처음 개발한 사람이 지금은 사람들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는 회남면 법수리에 살고 있다. 법수리 우정 횟집을 운영 중인 김광기씨(75)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김광기씨와 연규월씨(74) 부부는 이 곳 법수리에서 40년이 넘게 우정횟집을 지키고 있다. 지금은 사람들도 거의 없고, 차로 들어가기에도 힘든 곳에 위치했지만 옛날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을 정도였다는 김광기씨의 말에 조용히 앉아 김광기씨가 풀어놓는 추억의 보따리 속으로 빠져들어 가본다.

40년동안 우정횟집을 운영하고 있는 연주월·김광기 부부.
40년동안 우정횟집을 운영하고 있는 연규월·김광기 부부.

#대전과 보은을 오가며 택시를 몰던 김광기씨
김광기씨는 태어날 적부터 줄곧 회남에서 나고 자랐다. 회님면 용호리에서 태어난 김광기씨는 어릴적부터 아버지가 운수업에 종사했다고 한다. 김광씨의 아버지가 나이가 들고 일을 그만두시게 되면서 가업을 물려 받아 운수업에 종사했다. 이후에 김광기씨는 대전으로 나가 개인택시를 운용하기도 했다. 대청댐이 조성되기 전 나고 자란 용호리로 귀향해 농사도 짓고, 보은 내에서 택시기사 일도 하면서 지냈다. 그러던 중 1980년 대청댐 조성으로 살고있던 용호리 집이 물에 잠기게 되자, 법수리로 이사한 김광기씨와 연주월씨 부부는 우정여관과 함께 정미소도 운영하기 시작했다.

우정횟집이 비빔회의 시초라는 것을 인증해주는 나무패.
우정횟집이 비빔회의 시초라는 것을 인증해주는 나무패.

#비빔회의 개발로 선풍적인 인기를 맞은 우정횟집
우정여관을 시작한 김광기씨는 여관과 함께 식당도 운영을 했는데, 당시는 댐이 조성되기 전이라 금강에서 나오는 빠가, 매기 등의 민물고기를 직접 잡아 매운탕을 끓여 팔았다. 대청댐이 들어서고 가두리 양식장이 생긴 이후부터는 향어나 송어를 양식장에서 사들여 향어와 송어로도 매운탕을 끓였다고 한다. 나중에 김광기씨는 향어나 송어 등의 민물고기를 가지고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바닷물고기를 회로 떠 먹는 것을 그대로 응용해 민물고기를 회로 떠서 올리기 시작했다.
이후에는 육지 사람이라 그런지 그냥 회로 먹기에는 거부감이 든다고 느껴 미나리, 쑥갓, 당근, 양배추 등의 다양한 나물을 곁들인 비빔회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는데, 이 비빔회가 당시에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 인기가 너무 좋아 청주나 대전에서 찾아와 먹는 손님들이 많았고 한다. 많을때는 200여명의 손님이 여관과 식당을 이용했는데, 김광기씨가 직접 대전과 청주를 오가며 손님들을 싫어 나르기도 했다. 나중에는 여관 공간만으로는 자리가 모자라 여관 뒤에 별도의 식당을 지어 우정횟집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당시 찾는 손님들이 너무 많아 김광기씨와 연주월씨 부부만으로는 횟집을 운영하기가 어려웠고, 직원을 몇 명 두고 운영했는데, 이 직원들이 우정 식당에서 비빔회 만드는 것을 배워서는 나가 따로 식당을 차려 비빔회를 팔 정도였다. 지금은 회를 나물들과 함께 초장에 비벼 먹는 것이 흔한 메뉴이지만, 김광기씨가 하는 우정횟집 외에는 없었다.
우정횟집에서 일했던 직원들이 나가서 비빔회 식당을 차렸다. 다른 지역으로도 비빔회가 알려지면서 대중적인 메뉴가 됐다고 한다.
김광기씨는 당시 생각을 하면 특허라도 내 둘걸 그랬다며 농담을 던졌다.
그렇게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우정 횟집은 가두리 양식장이 폐쇠되면서 점점 사람들의 발길이 줄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하나 둘씩 떠나고...
가두리 양식장에서 공수해온 향어와 송어가 비빔회로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당시 가두리 양식장으로 인한 환경오염이 심하다며 환경부는 가두리 양식장을 폐쇄했고, 또 대청호 주변의 산이나 땅 등 매물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양식장을 하던 사람들도 양식장이 폐쇄되면서 횟집을 운영하던 식당들도 하나둘씩 문을 닫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김광기씨는 향어를 공수해오던 거래처에서 계속 향어를 거래할 수 있었지만, 14군데나 되던 회남의 횟집이 4곳으로 줄어든 만큼 손님들도 많이 줄었다.
또한 향어나 송어를 계속 공수해 올 수 있다고는 해도 가두리 양식장이 있을 때 보다는 어려움도 있었다.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들다보니 이제는 직접 회를 뜨는 것도 버거워졌지만 김광기씨는 직접 고기배를 몰고 나가 그물이나 발 등을 이용해 붕어 같은 것들을 잡아와 붕어찜을 만들어 팔고 있다.
하지만 손님이 줄어들면서 그나마 가끔 오는 손님들에게 매운탕이나 붕어찜을 파는 것이 고작이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손님들의 발길은 더욱 뜸해졌다.

#환경운동가로도 활동중인 김광기씨
비빔회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우정 횟집에 손님이 끊이지 않을 정도였지만 김광기씨는 자녀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김광기씨는 슬하에 2남 2녀의 자녀를 두었는데, 우정횟집을 운영하며 벌어들인 수익을 자녀들에게 쓰기보다 환경운동을 하는데 더 많이 썼다는 것. 김광기씨는 가두리 양식장이 폐쇄되고 금강 물이 오염되자, 본격적으로 환경운동에 힘썼다.
보은군 상수도 수질 감시위원, 대청댐 호소 명예 물 감시원 등 환경운동가로서 활동을 하며 지금까지도 틈만나면 비가 오고난 후 물이 불었다 빠지면 떠내려온 쓰레기들을 혼자 가서 줍고 치우고 있다.
김광기씨는 올해 여름 장마 후 물에 떠내러온 쓰레기들을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시간날 때마다 가서 치우는 거여. 근데 치워도 비가 오면 또 내려오고 끝도 없어"라며 마음 한 켠의 안타까움을 토해낸다.
이제는 손님의 발길도 거의 닿지 않는 우정횟집.
언제까지 우정횟집을 운영하고 싶냐는 물음에 김광기씨는 그저 웃으며 "먹고 살려면 계속 해야지"라고 할 뿐이었다.
우정횟집은 예전 비빔회를 찾던 손님들로 발길이 끊이지 않던 그 모습 그대로 매일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문의 : 043)542-8523
주소 : 회남면 연꽃마을길 7

당시 우정횟집만이 가지고 있던 공중전화기이다.
40년전 우정 여관을 처음 운영할 때에 심은 밤나무는 어느덧 자라 거목이 되었다.
옛날에 쓰던 물건을 식당 밖 한곳에 잘 모아 보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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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재희 2020-10-30 19:03:05
작성자님, 좋은 게시글 너무 감사드립니다.
다름이 아니라, 저희 조부모님이신데 저희 할머님 성함이 잘못나와서 가능하시면 수정부탁드려도 될까요?? 연규월 이십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