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과 병역
방탄소년단과 병역
  • 보은사람들
  • 승인 2020.10.22 09:28
  • 호수 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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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리스트 이 만 동
조자용민문화연구회 대표, 도화리

속리산이 붉게 물들어가고, 들판에 벼들이 노랗게 익어 고개를 숙이고 있다.  보은 대추 역시 붉게 익어가는 수확의 계절, 단풍놀이의 계절이다. 이 때쯤이면 매년 세계가 주목하는 관심사가 있다. 노벨상이다. 올해는 특히 '나노입자 연구'로 서울대 현택환 교수가 노벨화학상 후보로 거론되면서 국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수상은 하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현재까지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았을 뿐, 학문·과학 분야나 예술 분야 등 어느 곳에서도 노벨상을 수상한 적이 없다.
'다이너마이트'를 개발한 스웨덴의 과학자 노벨이 제정한 노벨상이 관심을 받고 있는 요즘, 재미있게도 한국의 보이그룹 방탄소년단이 '다이너마이트'라는 제목의 신곡으로 미국 빌보드지가 선정하는 '핫100'에서 1위를 차지, 세계적인 관심을 끌면서 한국 대중예술 문화의 새로운 역사를 펼쳐나가고 있다.
과연 노벨상 수상과 방탄소년단의 빌보드 '핫100' 1위를 차지한 것 중 어느 것이 대한민국의  위상을 세계에 알리는 데 더욱 큰 의미가 있는 것일까? 그것을 계량적으로 계산할 수는 없겠으나 나는 개인적으로 방탄소년단이 세계 대중음악계에 일으키고 있는 엄청난 한류 돌풍 및 콧대 높은 미국에서 빌보드 1위를 차지한 것이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 국가가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경제력과 경제력이 뒷받침된 과학의 발전, 그리고 그에 따른 군사력 등이 우선 되겠지만, 대중들에게는 장기적으로 그 국가에 대해 인식되는 강한 인상과 몸 속 깊이 각인되어지는 문화예술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그 중에서도 음악은 그 파급효과와 영향력이 매우 강력하다 하겠다.
해방 이후 우리나라에는 서구 문화가 물밀 듯이 밀려들어왔다. 그 중 서양음악이 우리에게 끼친 영향은 엄청나다. 중·고등학생 이상이면 누구나 팝송을 흥얼거리고 팝송을 모르면 무언가 뒤떨어진 사람 취급을 당했다. 편향적인 학교 음악 교육도 그런 인식을 갖게 하는데 일조를 했다. 우리 음악은 뒷전이고 베토벤, 모차르트, 슈베르트를 우선적으로 가르쳤다. 물론 그들의 음악도 훌륭하다. 하지만 우리 것은 가르치지 않고 오로지 서양음악만이 우수하다고 가르친 것은 커다란 잘못이었다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판소리나 우리 악기들로 구성된 국악 공연들을 들어본 기억이 없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서양문화가 우리 문화보다 우월하다는 인식을 갖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지금 세계 젊은이들은 방탄소년단의 음악에 열광하고 있다. 그들이 던지는 메시지, 그들의 음악 그리고 그들의 조국인 한국과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들의 잠재의식 속에 코리아라는 나라의 문화예술의 우월성이 자연스레 심어지고 그 우월성에 대한 동경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방탄소년단이 세계에 펼치고 있는 국위 선양의 크기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것 이상의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올림픽 금메달 수상자들이 병역 면제를 받는다면 방탄소년단도 당연히 병역면제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순수 예술인들이 국내 대회 1위를 하면 병역면제를 받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이나 무언가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순수예술, 대중예술이라는 구분 자체가 무의미하고 모순이다. 모차르트, 베토벤도 당시에는 대중예술가였다.
운동선수들은 대개 10대, 20대 때 올림픽 금메달을 딴다. 그 시기에 인간의 체력이 가장 정점에 달하기 때문이다. 예술가 역시 마찬가지로 10대, 20대 때가 가장 창의적인 천재성을 발휘할 시기이다. 굳이 모차르트 등을 거론할 것도 없이, 세계적인 천재들의 훌륭한 작품들은 거의 다 10대, 20대 때 탄생한 것들이다. 한 개인이 국가에 기여하는 방법은 다양하다고 생각한다. 각자가 갖고 있는 재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해주는 것도 국가의 의무이자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국방은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획일적으로 규정하는 사고에서는 벗어날 때가 된 듯하다.
아울러 이 기회에 모병제에 대한 논의도 신중하게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출산이 줄어들고 군 입대자 수가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서 언제까지나 경직된 병역제도를 고집할 것인가. 현대전은 군인의 수가 아니라 전문적인 군 인력과 기술적 장비가 승리를 좌우할 수 있는 시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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