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마을자치활성화] 안남면, 옥천의 가장 작은 면이지만 특별한 자치활동으로 눈길
[기획 : 마을자치활성화] 안남면, 옥천의 가장 작은 면이지만 특별한 자치활동으로 눈길
  • 송진선 기자
  • 승인 2020.10.15 11:31
  • 호수 56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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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촘한 풀뿌리경제활동으로 살맛나는 지역공동체 안남에 한발 더 다가가

보도순서
①주민이 주도하는 자치해볼까- 충남 서천 마산면 사례

②일상의 민주주의 실현-자치 모범 옥천군 안남면의 사례(안남면지역발전위원회)

▶③일상의 민주주의 실현-자치 모범 옥천군 안남면의 사례(촘촘한 자치활동 눈길)

④주민참여예산 첫 시행한 광주시 광산구의 사례
⑤경북 의성군 안계면 공모 민간인 면장
⑥보은군 풀뿌리 주민자치, 어디까지 왔나

지난 호에서 본보는 본 지면을 통해 옥천 안남이 자치를 할 수 있었던 정점에 안남면지역발전위원회가 있음을 밝힌 바 있다.
안남에서 진행되고 각종 사업은 바로 안남면지역발전위원회에서 의결한 사업이다. 여기에는 단일 마을이 아닌 2, 3개 마을을 권역으로 묶는 농촌종합개발사업까지도 포함하고 있다. 어느 권역을 묶으면 좋겠다는 것도 안건으로 상정해 안남지발위에서 의결한 것. 사업은 일방으로 밀어붙이는 방식이 아니라 결정하는데 시간이 지연되더라도 주민 합의를 이끌어내는 방식이다.

이렇게 15년간 주민들간 소통을 이끌고 안남 주민들의 삶이 조금이나마 나아지는데 대다수 사업을 풀뿌리 주민자치조직 안남지발위가 기여한 공로로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다.
안남면사무소(행정복지센터) 앞에 넓은 잔디광장이 있다. 광장에는 소재지의 자연마을 이름인 주암(舟巖)리, 배바우를 상징화 해 바다를 항해하는 배바우가 눈길을 끈다. 면내 12개 마을의 돌로 쌓은 돌탑, 12개 마을을 상징하는 소나무도 있는 잔디광장에서는 안남주민을 위한 축제인 작은음악회를 비롯해 면내 각종 행사가 펼쳐지고 근사한 결혼식도 열린다. 안남이니까 가능하다.
이번호에서는 안남 배바우도서관, 안남 마을순환버스, 배바우마을신문, 배바우장터, 산수화권역·(영)안남배바우공동체·안남농촌중심지활성화사업 등 안남의 경제공동체 구현을 위한 다양한 자치사례를 소개한다.

옥천 주민자치의 상징인 배바우작은도서관.
옥천 주민자치의 상징인 배바우작은도서관.

#안남자치의 상징, 배바우작은도서관
안남 배바우도서관은 전국 면단위 최초로 설립된 도서관이다. 인구 1천여명에 불과한 안남면에서 주민들의 힘에 의해 만들어진 배바우작은도서관은 옥천 주민자치의 상징으로 손꼽힌다.
보은과 마찬가지로 안남면도 자녀의 교육을 이유로 이사를 가는 사람들이 늘자 도서관을 디딤돌 삼아 돌아오는 농촌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뜻있는 주민들이 작은도서관 건립에 대한 논의를 하기 시작, 드디어 2006년 도서관은 단순히 책 읽는 곳을 넘어 안남의 미래를 기르는 일이라는데 공감하고 안남면 작은도서관 설립 추진위원회를 조직했다.
도서관건립추진위원회는 매주 월요일 저녁 7시에 모여서 도서관 공부를 했고 순천, 금산 등 각 지역에 있는 도서관을 견학하는 등 본격적인 행동에 나섰다. 그리고 2007년 국립중앙도서관 공모한 사업에 안남면이 선정되면서 건축비 2억원을 확보했고 도서관 부지(535㎡)는 안남농협에서 영구 무상임대가 확정되면서 탄력을 받았다. 2007년 3월 도서관 건립공사를 착공해 7월 완공한 추진위는 도서관 운영비 확보를 위해 옥천군과 지난한 대화와 투쟁 끝에 예산지원을 관철했다. 당시 옥천군은 군에 기부채납할 것을 요구했지만 안남지발위는 군의 제안을 거부하며 주민의 힘으로 만든 만큼 주민의 힘으로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관철 도서관 운영비를 확보했다.
도서관건립추진위원회는 도서관운영위원회로 변경했고 주민 100여명도 후원회원으로 참여하는 등 도서관 운영에 안남면 주민들이 함께 하고 있다. 매월 70만원 안팎의 정기후원금 외에도 쌀과 간식, 제철 농산물을 도서관에 보내주고 있다.
배바우도서관은 아이들의 먹을거리 마련하는 것에서부터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고 있다. 보은군의 각 면지역처럼 하교 후에는 아이들이 갈만한 곳이 없는 안남면의 아이들은 학교공부가 끝나거나 주말이면 대부분 도서관에서 밥도 먹고 책고 읽고, 친구들과 놀면서 시간을 보낸다. 도서관은 학교밖의 또다른 학교이자 방과후 보육시설 역할까지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도서관이 운영되면서 배바우 소식지를 발행하다 2011년 9월에는 배바우신문으로 재창간되면서 명실상부 면단위 마을신문으로 재정비됐다. 도서관 소식 뿐만 아니라 지역소식이 가득담긴 안남사람들의 신문으로 승화됐다.
정순영 옥천순환경제센터 사무국장은 "농업의 쇠락으로 농촌의 삶도 황폐화 되고 있지만 시골에서 과연 아이들을 기를 수 있을까란 고민을 하고 이사오는 것을 주저하기 마련이지만 도서관을 방문해보고 도서관이 있는 안남이 좋아 안남살이를 하고 있다"며 "주민 스스로의 힘으로 도서관을 운영해온 것을 보면 안남의 힘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안남면 마을순환버스
안남면 마을순환버스

#일요일 빼고 매일 면 순환하는 버스 운행
자가용차량이 있는 사람들에게 마을 순환버스에 대한 공감감은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어린이, 노인 등 교통약자들에게 마을을 순환하는 버스는 그야말로 발이다. 안남면을 순환하는 버스가 생긴 것은 2007년 안남지발위가 주민들에게 안남면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조사했을 때 최우선 순위로 손꼽은 것에 기인한다.
한글공부를 하는 안남의 어머니들은 마을에서 주민자치센터로 나와야 하고, 주말에 도서관을 오고싶어 하는 어린이들이나 청소년들에게 버스는 절실한데 면 소재지까지 나오기가 쉽지 않았던 것.
2008년 안남지발위는 물이용기금 중 지원사업비를 이용해 마을순환버스를 구입을 결정했다. 그러나 마을순환버스 운행하기까지는 1년 6개월이 걸렸다. 당시 버스회사의 반발과 여객운수사업법 규정 등에 묶여 옥천군이 지원결정을 미뤘던 것. 그러다 문화시설이나 도서관 같은 곳은 주민편익을 위해 셔틀버스를 운행할 수 있다는 해석에 따라 2009년 6월 도서관 셔틀버스 형식으로 드디어 순환버스 운행을 시작했다. 무료로 운행되는 순환버스는 매주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8시부터 저녁 6시까지 면내 마을 구석구석을 운행한다. 유류비 등 운영비와 버스기사 인건비는 안남면 주민지원사업비와 옥천군의 작은도서관 순환버스 인건비로 해결하고 있다.
주민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사업으로 손꼽히는 순환버스 운행으로 주민들은 더 자주 만나고 면에서 구입하는 물품이 늘면서 면 경제 활성화로도 이어지고 있다. 안남 마을순환버스 사업은 인근 안내면 마을순환버스가 도입되는 등 확산효과까지 가져왔다.

안남배바우공동체영농조합 배바우콩나물
안남배바우공동체영농조합 배바우콩나물

#경제공동체 영농법인으로 촘촘한 안남살림 이어가
사람과 자연, 농촌과 도시가 관계하며 순환공생하는 안남경제공동체 건설은 안남면의 지향점이다. 시작은 2011년부터 총 54억원이 투입된 산수화권역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 안남면 소재지를 중심으로 5개 마을이 대상지이지만 안남은 5개마을에 국한하지 않고 이 사업을 기회로 면 전체 주민들이 먹고 사는 것까지 함께 해결하는 경제공동체 구성을 목표로 했다.
담장정비, 안길포장, 마을회관 건립이나 리모델링 하는 등 숙원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추진한 우리지역의 방식이 아니라 산수화권역은 면의 미래먹거리를 마련하는데 사업의 방향을 정했다. 친환경 학교급식단지 조성과 도농교류 활성화를 통한 로컬푸드의 네트워크 거점 조성을 위해 친환경지원센터와 배바우도농교류센터를 건립했다. 권역에서는 로컬푸드 식당 및 숙박, 회의실 임대사업, 두부가공체험 등을 할 수 있는 도농센터를 비롯해 콩나물 가공공장과 잡곡도정 등 특화작물 가공사업장을 만들어 도농교류 및 면내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가공해 배바우 브랜드로 판매되고 있다.
또 안남지발위에서는 인구 감소로 사라진 안남5일장을 30여년만에 매달 넷째주 토요일만 운영되는 배바우 장터로 복원했다. 로컬푸드 판매장으로서의 시장 기능뿐만 아니라 주민 교류 및 화합의 장으로 발전하고 있다.
권역사업 종료 후에는 2016년 65명이 1억원을 출자해 안남배바우공동체영농조합법인을 설립, 현재 지역사회공헌형 사회적기업으로 인정받아 운영되고 있다. 여기서 배바우도농교류센터와 가공공장 등 경제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도농교류 사업을 추진하고 옥천푸드 생산거점으로서 공공급식 식자재 공급은 물론 옥천로컬푸드직매장에 안남의 농산물을 공급하고 있다.
안남은 권역사업으로 지은 시설들을 놀리지 않고 운영하고 있다. 보은군내 각종 권역사업, 창조적마을만들기 등 마을만들기 사업으로 각종 시설물을 만들어놓았으나 사업 종료 후에는 이용하지 않아 자물쇠를 채워놓거나 개인 또는 단체에 임대한 것과 크게 다르다. 운영보다는 시설물을 설치에만 주안점을 뒀기 때문이다.
안남면은 2018년에는 중심지활성화사업인 기초생활거점육성사업에도 선정돼 40억원을 확보했다. 안남면은 이 사업을 계기로 또 한 번 성장하는 기회를 잡았다. 특별주민지원사업 12억원, 안남면특화발전사업 7억원 등 총 59억원을 투입해 가칭 배바우행복마당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안남어머니학교

이 사업으로 안남면은 작은목욕탕과 노인주간보호센터 역할을 할 수 있는 노인복지시설 및 헬스장 등을 갖춘 실내체육시설, 로컬푸드 전시판매장 등을 건립하게 된다. 또 도농교류센터에는 안남으로 귀농할 사람들이 거주공간을 마련할 때까지 거처할 수 있도록 공간도 만든다.
풀뿌리경제조직으로 그 역할을 다하고 있는 안남의 배바우공동체영농조합법인의 운영사례를 보은군의 각 법인에서도 눈여겨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안남에서는 이 사업이 완료되면 도서관, 순환버스, 배바우영농조합법인, 주간보호센터, 목욕탕, 카페, 안남로컬푸드직매장, 체육시설 등 사회적경제로 만들어지는 지역 일자리가 20명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보은군 어느 면 지역에서도 이같은 생산적인 일자리를 만든 곳 없다.
덕실마을이라고 불리는 안남면 도덕2리 주민이기도 한 정순영 옥천순환경제공동체 사무국장은 "경제적 이득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모든 일의 가치가 매겨지는 상황에서 안남은 배바우공동체영농조합법인 등 풀뿌리경제조직은 주민들의 삶의 질이 향상돼 살맛나는 지역공동체를 만든다는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며 "그럼으로써 아이가 웃고 어르신이 행복한 지역공동체 안남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배바우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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