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즐
퍼즐
  • 보은사람들
  • 승인 2020.10.15 09:46
  • 호수 56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칼럼니스트 강 환 욱
보은교육협동조합햇살마루 이사

요즘 머릿속에 오래 머무르고 있는 다섯 가지 단어가 있습니다. 집, 기본소득, 대안교육, 노작교육 그리고 놀이입니다.
집 이야기입니다. 꽤 오랫동안 집을 짓고 있습니다. 땅은 공짜입니다. 학교 안에 짓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건비도 들지 않습니다. 제가 틈틈이 짓고 있기 때문입니다. 순수히 재료비만 들어갑니다. 덕분에 집을 짓는데 들어가는 재료비를 상세히 알게 됩니다. 학교는 고맙게도 재료비를 마련해주었습니다. 저는 일을 벌인 그 책임을 혹독히 치르고 있습니다.
허가는 작업장이지만 아이들이 공부할 곳이기에 목조주택에 가깝게 하고 있습니다. 주로 손을 쓰는 공부가 될 것입니다. 목공을 하며 마음껏 뚝딱거리고 옷도 만드는 공간. 마을 사람들도 쓸 수 있는 공간. 그래서 학교 본관 외부에 독채로 있습니다. 독립적인 학교 공방인 셈입니다.
한때는 7시경에 출근해서 9시까지 공사를 하고 수업을 했습니다. 전담 수업 시간에도, 퇴근 후에도 공사를 했습니다. 그때 진도가 많이 나갔죠. 구조목으로 스터드라고 부르는 뼈대를 세울 때였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정을 지속할 수는 없었고, 지금은 좀 더 느슨하게 작업을 합니다. 다행히 건축을 하는 아버님, 목공교실을 같이하는 강사님, 주무관님의 도움으로 꽤 두꺼운 지붕을 올릴 수 있었고, 학교 실장님의 도움으로 전기공사를 합니다.
공방을 짓는 이유 그것도 직접 짓는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아이들은 무언가를 만들고자 하는 자연스러운 창조의 욕구가 있고 그것은 손의 재주를 기르는, 매우 격려 받아야 할 행위입니다. 자립의 기초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교실은 그러한 행위를 온전히 수용하지 못합니다. 작년에 교실과 목공의 동거를 시도했으나 옆 교실에 피해를 주는 소음, 공간의 협소함, 뒷정리의 문제 등 동거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절로 작업을 하고 싶게 만드는 매력적이고 독립적인 공간이 필요했습니다. '12년간 학교를 다녔지만 할 줄 아는 것이 문제풀이 밖에 없더라.'라고 하소연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그리고 예산이 부족하다며 한 해 두 해 미루는 것도 비겁한 일입니다. 아이들의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적은 예산이라도 마련해서 직접 짓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었습니다. 고맙게도 고비 때마다 도움의 손길이 나타났는데 이는 마치 예정된 길을 간다는 느낌을 줍니다. 실은 앞서 이야기한 다섯 단어가 모두 그런 느낌입니다. 이미 존재하고 있던 퍼즐 조각들을 단지 끼워 맞추고 있을 뿐이라는 느낌. 멈춰있을 때면 누군가가 나타나 퍼즐 조각을 주며 계속 가라고 합니다.
기본소득 이야기도 그러합니다. 아이들에게도 기본소득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빠져있는데 지인에게서 연락이 옵니다. 장학금을 의미 있게 쓸 곳이 있냐고 말이죠. 참으로 '이게 웬떡'입니까. 그분은 기본소득에 대한 이야기에 공감했고, 그리 쓰이게 해달라고 합니다. 다음 주에 전달식을 가질 예정입니다.
기본소득은 학교매점을 운영하면서 든 생각입니다. 아이들은 매점을 좋아합니다. 아이스크림, 핫도그, 과자, 만두 등 군침 도는 것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드나듦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주된 이유는 용돈의 차이인데 이것은 공평하지 않다고 느낍니다. 아이들은 이미 학생이라는 직업에 본분을 다하고 있는데 그들의 입장에서 최소한의 소비를 할 수 있는 기본소득이 없는 것은 문제입니다. 먹는 행복이 얼마나 큰지요. 그들에게도 정기적인 소득이 있어야 하고 소비와 저축을 꾸릴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아이들은 학교가 주는 용돈으로 생각하겠지요. 매주 받자마자 그 자리에서 사용하는 것, 모았다가 큰 것을 사는 것, 모아서 저축하는 것 등 여러 상황을 겪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은행처럼 이자도 생기면 더욱 재미있겠죠.
집과 기본소득 그리고 나머지 단어들이 제 관점에서는 한 곳을 향합니다. 자유로움입니다. 구속하던 것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