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마을자치 활성화] 주민자치 1번지 안남면엔 지역발전위원회가 있다
[기획 : 마을자치 활성화] 주민자치 1번지 안남면엔 지역발전위원회가 있다
  • 송진선 기자
  • 승인 2020.10.08 10:58
  • 호수 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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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남지발위는 안남 중장기계획 수립과 대청호물이용기금 주민지원사업계획도 확정
안남면지역발전위원회가 구성되고 일년내내 회의와 토론으로 해답을 찾아가고 있다. (사진출저 : 안남면지역발전위원회)
안남면지역발전위원회가 구성되고 일년내내 회의와 토론으로 해답을 찾아가고 있다.<사진제공 안남면지역발전위원회>

보도순서
①주민이 주도하는 자치해볼까- 충남 서천 마산면 사례
▶②일상의 민주주의 실현-자치 모범 옥천군 안남면의 사례(안남면지역발전위원회)

③일상의 민주주의 실현-자치 모범 옥천군 안남면의 사례
④주민참여예산 첫 시행한 광주시 광산구의 사례
⑤경북 의성군 안계면 공모 민간인 면장
⑥보은군 풀뿌리 주민자치, 어디까지 왔나

 

주민주도로 지역을 가꾸고 협동하며 주민 삶의 질을 높여나가고 있는 옥천군 안남면은 대한민국 자치1번지로 자부심이 크다. 옥천군 안남면 자치의 핵심은 바로 주민 참여와 자치역량에 기초하고 있다.
각종 개발사업에 행정이나 용역사의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지역의 당면과제를 주민 스스로 찾아 해결방안을 고민하고 주민합의를 통해 실행하고 있다. 그것도 주민주도의 사회적 경제방식으로 이뤄내고 있다.
각종 마을만들기 사업이 마을의 소수 리더들을 주체로 내세워 행정과 용역사가 주도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해 지원이 종료되는 순간 멈추고 행정과 주민, 용역사는 빠져나가 건물 하나 덩그러니 서있는 우리지역의 모습과 크게 다르다.
시간이 오래 걸릴지언정 주민합의를 이끄는 논의구조를 거친 주민주도의 안남 자치방식은 모범사례로 전국에 소개되고 있다. 또 환경부의 지침 변경도 이끌어낸 안남면이다.  주민자치 1번지로 자리매김한 안남의 자치 사례는 2회에 걸쳐 게재한다. 1편은 안남면의 민회와 같은 안남면지역발전위원회, 2편은 안남 방식에 의해 탄생한 배바우도서관, 안남 어머니학교, 안남마을순환버스, 배바우장터, 산수화권역,영농법인 경제공동체인 안남배바우공동체 등 사회적 경제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안남 자치의 산물을 소개한다.

안남면은 옥천군 9개 읍면 중에서 가장 작은 면이다. 인구는 9월말 현재 고작 793 가구 1천418명이다. 주민등록상 인구이니 대학생, 군인 등 외지 거주 인구를 제외하면 실거주 인구는 1천명 남짓 될 것으로 보인다.
보은에서 대전으로 가는 37번 국도를 따라가다보면 옥천군 안내면이 나오고 안내면에서 안내중학교 방향으로 진입, 그러니까 우리가 자주 오가는 큰 도로에서는 안남면을 찾을 수가 없다. 37번 국도에서 보면 첩첩산중으로 마을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안내중학교 앞을 지나 야트막한 고개를 넘으면 넓은 들녘이 펼쳐져 있다. 평화로운 느낌을 주는 그곳에 작은 마을, 안남면이 자리하고 있다.

#안남지발위는 안남 최고의 의사결정기구
주민자치위원회가 주민자치회의로 속속 전환하고 있다. 하지만 아래로부터 자발적 조직과 운영이라기 보다는 위로부터 전환이 추진되는 것이어서 사실상 명칭 변경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려워 보인다.
주민자치라는 의미를 담고 있기는 하나 진정한 주민자치의 실현, 주민자치 실질화에 부합하는 것인지 의문이 드는 가운데 이와는 관계없이 안남면은 이미 오래 전에 주민자치를 실행해왔다.
주민자치 1번지로 손꼽는 안남면의 자치를 얘기할 때 빼놓지 않는 것이 안남면지역발전위원회(이하 안남지발위)이다. 14년 전인 2006년 10월에 구성됐지만 지금 행정부가 추진하는 주민자치회 보다 훨씬 민주적이고, 아래로부터 생활권역의 공공성을 지켜내는데 마음을 모았다는데 의미가 크다.
안남지발위는 안남면 주민자치의 정점이다. 주민 스스로 면의 대소사를 의논하고 결정하는 최종 의결기구다. 여기서 결정된 것에 의해 각종 사업이 추진된다.
구성은 12개 마을 이장을 당연직으로 하고 각 마을에서 선출된 주민 1명씩 12명이 지역위원이 된다. 여기에 새마을부녀회, 의용소방대, 체육회, 적십자회, 자율방범대, 생활개선회, 풍물단, 주민자치위원회 등 면내 다양한 직능단체장들은 비례대표로 참여한다. 이렇게 3년임기의 총 36명으로 구성하고 여기서 위원장을 선출한다.
사실 지역에서는 이장협의회가 위냐, 주민자치위원회가 위냐는 등 면단위에서는 단체별로 보이지 않는 헤게모니 싸움이 있는 게 사실이다. 안남면은 지역발전위원회에 그 단체들을 모두 포함함으로써 주도권을 쥐기 위해 벌이는 소모적 논쟁의 빌미를 불식시켰다.
논의의 구조 또한 민주적이고 의사결정방식도 또한 주민에 천착하고 있다. 하다보면 지역발전위원회와 주민간, 또 지역발전위원간 갈등을 빚을 수도 있고 찬성파, 반대파로 나뉘어 서로가 생각하는 바대로 결정되게 하기 위해 밀어붙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안남면지역발전위원회는 밀어 붙이지 않는다. 결론이 안날 것 같으면 결정을 미룬다. 긴 시간이 걸리고 다소 지연되더라도 대화하고 토론하는 공론의 장을 멈추지 않는다.
왜냐하면 사적 이익이 아닌 지역을 위한 것이고 아래로부터 필요에 따라 요구되는 것을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디더라도 마음을 모아 생활권 삶터의 공공성을 지켜내고 있다.
면장은 지역발전위원회에서 모여진 목소리를 행정적으로 뒷받침해줄 수 있는가만 고민하면 된다. 민관협치가 아닌 주민 주도방식인 실질적 주민자치가 이곳에선 시행되고 있다.
사실 면장이 이장협의회 등 이장들과 협의해 결정된 사업들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나머지 주민들은 후에 방송을 통해 전달받는 방식인 우리지역 면단위 논의구조와는 너무 다르다.
소재지 가로변에 심는 꽃 하나도 주민들의 의견이 모아진 것이 아니라, 공무원들의 취향에 따라 꽃을 심는 것이 보통인 우리지역의 의사결정구조와는 출발부터 다른 안남의 자치인 것이다.
5기 중 1기부터 3기까지 안남면지역발전위원장을 지낸 주교종 옥천살림협동조합 상임이사는 이같은 안남방식에 대해 "특별하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서 상식적인 방식으로 지역과 농업의 문제를 풀어가는 평범한 실천"이라고 말했다.

행복한 안남, 살맛나는 안남' 비전 선포식을 갖고 주민지원사업 계획도 확정했다.
행복한 안남, 살맛나는 안남' 비전 선포식을 갖고 주민지원사업 계획도 확정했다.<사진제공 안남면지역발전위원회>

#안남지발위, 정부 지원지침도 변경시켜
대한민국 자치1번지로 주목받는 안남자치의 정점에 있는 안남지발위의 탄생은 대청호 물이용기금으로 받는 지원사업비 사용에 대한 주민의 고민에서 나왔다.
금강수계 상류에 위치한 안남면은 2003년부터 매년 물이용부담금으로 5억원 가량을 마을공동사업과 주민 직접지원 사업비로 받아왔다. 이 기금은 각 마을에 배분돼 농로포장, 마을회관 보수 등에 쓰였다.
장기적인 플랜에 따라 지역발전에 보탬이 되는 곳에 기금이 사용되기 보다는 매년 소모성으로 써버렸다. 이 부분을 고민했던 주교종씨 등은 주민지원사업비 중 일부라도 안남면 발전을 위해 써보자고 제안했다.
이 제안이 받아들여져 2006년 의사결정기구인 안남지발위를 조직하는 계기가 됐고 안남면으로 배분된 주민지원사업비 중 일부를 중장기적 발전계획을 세우는데 쓰는 것을 결정했다.
주민들의 이같은 결정은 환경부 정책에도 반영됐다. 2007년 주민지원사업 관련 지침 변경을 가져와 주민지원사업비 중 30%를 면 지역 전체를 위한 공동사업에 쓰는 것이 시범 실시됐고 2008년부터는 전체 대상 지역에 의무화시켰다.
안남면은 주민지원사업비의 30%인 1억5천만원으로 안남 발전의 밑그림을 그리는 안남의 중장기적인 발전계획 수립을 결정, ㈜지역농업네트워크와 ㈜이장을 컨설팅 업체로 선정했다.
컨설팅을 통해 안남면 농업농촌발전계획 수립, 안남면 농업관련 준수 조사, 안남면 관련 통계 자료 분석, 타 시군 면단위 선진지 견학, 행복한 안남면 만들기를 위한 주민교육, 안남면발전을 위한 사업 아이디어공모전을 갖는 등 안남면 주민 모두가 참여한 공론을 통해 안남면의 사업을 결정해나갔다.
이를 위해 매주 교육과 회의가 연속됐다. 지루한 면도 없지 않아 불참율이 높아지고 중간에 떨어져나갈 위원이 나올만도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살맛나는 안남 공동체를 지속가능하게 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고 기대감이 컸기 때문에 안남지발위원들은 끝까지 함께 했다.
안남의 회의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안남면 도덕2리 덕실마을에 거주하는 정순영 옥천순환경제공동체 사무국장은 "다른 지역에서 보면 혀를 내두를 정도로 낮이고 밤이고 일년 내내 무수한 회의와 토론이 이뤄지는 곳이 안남"이라며 "모이고, 모이고 또 모여서라도 함께 할 수 있는 방식을 찾고자 하는 곳이 바로 안남의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 결과 안남면의 농업·농촌 발전 비전인 행복한 안남, 살맛나는 안남을 선포하고 3년 사업으로 추진할 주민지원사업 계획도 확정했다. 여기에 담긴 것이 바로 도농교류센터 건축(산수화권역사업), 안남면 공식 브랜드 살맛나는 지역공동체 안남, 농산물 공동브랜드 행복방앗간 배바우, 마을순환버스 운행이다.
우리지역인 회남면도 안남면처럼 대청호 물이용기금으로 주민지원사업비를 받고 있다. 마을안길 포장, 농로포장, 농기계구입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 매년 거의 같은 사업에 투자하기 때문에 더이상 포장할 곳이 없고 마을마다 같은 종류의 농기계를 여러개 보유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회남면을 위한 사업에 투자하는 등 사업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지만 회남면은 여전히 과거의 행태를 답습하고 있다. 낭비로 비치고 지원사업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는 회남면의 상황으로 볼 때 안남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더욱 크다.
다음호에는 안남의 자치방식인 안남면지역발전위원회의 의사결정에 따라 실행된 각종 사업을 통해 행복한 안남, 아이가 웃고 어르신이 행복한 살맛나는 지역공동체 안남을 어떻게 만들어 가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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