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의 내일은
보은의 내일은
  • 보은사람들
  • 승인 2020.10.08 09:56
  • 호수 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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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최 생 호
(문화충전소 가람뫼 대표, 강산리)

한가위 보름달도 기울어 가고 있다. 장석주님의 '대추 한 알'이란 시에 나오 듯, 무서리 내리는 몇 밤, 땡볕 두어 달과 초승달 몇 달을 지났다. 유난히 길었던 장마와 함께 태풍 몇 개, 천둥, 벼락, 번개가 무시로 들이 쳤다. 대추알이 붉게 물들어 가는 시간이다. 명품 보은사과도 익어가고, 맛 나는 황토 고구마도 토실토실 모습을 드러내는 요즘이다. 비바람을 견뎌낸 황금빛 들판의 벼이삭도 고개를 숙이고 있다. 혹독한 시간을 지나온 농부의 애타는 마음이 녹아들고, 짠내 나는 땀방울이 스며든 보은 들녘은 겉으로는 변함이 없지만 작황이 예전 같지 않다. 해마다 북새통이라던 축제도 멈췄다.
지난여름, 햇살을 마주하기 힘든 날들이 언제였냐는 듯, 가을 하늘은 높고 푸른데 결실의 풍요를 맛보아야 할 농부들의 시름은 깊어만 간다. 어느 곳, 어느 때라고 좋은 시절만 있었느냐고 애써 다독여 보지만 나 혼자만 사는 세상이 아니다 보니 그 마저도 위안이 되지 않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안팎에서 마주하는 보은의 모습은 더욱 암울하다
민주주의 꽃인 선거에서 돈으로 표를 구걸하는 구시대적 작태가 암암리에 통용되고 먹혀드는 지역임은 다 아는 사실이었다. 그런 자들이 오히려 큰소리 내고 활개 치며 설치는 곳이 보은이다. 파렴치한 인사들이 들끓는 곳이다. 권력을 탐하는 자는 물불을 가리지 않고 사리사욕을 채우는 일에만 혈안이 돼 있다, 그 권력에 빌붙어 떡 고물이라도 얻어내기 위해 하이에나처럼 주변을 맴도는 무리들은 넘쳐난다. 백주대낮에도 수치심과 야비함을 음흉한 미소 뒤로 감추고 당당히 활보 한다. 독버섯이 따로 없다. 화려한 옷을 입고 해바라기처럼 떠받들어 모시던 의원나리는 온갖 의혹과 부정, 비리의 민낯을 드러내며 세상 사람들의 거친 입방에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보은을 향한 비아냥과 조롱, 멸시의 눈초리는 올해 더욱 거칠고 매서워 졌다. 보은이란 이름이 낳은 군수, 도의원, 국회의원의 삼위일체가 보란 듯이 보은을 욕되게 하고 치욕의 이름으로 군민들 고개를 떨구게 하고 있다. 반성도 없다. 사과도 없다. 미안함이나 부끄러움도 없다. 자신들의 안위만을 걱정 할 뿐, 양심적이고 선량한 군민들의 마음은 털끝만큼이라도 헤아릴 줄 모른다.
문제는 그런 인사들을 우리 손으로 뽑았다는 데 있다. 어른들의 잘못된 판단과 선택이 아이들의 미래마저 어둡게 만들었다. 주인들이 대리인에게 불이익을 당할까 두려워 숨죽이는 현실, 선거 때만 되면 기회주의자의 모습을 숨기지 않는 자들의 눈초리가 무서워 제 속마음을 드러내지 못하는 비굴함, 한 몫 잡아 보겠다고 알랑대는 선거꾼들의 교활함이 드러나도 아무렇지 않게 넘어갔다. 늘 그래 왔기에 오히려 그 부류에 끼지 못하면 바보 취급당할까 기웃거리기도 한다. 지금 우리가 마주하는 현실은 오롯이 우리에게서 비롯됐다. 우리의 문제를 알고 있으면서도 애써 외면하며 어물 쩡 넘어 간다면 마주하게 될 내일의 모습 또한 아무것도 달라지거나 변한 것 없이 그대로 일 것이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덮어두고 묻어두며 두리 뭉실, 구렁이 담 넘어 가듯 흘러가게 두면 안 된다. 분명히 알아야 한다. 좋은 게 좋은 것이 아니고 옳은 것이 좋은 것이다. 어수선하고 불분명한 상황을 틈타 벌써 다음 군수와 도의원 선거를 노리는 사람들의 하마평이 무성하다. 그들 중 진심으로 군민을 섬기며 보은의 자존심을 되살리고 가치를 드높일 비전을 갖고 있는 인사가 몇이나 될까? 정치적 지향점이나 이념의 차이, 사회전반에 관한 다양성의 개념으로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가 다를 수는 있다. 다만, 지금 우리 앞에서 돈으로 표를 구걸하는 행위, 선거 때만 되면 불나방처럼 모여드는 인사들과 함께 하는 사람, 이권 나눠먹기, 제 식구 감싸기, 지역민 편 가르기를 일삼는 후보는 가려내야 되지 않겠는가? 모든 걸 떠나 옳지 않기에 자격 미달이요, 반드시 해가 되는 인물임은 자명하다.
벌써 찬바람이 싸늘하다. 움츠린 마음을 다독이며 안아줄 사람, 막막한 오늘을 딛고 힘찬 내일을 약속하며 함께 가자고 손을 내미는 사람, 고장에 대한 자긍심을 일깨우고 든든한 방패막이가 되어 줄 사람, 반드시 잘 될 거라는 확신으로 희망을 노래하자고 앞장서서 외치는 사람을 맞이해야 한다. 보은의 들녘은 다시 황금빛 물결로 넘실대고 붉은 대추알과 탐스런 사과가 주렁주렁 매달리며 축제도 성황리에 열리는 시간이 올 것이다. 그 빛나는 시간을, 당당하고 자긍심 넘치는 날들로 마주하기 위해선 우리 모두가 깨어 나야한다.
속리산의 작은 물줄기는 한강, 낙동강, 금강으로 흘러들어 큰 강이 된다. 오늘을 반면교사 삼아 새로운 미래를 열어 가야 한다. 보은에서 싹튼 참 민주주의와 지방자치의 모범 사례가 밀알이 되어 방방곡곡으로 퍼져 나가게 해야 한다. 보은의 내일은 자녀들이 살고 싶고, 떠난 사람들이 돌아오며 지방으로 터전을 옮기려는 사람들이 맨 먼저 찾아드는 그런 곳이 될 것이다.
보은의 내일은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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