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환경미화원 충북환경 정 현 자씨
여성환경미화원 충북환경 정 현 자씨
  • 류영우 기자
  • 승인 2011.07.07 10:00
  • 호수 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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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보은을 만드는 새벽의 일꾼
▲ 정현자씨

아침의 깨끗한 거리는 모두가 곤히 잠든 이른 새벽, 아무도 걷지 않은 새벽의 거리를 밟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사람들이 거리에 뿌려놓은 노폐물들은 그들의 바쁜 몸놀림으로 짧은 시간 수거된다.
정해진 쓰레기봉투에 예쁘게 놓인 쓰레기가 있는 반면, 음식물 찌꺼기가 줄줄 새어 나오고, 쓰레기봉투도 입지 않은 불량한 쓰레기도 보인다. 헌신짝 내팽개치듯 길거리에 널브러져 있는 물건들도 종종 눈에 띈다.
늘 나오는 쓰레기는 어디로 사라지는 걸까?

현재 우리 군의 생활쓰레기 수거 업체는 충북환경과 잠실환경이다. 충북환경이 보은읍을 포함해 수한면과 회인면, 회남면 지역 생활쓰레기 수거를 담당하고, 잠실환경은 그 외 7개 면의 쓰레기 수거를 담당한다.

민간업체인 충북환경과 잠실환경에서 일하는 환경미화원은 모두 30명. 충북환경 16명, 잠실환경 14명의 환경미화원들이 깨끗한 보은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새벽 3시부터 오후 12시까지. 짧지 않은 시간을 쓰레기와 전쟁을 벌이는 일은 남자가 감당하기에도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여기 여성 청소용역노동자가 있다.
충북환경 정현자(45)씨.
우리 지역에서는 유일한, 아니 전국적으로도 흔치않은 여성 환경미화원이다.

 

#아직도 먼 환경군 보은
새벽 1시. 여성 환경미화원 정현자씨의 하루는 시작된다.
2시부터 정현자씨는 키를 훌쩍 넘긴 커다란 손수레를 밀고 보은읍 곳곳을 누빈다.
보은읍지역 쓰레기를 모두 수거하고 나면 새벽 6시 가까이 된다.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마치면 그녀의 일과는 오전 9시부터 다시 시작된다.

쓰레기봉투를 들고 주택가와 거리에 남은 쓰레기를 수거하다보면 시간은 어느새 12시.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와 하루 종일 전쟁을 치르는 일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한 달에 이틀을 제외하고는 꾸준히 쓰레기와의 전쟁을 치른다는 점이 마음 한 구석을 아프게 한다.

어려운 환경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점은 미리 짐작하고 있었지만, 현재 상태에서 그녀에게 편하게 늦잠을 자는 휴일은 꿈같은 얘기다.
일도 일이지만 주민들의 환경의식은 그녀를 더욱 힘들게 한다.

짝수일에 내 놓아야 할 음식물 쓰레기를 홀수일에 내 놓으면 거리에 이틀이나 방치되어야 한다. 다음날 그 쓰레기를 치우려면 고양이들이 터트려 놓은 잔재물까지 힘들게 치워야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50ℓ 용량의 쓰레기봉투에 가득 담긴 음식물 쓰레기는 남자 둘이 들어도 들기 힘든 양이다. 50ℓ 용량을 한참 초과해 만지면 툭 터져 나오는 쓰레기들은 정현자씨 뿐 아니라 환경미화원들이 가장 처리하기 힘든 쓰레기 중 하나다.

쓰레기봉투에 담겨 있지 않다고, 처리하기 힘들다고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
집 앞에 쓰레기가 남아있는 날엔 군으로, 회사로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이 들려오기 때문이다.
정현자씨는 말한다.
불법 투기한 쓰레기가 널려 있고, 재활용품을 위장한 쓰레기, 용량을 한참 초과해 만지면 툭 터져 나오는 쓰레기들이 거리에 즐비한 것을 보면 보은군 주민들의 의식은 아직 환경군이라는 이미지와 상당히 거리가 멀다고.

 

#누군가는 해야 할 일
2011년 1월5일.
그녀가 처음 충북환경에 입사한 날이다.
개인사업자로 활동하던 그녀가 갑자기 환경미화원의 길로 들어선 이유는 뭘까?
“아이들 셋을 키워야 하고, 집안에 아픈 사람도 있어 경제적으로 힘들었어요. 개인사업 또한 어려워진 지역경제로 인해 운영이 힘들었고요. 지역에서 일자리를 구하려고 했지만 그 또한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잠실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남편에게 환경미화원이라도 일 하게 해 달라고 했죠. 안된다고 했죠. 그때 충북환경에서 사람을 구한다고 해서 찾아갔죠. '사람 구하냐’고 물었더니 '경리는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경리가 아닌 환경미화원으로 일하고 싶다’고 했죠. 그 후 며칠 있다가 연락이 왔어요. 일단 하는데 까지 해 보자고."

무엇보다 가족의 반대가 심했다.
잠실환경에서 근무하고 있는 남편 박덕수(50)씨는 환경미화원들이 얼마나 힘들게 일하고 있는지를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취직한 후 1주일 동안은 잠도 못 잤어요. 특히 손수레 작업은 도로를 움직이는 만큼 더 큰 위험이 따라요. 지난해에는 술 취한 차에 치여 크게 다친 환경미화원도 계셨고요. 위험하기도 했지만 여자의 힘으로 하기 힘든 일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많이 안타까웠죠."
아이들도 “엄마, 힘든 일 하지 마"라며 말렸다.

하지만 정현자씨의 의지는 강했다.
매일 물리치료에 무릎관절까지 좋지 않아 육체적으로는 많이 힘들지만 마음적으로는 안정될 수 있었고, 60세까지 아프지만 않으면 직장생활을 할 수 있어 경제적으로 더 좋아질 수 있다는 희망도 있었다.

“저 아줌마, 며칠 하다가 그만 둘 것이라고 생각하던 사람들도 많았어요. 하지만 세 달이 지나고, 4달, 5달, 6달이 지나면서 저를 다시 바라보는 것 같아요. 물론 힘들죠. 하지만 재미도 있어요. 지저분한 일이라고 걱정들을 하시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 아닌가요?"

 

#다 함께 행복한 직장 만들기
힘든 환경미화원 일에 힘이 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직장 동료들이다.
아버지 같으신 분들의 격려와 가족과 같은 끈끈한 정은 어떤 힘든 일이 있어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된다.
하지만 작업환경은 그리 녹녹치 않다.

곡선구간을 지날 때마다 떨어지는 문. 에어컨도, 히터도 안 들어오는 노후 된 차량. 더 이상 때울 곳도 없는 청소차는 직원들의 생명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다.
한 달에 두 번밖에 없는 휴일 또한 직원들에게는 큰 짐이다.

“나뿐 아니라, 함께 일하는 환경미화원 모두 행복한 직장을 만들 겁니다. 우리 환경미화원들이 행복해 지면 보은의 거리도 더욱 더 깨끗해지고, 그렇게 되면 보은사람들도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요?"

안전한 청소차. 그리고 일요일만이라도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 정현자씨 뿐 아니라 환경미화원 모두의 바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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