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로 오고 싶어도 학교가 없다면
시골로 오고 싶어도 학교가 없다면
  • 보은사람들
  • 승인 2020.08.20 09:30
  • 호수 5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칼럼리스트 이 만 동
조자용민문화연구회 대표, 도화리

8년 전인 2012년 봄.
구병리, 만수리, 삼가1리, 2리, 도화리, 5개 마을의 중앙에 위치한 '수정초등학교 삼가분교'가 폐교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미 내 자식 놈은 대학생이 되었고, 교육자 출신도 아닌 나로서는 초등학교 폐교는 관심 밖의 일이었다. 그런데 우연히 당시 수정초등학교 교장선생님과의 대화를 통해 시골 초등학교의 중요성과 폐교의 심각성을 알게 되었다. 시골에서 초등학교는 유일한 관공서로서 마을 사람들의 구심점 역할을 한다. 인구 감소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 중의 하나이고 그것이 사라지면 마을의 공동화는 더욱 빨라지게 된다.
삼가분교의 폐교를 막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당시 전교생은 총 8명. 10명이 넘어야 폐교를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우선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1대 1 맞춤 교육을 하고 있는 학교의 우월성을 세상에 알려야 했다. '시골학교 살리기' 운동에 뜻을 같이 하는 예술가들의 도움을 받아 학교 운동장에서 성대하게 음악회를 개최했다. 언론에서도 큰 관심을 보였다. 도시의 많은 초등학교 학부모들이 음악회에 참석을 했다. 계절마다 산촌유학캠프를 열어 도시아이들과 학부모들이 시골 교육의 참 맛을 보게 해주었다. 학교 입학을 위해 이사를 오고 싶어 하는 가족을 위해 빈집을 고쳐 무료로 제공하기도 했다. 이런 갖은 노력 끝에 한 때는 학생 수가 12명으로 늘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역부족! 학생들은 결국 졸업을 하게 되고, 학생 수 1명을 늘리기는 하늘의 별따기. 5년 여 동안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었다. 결국 3년 전 학생 수 5명을 마지막으로, 본교인 속리산면에 유일한 수정초등학교로 통폐합되고 말았다. 그런데 수정초등학교도 70여 명이 넘던 학생 수가 현재 30여 명에 불과하게 되었다. 이것이 시골학교들의 현실이다. 시골은 점점 늙어가고 있다. 아이들 웃음소리를 듣기 어렵다. 노인들은 죽어갈 것이고 시골은 점점 더 쇠락해지고 말 것이다.
5년여의 '시골학교 살리기' 운동을 하면서 강한 의문이 생겼다. 위정자들은 겉으로는 시골을 살리겠다고 외치지만 과연 그들은 그럴 의지가 실제로 있는 것일까? 지방자치단체나 교육청의 정책과 행정을 보면 오히려 역행하고 있는 듯하다.
학교 살리기 운동을 하면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주거시설을 마련해 주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나만의 생각이 아니라 전문가들의 진단이 그랬고, 실제로 지역민들이 다가구등을 지어 좋은 주거 조건을 제공한 몇몇 지방 초등학교들은 학생 수를 효과적으로 증가시켜 나간 사례들이 있다. 그렇지만 보은군이나 충북교육청 등은 그런 노력을 하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 삼가분교 소유 부지에 다가구주택을 지어 초등학교 학생을 가진 가족들에게 제공하자고 건의를 해보았지만 이 핑계 저 핑계로 회피할 뿐이었다.
최근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들 그리고 지방자치단체 의원들의 다주택 소유가 쟁점이 되고 있다. 서울 그것도 강남에 여러 채의 아파트 등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그들이 지방 균형 발전이나 특히 농어촌 지역의 발전과 교육문제에 관심을 두고 정책을 펼 것을 기대할 수 있을까? 그들은 지역구의 발전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들 눈앞의 이익과 돈벌이를 위해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저 헛웃음만 날 따름이다.
지방 도시들의 최대 고민인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불요불급한 도로 등 토목사업이나 체육시설 등의 건설 사업에 과잉 투자 할 것이 아니다. 차라리 초등학생 가족을 유치하기 위한 아파트를 지어 좋은 조건으로 제공하고, 중·고등학교의 교육환경을 개선하고, 어린이를 위한 시설들을 건설함으로써 부모들이 오고 싶은 도시를 만들어가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정부도 그저 지자체들의 잘못된 정책을 보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전문가들의 연구를 통해 실질적으로 지방이 발전하고 인구를 눌릴 수 있는 정책과 예산 지원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 
학교를 없애기는 쉽다. 하지만 다시 만들기는 참으로 어렵다. 모든 시골학교들이 다 없어져, 시골로 오고 싶어도 학교가 없어 젊은 학부모들이 올 수가 없는 최악의 상황이 되기 전에 적극적인 정책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