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고, 떨어지고, 마름병 걸리고…
썩고, 떨어지고, 마름병 걸리고…
  • 노제박
  • 승인 2020.08.13 09:36
  • 호수 5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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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장마에 농작물 엉망 농민들 발만 동동
복숭아, 사과, 대추, 배, 오이, 참깨, 벼도 피해 확산

기록적인 폭우를 동반한 장마가 한 달 넘게 지속되면서 농작물의 작황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채소는 뿌리가 썩고 사과는 물론 오이, 복숭아 등 할 것 없이 떨어지고, 썩고, 탄저병 등에 걸려 온전한 농산물이 거의 없을 정도다.
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농작물은 적당한 강수량과 일조시간, 일조량이 중요하게 작용하는데 올해는 지난 6월 24일~8월 5일까지 43일간 일조시간은 110시간으로 평년 대비 43% 줄었다. 대신 강수량은 평년 대비 166% 증가해 농작물에 악조건이었다고 밝혔다.
작물은 대체로 햇빛을 많이 받아야 광합성을 통해 충분한 영양분 공급으로 당도를 높일 수 있으나 긴 장마로 일조시간은 부족하니 광합성 작용을 못하고 강수량이 많으니 농작물에는 최악의 조건인 것이다.

장마로 인해 복숭아가 낙과하고 썩어 나무에 남아있는 것이 별로 없다.

복숭아의 경우 당도가 형편없이 떨어져 판매가 잘 안되거나 팔려도 헐값에 거래되고 있다.
회남면 신곡리 김석현(65)씨는 "50일간 쉬지 않고 이어지고 있는 장마 때문에 복숭아가 전부 낙과하고 썩어, 남는 것이 없다. 비가 오니 약도 못 치고 날씨가 맑아진 거 같아 약을 치기시작하면 어김없이 비가 내리기 시작해 비를 맞으면서 약을 치곤한다"며 "보험을 들었어도 복숭아는 보험 적용 조건이 복잡해서 보상도 받지 못해서 손 놓고 있을 수밖에 없다. 지금부터라도 비가 그친다고 하면 말생종 복숭아라도 건질 텐데 비가 계속된다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요즘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하는 것은 비가 오는지 날씨를 확인하는 것"이라고 복숭아 농사에 대한 고충을 밝혔다. 
회남면 분저리 최모(64)씨는 7년여 전에 귀농해 복숭아 나무를 심어 5년여 전부터 복숭아를 재배해 직판하고 있다. 최 모씨는 "작년에는 사람들이 많이 와서 사가곤 했는데, 올해는 복숭아가 대부분 썩고 낙과하고 그나마 남은 것들도 맛이 없으니 고객들한테 팔았다가 실망감을 줄 것 같아 고객들에게 연락도 못 돌리고 있다"며 "남편이랑 함께 농사를 짓고 있는데 의욕 넘치던 남편이 의욕을 잃고 귀농한 것을 후회하고 있을 정도다. 나 또한 복숭아밭에 와 보면 속상해서 말도 나오지 않는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복숭아 재배 경력 30년인 전광수 회장은 "이런 경우는 내 평생의 처음인 것 같다. 최악이라고 할 정도로 낭패를 보고 있다. 복숭아는 비가 와도 수확해야하고 무조건 공판장에 출하하는데 좋아야 1만원 정도 받고, 안좋은 것은 1천원하는 것도 있더라, 인건비는 고사하고 농자재비도 건지기 힘들 것"이라고 낙담했다.

사과도 마찬가지다. 보은읍 노티리 윤성용 이장은 "홍로사과는 9월 20일이면 수확하게 되는데 이번 비로 많이 떨어진데다 일부 탄저병도 생겼다"고 말했다. "만생종인 부사도 9월 말까지는 잎사귀가  매달려 있어야 알이 크고 색깔도 잘 나는데 비가 계속 내려 잎사귀가 숨을 쉬지 못해 잎사귀가 떨어지는 갈변현상 조짐이 오는 것 같다"고 걱정했다.
12일 비가 소강상태인 틈을 타서 약을 쳤는데 소낙비가 내려서 그마저도 약이 다 씻겨내려갔다, 약값이 좀 비싸냐며 그렇다고 약을 안칠 수도 없고 참 허탈하다며 농가들이 겪는 이삼사중고에 한숨을 내쉬었다.
삼승면 원남리 김형수 회장은 "홍로는 탄저병이 들기 시작했다. 지금은 선선하지만 비가 그치면 날이 확 더워질 것으로 예상하는데 그러면 이파리가 많이 떨어질 것이다. 햇빛을 봐야 양분 공급을 받는데 햇빛을 못 보는 것 아니냐, 사람으로 치면 목숨만 겨우 붙어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손을 쓸 수 있는 것도 없고 큰일이다"라며 허탈해 했다.
대추왕까지 차지했었던 보은읍 중동리 김성환씨도 "올해는 기상여건이 좋지 않아 수정이 잘 안돼 3번째 수정에서도 결실률이 좋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설상가상 수로가 터지면서 흙탕물이 비가림 하우스 대추밭으로 쏟아져 들어와 수영장이 됐었다. 대추나무가 오랫동안 빗물에 수장돼 뿌리가 큰 영향을 받았을텐데 어떻게 될지 걱정이 태산이다"라고 말했다.
오이농사도 예외는 아니다. 비도 참 징글맞게 왔다고 말한 수한면 성리 전상록(55)씨는 "오이농사 3천평을 짓는데 비 때문에 노균병이 생기고 오이밭이 물에 잠기니 뿌리가 썩어 1천500평은 그냥 다 버린 셈"이라며 생산비도 못 건질 형편이라고 말했다.
마로면 세중리에서 1천여평의 과수원에서 배를 재배하고 있는 김종천 회장은 "지난 4월 냉해피해로 배봉지도 몇 개 싸지 못했는데 돌풍 피해 입었는데 이번에 장마피해 입었다. 농민들은 죽어라, 죽어라 하는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햇빛이 나와야 광합성 작용을 하는데 햇빛을 전혀 볼 수가 없으니 작황이 매우 안좋고 미국선녀벌레까지 극성을 부려 햇순을 고사시키고 있다. 피해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빨리 장마가 종식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벼 병해충도 들녘을 보면 푸른 벼 잎들이 건강하게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잎 끝이 갈색을 띠며 마르는 갈색잎마름병에 줄기가 하얗게 잎집무늬마름병이 확산되고 있다. 
농업기술센터가 예찰한 결과 군내 전역에서 이들 병이 침투된 논들이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고 도열병도 예상된다며 빠른 방제로 병해충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반 밭작물이라고 비껴가지는 못했다. 수확시기를 놓친 참깨는 까맣게 썩었고 수해피해로 물을 먹은 고추는 썩은 냄새가 진동했다. 1년농사를 져야 내년 가을까지 먹고 살아갈 경제력을 갖추는 것인데 1년을 어떻게 살 것인지 농민들은 당장 내일을 걱정하고 있다.
대책이 없는 농민들은 구멍 뚫린 하늘만 바라볼 뿐.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수해피해로 물을 먹은 고추는 썩어 냄새가 진동했다.
물에 잠긴 오이는 뿌리가 썩고, 노균병이 생겨 버릴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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