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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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은사람들
  • 승인 2020.08.13 09:23
  • 호수 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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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강 환 욱
보은교육협동조합햇살마루 이사

학교는 완벽한 보험이 될 수 없습니다. 올해와 같은 위기상황에서 학교는 가장 큰 역할인 '등교'를 수행할 수 없었습니다. 다수의 만남이 금기되었던 시기에 많은 부모들은 등교하지 않은 아이로 인해 발이 묶였습니다.
등교가 재개되어 학교가 새삼 고맙게 느껴진다고 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여전히 완벽한 등교가 아닌 곳에서는 여러 고충을 토로합니다. 그 고충은 우리가 미래교육이라고 여겼던 것들에 대한 환상을 포함합니다.
원격으로 화면을 통해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고 의사소통하지만 답답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각자가 가진 장비나 인터넷 여건에 영향을 받았고 의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기도 했습니다. 동시 발언이 어렵고 집중도가 떨어져서 아이들에게는 결국 감시자가 필요했고, 수업 영상에 비례하여 과제는 늘어났습니다. 다시 시작된 대면수업에서는 지나간 내용을 다시 다뤄야 했습니다.
학교가 완벽한 보험이 아닌 이유는 언제든 다시 문을 닫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새로운 보험이 필요하고, '만남'이라는 중요한 가치를 지킬 수 있어야 합니다. 다행인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어져 오던 방법들을 참고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중 하나가 공동체입니다.
학교에 출석하지 않는 아이들의 학력을 인정하지 않던 교육부가 말을 바꾸었습니다. 상황 탓을 하겠지만 애초에 그릇된 시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 이전에도 이미 많은 수의 아이들이 학교를 가지 않고, 홈스쿨링을 하거나 대안교육을 받는 등 그들만의 방식을 취했습니다. 학교라는 공간이 전부가 아닌 것이죠.
각자의 방식으로 공동체를 형성하여 그 안에서 교육하던 그룹은 학교가 멈춘 시기를 어떻게 보냈을까요? 만남의 횟수는 줄었겠지만, 학교에만 의존하던 가정보다는 흔들림이 덜했을 것입니다. 다섯 가정이 모인 공동체의 경우 한 가정의 보호자가 아이들을 케어할 때 나머지 네 가정의 보호자는 자신의 일상을 이어갑니다. 그리고 자기 순번이 되었을 때는 아이들에게 집중합니다. 따로 분리된 가정의 보호자는 매일을 묶여있지만 이런 경우 일주일에 한 번 정도만 묶이게 됩니다. 구조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안정적입니다. 우리의 전통이었던 품앗이를 이어가는 것이죠.
이런 것은 돈으로 살 수 없는, 마음을 맞추어야 함께 할 수 있는 보험입니다. 아이들의 돌봄이나 교육을 떠나서 구성원들에게 든든한 안전망이 되어줄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언제든 놀 사람들이 있고 의지할 어른들이 많습니다. 공동부엌이나 공동 맥주 바가 있기도 하고, 더 나아가 공동체 마을을 형성하여 마을 내에 자체적인 병원과 직장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늙어서 요양원을 찾을 이유도 없습니다. 자녀가 아니더라도 자신을 돌봐줄 이웃이 많기 때문이죠.
미래교육의 전부가 첨단 정보기라면 곤란합니다.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교육이 미래교육에 가깝고 이것은 아날로그적입니다. 제2의 코로나, 인공지능에게 빼앗기는 인간의 영역들, 기후위기에 대한 해답 등의 문제에 답하려면 힘을 모아야 합니다. 그래서 협동조합이 점점 주목을 받고 사람들은 공동체를 연구합니다. 성미산 마을이나 미국의 브루더호프 같은 곳을 말이죠.
교육부는 제2의 코로나에 대비하기 위해 학교의 규모를 줄여야 합니다. 더 이상 콩나물 교실을 만들면 안 됩니다. 현재 작은 규모의 학교는 전교생이 매일 등교하지만 큰 규모의 학교는 여전히 가정에서 하는 원격학습일이 더 많습니다. 교육에서 규모의 논리는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기업 장사의 논리를 교육에 적용하는 것은 참 나쁘죠. 콩나물 교실은 아이들에겐 정글이 되어 스트레스로 다가올 가능성이 큽니다. 입학하는 학생수가 감소하는 지금은 학급당 정원을 줄일 수 있는 적기입니다. 그런데 교사와 교실 수를 줄일 생각을 하더군요.
개별화된 시대에서 인간의 힘은 현저히 약해지고 기업은 이를 반깁니다. 더욱이 사람과의 관계 형성은 참으로 어려워서 개별화 현상은 더 심해질지 모릅니다. 그래서 공동체를 공부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자립을 시도해야 합니다. 돈 되는 보험이 있다면 그것은 건강한 공동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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