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밥이 최고
우리집밥이 최고
  • 보은사람들
  • 승인 2020.07.23 09:38
  • 호수 5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칼럼니스트 전 경 진 마로 한중/한살림

우리 집밥이 최고다. 왜 그런지 가만히 보면, 건강의 비결이 숨어있다. 내 상태에 최적화된 선택을 나 자신이 스스로 할 수 있다. 밥공기 하나만해도 백미를 먹을 수도 현미를 먹을 수도 있다. 양도 내 맘이다. 배부르면 덜어먹어도 되고 배고프면 더 먹어도 된다. 거기다 취향과 체질에 따라 잡곡식을 넣기도 한다. 반찬가짓수가 적어도 그날그날 바꿔가면서 내 몸이 필요한대로 내 입맛대로 젓가락질해서 자기 양만큼만 먹으면 된다. 간장과 소금으로 내가 직접 간을 맞춘다.
밥은 탄수화물이다. 우리는 대대로 탄수화물을 먹어온 민족이다. 따라서 우리 유전자는 탄수화물에 최적화되어있다. 거기다 발효식품과 나물과 육식을 곁들여놓은 것이다. 최적최상이다. 더구나 국 문화도 훌륭하다. 특히 고기는 가능하면 국에 넣어서 탕으로 먹었다. 아무리 질기고 거친 육질일지라도 탕으로 가면 부드러워진다. 애초 우리는 구워먹고 튀겨먹는 고기문화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고기집마저 우리식으로 바꾼다. 공기밥을 곁들이기 시작하다가 이제는 철판에 이것저것 넣어 볶아먹는다. 대단한 밥민족이다.
그럼에도 외식은 역시 상품을 먹는 일이다. 사업으로서의 외식은 획일화되고 단순화시켜서 메뉴에서 구매하는 상품으로 팔아야하기 때문이다. 메뉴가 많아도 원료로 살펴보면 실은 다양하지 못하다. 짜장면, 냉면, 피자, 국수, 빵, 만두…. 그래봐야 결국 밀가루 하나 먹은 것이다.
반찬은 깍두기, 피클, 단무지를 제공하고 선택의 폭은 적다. 예로 가공식품원료의 80%가 수입산이고 밀자급률은 1.4%에 불과하다. 사업은 경제성을 생각안할 수 없고 원료단가도 너무 차이가 크다. 그렇더라도 외식은 나름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어느땐 집밥보다 외식이 더 나을수 있다. 사람은 식사를 통해 다른 사람과 교류하고 기분과 분위기도 환기하고 식단의 변화를 통해 몸의 균형도 맞춘다. 그리고 무엇보다 밥이란 것은 가장 소중한 사람이 가장 소중한 사람을 위해 직접 만들어주고 만들어먹는다는 느낌. 밥같이 먹는 사이인 '식구'에게서 얻을 수 있는 교감이 있다. 단순 영양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심리적 충족감, 바로 '비물질적인 가치'도 담고 있다. 코로나위기와 경제위기도 사실 밥상을 바꿀 때 해결될 수 있다. 우리 밥상머리 문화의 핵심은 다양성과 자율성에 있다. 이 땅에서 나온 제 기후에 먹는 음식으로 우리는 유무형의 가치를 지켜가면서 수천년을 이어왔다.
마침 유럽에서도 코로나19와 기후위기로 인한 식량공급취약성과 장기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서 '생물다양성'의 회복을 중요 과제로 삼고 이를 해결하는 것으로 농업이야말로 이 모든 현안을 해결해줄 방법이라고 요약한바 있다. 그것이 바로 '농장에서 밥상으로'(From Farm to Fork) 전략이다. 자연을 우리 삶속으로 되돌리자는 구호를 갖는 EU2030생물다양성 전략을 우리는 살펴봐야한다. 농업을 통해 더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식품시스템에서부터 시작하여 사회구조와 경제체제와 산업체질까지 모두 전환하는 뉴딜정책을 대대적으로 추진한다.
2030년까지 30%를 생태보존구역으로 지정하고 총농업생산의 25%를 유기농업으로 생산하는 목표를 제시한다. 농약과 항생제 사용을 절반으로 줄이고 토양비옥도를 유지하면서 양분손실 50% 감축, 비료사용을 20%이상 감축을 약속하고 있다.
사실 이미 유럽은 농업총생산대비 17%이상을 보조금으로 지급하고 있었다. 그에 비해 한국은 아직도 6.7%에 불과하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전년기준 10.3%이고 곡물최대생산국인 미국도 7.6%다. 국토의 17%이상이 유기재배면적인 스위스는 40%가 농업보조금이다. 바다 건너온 식량이 우리것보다 싼 원인이다.
대개 농민은 농업을 하면서 농업관련 사업신청을 하고 보조금지원을 받아온다. 거의 50%자부담이다. 그런데 올해는 사업비 정산을 서두르고 있다. 농업관련 예산이 줄어든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합리적이고 실질적인 지속가능성을 모색하는 서구유럽과 온도차이가 느껴지는 지점이다. 더구나 우리나라에서 관계부처합동으로 발표한 한국판뉴딜에는 안타깝게도 농업, 농촌, 농민이 없다. 근본을 배제해놓고 아무리 디지털-그린-휴먼뉴딜이라고 포장해도 마치 수입된 밀가루 음식처럼 결국 지속가능하지 않고 소모될 하나의 개발논리일 뿐이다.
그러나 우리가 언제까지 한숨쉬면서 먼 나라만 부러워할 일은 없다. 지금은 지역자치의 시대이고 개인들의 삶을 재설계해야하는 때이고 개인과 조직이 서로 연대와 결집으로 재편되어야 하는 시기이다. 보은사람으로서 보은에서 농업의 비전을 잘 꾸미고 삶을 하나하나 같이 만들어가면 된다. 보이지 않는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은 서로 연대해야 외롭게 탈진되지 않는다.
우리는 다음 군수가 어떤 사람이었으면 좋을지도 상상해야 한다. 농민들은 아직까지도 이향래 군수님이 농업을 아끼고 보살핀 분이었다고 회고하곤 한다. 농업에 대한 진심이 있었기에 아직까지도 농민들 마음에 남아있다.
진심으로 농업을 사랑하게 되면 친환경농업을 당연히 육성할 수밖에 없고, 농민의 삶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농촌을 지속가능하도록 자연과 공존하는 방향에 대해 항상 고민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무엇을 하든 농업, 농촌, 농민인 삼농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다양성을 보전하는 삼농정신을 보은에서 한번 시작해보자.
제대로 차린 밥상을 한번 살펴보자. 거기에는 진짜 국가비전이 있고 세상의 희망도 가득 차려져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