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광촌 골목이 호텔로 변신, 대한민국 도시재생에 한 획
폐광촌 골목이 호텔로 변신, 대한민국 도시재생에 한 획
  • 송진선·김경순 기자
  • 승인 2020.07.23 09:34
  • 호수 55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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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재생은 폐광지에 수조원 쏟아 부은 정부가 아닌 주민손으로 일궈

재개발 사업이 마을을 모두 밀어버리고 새로 건물을 지어 올리는 것이라면, 도시재생 사업은 낡은 도시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 사업이다.
즉 기존 도시의 틀을 유지한 채 진행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지역주민의 협업과 소통은 필수다. 주민은 빠진 채 사업이 추진되면 사업기간 내 수많은 사업비는 투입되지만 사업기간이 종료되고 나면 건물만 덩그러니 남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이미 이같은 모습은 보은군이 추진한 각종 마을만들기 등 농촌개발사업에서 전례를 찾을 수 있다.
보은군은 올해 국토교통부가 공모하는 도시재생사업 응모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선제적 활동이라고 할 수 있는 도시재생대학을 운영하기 위해 수강생을 모집, 개강했다. 현재는 코로나 19로 인해 중단했지만 조만간 도시재생대학도 운영할 계획이다.
본보는 보은군도시재생 사업이 소기의 성과를 거둬 지역에 활기를 찾도록 도시재생사업 등으로 골목상권 활력을 찾은 선진사례지를 기획취재했다. 기사를 통해 보은군이 추진하고 있는 도시재생 사업이 침체된 골목상권에 생기를 돌게 해 소멸 위험지역에서 벗어나는 기회가 되도록 하고자 한다.
<편집자>

①철저한 준비 필요한 보은도시재생
②지역정체성 보존으로 활력찾은 안동 신세동 벽화마을
③관 아닌 주민에 의해 골목상권 살아난 경주 황리단길
④주민 참여로 지역활성화 성공한 군산시 우체통 거리
⑤주민자치역량으로 도시재생 성과낸 순천시 청수골
⑥공동체가 중심이 돼 기적 만든 정선 고한 18번가 마을호텔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 고한리는 석탄사업으로 활황을 이뤘었다. 광부를 하기 위해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강원도 정선군도 읍이 정선읍, 고한읍, 사북읍 3개 지역이나 됐다.
그러나 1989년 '석탄산업 합리화정책' 시행되고 또 석유와 가스산업의 발달로 인해 석탄사업이 사양사업이 되면서 탄광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지나가는 개도 만원권 지폐를 물고다닌다'고 할 정도로 밤낮 없이 불야성을 이뤘던 고한읍도 30개리에서 20개리로 줄었다.
살아남은 고한읍 고한18리이지만 곳곳이 빈집이고 사람이 살더라도 주택이 허름해 한 눈에 봐도 쇠락한 동네임이 확연했다.
골목길은 쓰레기 천지에다 밤엔 돌아다니기 꺼려질 정도로 음습했다고 한다.
이랬던 고한읍 18리 골목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건 지난 2017년이다. 그것은 행정에서 보조금을 쏟아부은 것도 아니고 사람, 공동체의 힘에서 비롯됐다.
꺼져가던 고한18리가 어떻게 골목 활력을 되찾았는지 재생의 사례를 소개한다.

마을회관이 없었을때 주민교육의 장은 골목길이었다. 지금도 전체가 모이는 회의는 골목에서 한다.
마을회관이 없었을때 주민교육의 장은 골목길이었다. 지금도 전체가 모이는 회의는 골목에서 한다.

마을 활력사업 기획자는 행정이 아닌 주민
마을호텔 18번가로 더 많이 알려진 고한읍 고한18리는 마을의 변화를 주민들 스스로 일궈내고 골목길을 재생시킨 모범사례다. 마을의 변화에 불을 당긴 사람은 고한이 고향인 김진용(49)씨다. 10리에서 '하늘기획'을 운영했던 김진용씨는 2017년 고한18리 빈집을 리모델링해 사무실을 이전했다. 300만원을 들여 빈집하나를 리모델링했는데 부수고 새로 짓지 않아도 건물을 예쁘게 단장해 주민들의 눈길을 단박에 사로잡았다.
김진용씨의 하늘기획이 이곳으로 이전한 후 얼마 되지 않아 강원도 공간재생사업에 선정된 이음플랫폼도 역시 5년동안 비어있던 허름한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들어왔다. 빈집 두 채가 리모델링해 채워진 것이다. 여기에 빈집으로 방치됐었던 슈퍼마켓자리는 강원도 공간재생사업으로 고한읍 유일의 사진관(들꽃사진관)으로 새단장됐다. 이같이 젊은이들이 고한18리로 들어와 빈집이 하나둘 채워지고 건물은 예쁘게 단장되면서 골목의 표정이 달라졌다.
당시는 고한 주민들이 정부가 강원랜드를 조성한 것처럼 이곳을 재개발하고 자신들은 보상을 받고 떠나고 싶어했을 때였다.
재개발을 도모했던 이장들도 재생에 무게를 뒀었다. 그러다 새로 이장 선출됐는데 신임 이장은 전임이장들과 달리 재개발이 아닌 재생에 관심을 뒀다. 김진용씨와 맞아떨어진 것.
유영자 이장과 김진용씨는 마을 개발위원, 지역 예술가 등과 함께 2018년 '고한18번가 마을만들기위원회'를 결성했다. 유영자 이장이 위원장을, 김진용씨가 사무국장을 맡았다.
이들은 매일 골목길을 청소했다. 쓰레기 무단 투기 장소에는 예쁜 꽃 화분을 놓았다. 이들의 선한 영향력으로 쓰레기를 아무렇게나 버려졌던 골목이 깨끗해졌다. 주민들도 자기 집, 가게 앞에 꽃화분을 놓는 등 가꾸면서 허름했던 골목이 점차 화사해졌다.
마을만들기위원회는 위원회 발족 이후 본격적으로 재생에 대한 주민이해를 돕는 일을 시작했다. 발전을 철거와 재개발이 발전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주민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서울의 유명한 골목여행지인 연남동, 성수동, 경리단길 등을 찾아다녔다. 현장견학은 주민들에게 마을의 특색을 살린 재생이 왜 필요하고 어떻게 해야하는지 공감하게 했다. 그 결과로 고한18리 재생은 골목을 특색있게 가꾸는 '골목형 마을관광지'로 주제를 잡았다. 그리고 골목길 경관개선 계획을 세우면서 리모델링할 노후주택 디자인안도 만들었다.

페인트를 칠하고 벽화를 그리고 꽃화분으로 단장한 마을회관 외부의 모습이다.
페인트를 칠하고 벽화를 그리고 꽃화분으로 단장한 마을회관 외부의 모습이다.

주민들의 아이디어가 빛이 나다
당시 마을만들기위원회의 계획은 정부에서 주도한 도시재생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예산은 한 푼도 없었다. 그럼에도 마을만들기위원회는 골목길 경관개선을 위해 첫 번째 리모델링 사례를 만드는 일이 중요하기 때문에 300만원을 모아 가장 낡은 집을 수리하고 동네 화가의 도움을 받아서 예쁜 그림도 그렸다.
이 사업 후 여전히 예산이 없는 마을만들기위원회는 두 손을 놓고 있었는데 다행히 고한읍에서 예산지원에 나서 계획한 낡은 집들의 리모델링이 가능했다.
또 마을만들기위원회의 고한읍 마을 호텔 18번가 사업 제안은 국토부 소규모 재생사업 선정되는 쾌거를 올렸다. 이 사업으로 18년 9월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2018균형발전박람회'에서 국가균형발전위원장상을 받았고, 10월에는 국토교통부의 '2018 도시재생 한마당'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고한18리에는 마을회관이나 경로당이 없었다. 그래서 마을만들기를 위한 주민교육을 골목길에서 했고 주민회의 역시 골목길에서 했다. 그런 마을에 회관을 선물한 곳은 골목길에 2층 건물을 갖고 있던 로터리클럽이다. 로터리클럽이 마을에 1층을 무상임대했는데 리모델링한 회관이 주목을 끈다.
보통 시골의 마을회관이나 경로당은 밥을 해먹을 수 있는 주방, 할머니방, 할아버지방으로 구분돼 있는데 산골인 고한18리 마을회관은 다르다. 밥을 해먹는 주방이 아닌 카페처럼 차를 타서 마실 수 있는 주방이고 방바닥이 아닌 탁자와 의자가 놓여있는 입식이다. 이곳에서 주민들은 차도 마시고 미팅도 하고 회의도 하고 교육도 받고 그림도 그리고 공예를 하고 작품 전시도 한다. 시골 마을회관이나 경로당처럼 밥을 해먹고 주민들이 누워 쉬는 공간은 아니지만 주민 화합의 장소인 것이다.
또 대한민국 최초 주민주도형으로 지난해 고한 골목길 정원박람회를 개최해 골목골목마다 특색있고 아기자기 꾸며진 정원을 꾸며 탐방객들의 발길을 끌었다. 올해도 8월말 2회 골목길정원박람회를 계획하고 있다. 

고한 18리를 말하는 고한 마을호텔 18번가는 뭐든 상상이상이다. 이곳이 마을회관 내부의 모습이라고 하면 과연 믿을수 있을까?
이곳이 마을회관 내부의 모습이다. 우리지역 마을회관, 경로당과는 전혀 다르게 카페같이 꾸며져 있다.

골목길이 호텔로 변한 기적
이 모두 고한18리 골목의 상황인데 마을호텔 18번가이기도 하다. 고한파출소에서 고한시장(고한구공탄시장)에 이르는 약 450m 구간의 거리인데 지난 5월 19일 문 연 누워있는 골목형 호텔급 숙박업소다.
플랫폼 역할의 마을호텔은 11명이 100만원씩 출자해 만든 협동조합이 운영하는데 조합원이기도 한 유영자 이장이 협동조합에 무상임대(5년)한 고기집을 국토부 소규모 재생사업비를 지원받아 별·빛·꽃의 객실로 리모델링했다.
객실 옆의 건물 카페 '수작'은 호텔레스토랑이다. 숙박객들에게 커피, 토스트, 구운 달걀, 우유, 오렌지 주스, 시리얼 등 간단한 아침식사를 제공한다. 수작과 조금 떨어진 곳의 카페 모두롱에서는 마카롱, 와플 등을 낸다.
호텔내 각종 편의시설 및 투숙객 이용시설이 골목에 구성돼 있다. 횟집, 중국집, 연탄구이집 등이 '호텔 식당'이고 골목안 세탁소는 호텔 세탁실이고 이발소는 호텔이발소가 되는 것이다. 마을회관은 회의실 겸 기념품 판매점으로 사용된다. 스타트업 지원센터 사무실인 '이음 플랫폼'은 호텔의 정보문화센터이자 작은 도서관, 그리고 호텔 프론트이고 김진용 사무국장의 사업장인 하늘기획은 비즈니스 센터이다.
유영자 이장은 마을호텔 18번가 지배인이다. 유 지배인은 투숙객이 머문 객실을 청소하고 수건 등을 빨래하고 침구를 정리하는 등 호텔객실 정리를 담당한다.
유영자 이장은 "외지인들이 많이 찾고 있다"며 "전에는 쥐죽은 듯이 고요했는데 골목 재생사례를 배우기 위해 전국에서 견학을 오고 마을호텔이 소문나면서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동네가 180도 달라졌다"며 "마을호텔 18번가 협동조합 올해 목표는 마을호텔 사업의 안정적인 조기 안착과 민박집을 마을호텔 2호점으로 리모델링하고 빠르면 5년내 10호점까지 확대하는 구상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용 사무국장은 "마을호텔은 숙박업이 아니라 여행업"이라며 "골목길 정원박람회 보러왔다가 근처 고한시장 먹거리축제도 즐기고 아이들은 추리게임에 빠져 골목길을 돌아다니고 주민들이 예쁘게 가꾼 골목에서 먹고 자고, 보고, 사고, 즐기는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을호텔을 중심으로 지역콘텐츠들이 생명력을 얻게 되면 마을과 함께 여행산업은 성장하고 진화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끝>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마을호텔 객실은 마을 이장이 운영했던 고깃집이었다. 이 건물을 르모델링해서 객실로 만든 것이다. 사진은 꽃방 내부의 모습이다.
마을호텔 외부의 모습이다. 전에 고깃집을 했던 건물이었다는 것을 전혀 상상할 수 없이 외관이 참 예쁘다.
마을호텔 바로 옆 건물인데 카페이다. 이곳에서는 마을호델 객실 숙박객들에게 조식을 제공한다.
마을호텔18번가에 위치한 주택의 외관이다. 주인들이 집앞을 아름답게 가꾸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낡은 집을 부수고 새로 지어서 산뜻해지는 것도 있지만 낡은 집이지만 리모델링을 통해 바꿀 수 있다. 고한18리는 페인트칠, 화분을 놓는 등 최소한의 경비를 들여 예쁘게 집을가꾸고 있다.
역시 개인집인데 벽에 페인트를 칠하고 꽃화분을 장식해 집 외관을 아름답게 꾸미고 거리도 화사해졌다.
마을호텔 꽃방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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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댁 2020-07-23 11:02:27
방송에서 폐광을 마을주민들이 호텔로 탈바꿈해서 운영하는걸 본적있습니다.
아기자기하고 포근한 인테리어를 주민들께서 협동하셔서 참 이쁘게 해 놨더라구요.
부러울 만큼... 우리 지역에 맞는 특색있는걸 해도 좋겠다.. 질투도 났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