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름했던 마을 새뜰사업으로 활력넘치게 재생
허름했던 마을 새뜰사업으로 활력넘치게 재생
  • 송진선, 김경순
  • 승인 2020.07.16 15:02
  • 호수 5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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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수골, 빌라한 채 없을 정도로 낙후된 주거지역에서 전국 견학 1번지 급부상

보도순서
①철저한 준비 필요한 보은도시재생
②지역정체성 보존으로 활력찾은 안동 신세동 벽화마을
③관 아닌 주민에 의해 골목상권 조성된 경주 황리단길
④주민 참여로 지역활성화 성공한 군산시 우체통 거리
⑤주민자치역량으로 도시재생 성과낸 순천시 청수골
⑥공동체가 중심이 돼 기적 만든 정선 고한 마을호텔

재개발 사업이 마을을 모두 밀어버리고 새로 건물을 지어 올리는 것이라면, 도시재생 사업은 낡은 도시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 사업이다.
즉 기존 도시의 틀을 유지한 채 진행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지역주민의 협업과 소통은 필수다. 주민은 빠진 채 사업이 추진되면 사업기간 내 수많은 사업비는 투입되지만 사업기간이 종료되고 나면 건물만 덩그러니 남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이미 이같은 모습은 보은군이 추진한 각종 마을만들기 등 농촌개발사업에서 전례를 찾을 수 있다. 보은군은 올해 국토교통부가 공모하는 도시재생사업 응모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선제적 활동이라고 할 수 있는 도시재생대학을 운영하기 위해 수강생을 모집, 개강했다. 현재는 코로나 19로 인해 중단했지만 조만간 도시재생대학도 운영할 계획이다. 본보는 보은군도시재생 사업이 소기의 성과를 거둬 지역에 활기를 찾도록 도시재생사업 등으로 골목상권 활력을 찾은 선진사례지를 기획취재했다. 기사를 통해 보은군이 추진하고 있는 도시재생 사업이 침체된 골목상권에 생기를 돌게 해 소멸 위험지역에서 벗어나는 기회가 되도록 하고자 한다.<편집자 주>

국가정원과 늪지, 갈대숲이 먼저 떠오르는 순천시는 도심 전체가 생태환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도로변 가로수, 꽃, 숲 등 차량으로 이동하면서 스쳐지나가는 거리 곳곳의 모습을 보면서 생태환경 조성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가 느껴진다. 도심 전체가 깨끗하고 나무그늘, 은은한 꽃들이 도심을 수놓고 있다. 새뜰마을 사업으로 활력을 찾은 청수골 취재를 위해 찾은 순천시의 첫 인상은 " 좋다" 그 느낌이다.
행정구역상으로 순천시 금곡동(현 향동) 10통에 해당하는 청수골은 차량 한대 들어가기도 힘든 구도심 달동네였다. 위치만 시 지역일 뿐 7, 80대 고령의 독거노인들이 사는 농촌의 허름한 동네나 다름없었다.
그런 동네가 발칵 뒤집힌 것은 2015년. 국토해양부 사업인 새뜰마을만들기 사업에 선정되고 부터다. 리어카 한 대도 통행이 어려울 정도로 좁은 청수골 도로가 뚫리고, 귀신이 나올 것 같이 방치됐던 빈집이 정비되고 마을이 단장됐다. 사라진 줄 알았던 공동체 문화도 꿈틀꿈틀 살아나 고령의 독거노인도 힘을 얻고, 젊은이들도 들어와 활력을 찾고 있다. 작지만 강한마을 순천시 금곡동(현 향동) 청수골로 들어가 본다.

'천가지로(天街地路)의 정원도시(情園都市)'로 재생한 순천
생태수도로 손꼽히는 순천시의 도시재생사업도 다른 도시지역 고민과 다르지 않았다.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 개최(2013년)를 계기로 도시브랜드 가치는 크게 상승했지만 원도심과 신도심의 불균형의 이루고 있는 도시속살은 큰 고민거리였다. 이는 도시가 형성되고 발전된 지역이라면 어느 지역이나 갖는 고민이기도 하지만 순천시도 예외는 아니었던 것이다.
쇠퇴되고 있는 구도심 재생에 불을 당기기 위해 순천시는 '자연의 씨줄과 문화의 날줄로 엮어내는 '천가지로(天街地路)의 정원도시(情園都市)'라는 비전을 갖고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했다.
700년의 순천시 역사와 문화, 정원, 경관 커뮤니티가 융합된 천가지로(天街地路)를 도심 랜드마크로 해서 새로운 관광산업으로 원도심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것.
2014년 선도지역(향동·중앙동) 성공을 토대로 주변지역으로 사업을 확산시키고, 이를 기반으로 원도심 전체를 회생시키는 것이 순천시의 목표. 700년 전통의 순천부읍 성터로 순천향교와 서원 등 문화유적자원이 있는 주거지역인 향동과 상권지역인 중앙동에 국비 60억원과 시비 140억원 등 200억원을 투입해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도시재생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그 결과 전국적인 모범사례로 꼽혀 순천시는 국토부의 2016~2017년 도시재생평가에서 최우수로 평가받았으며, 2017년 도시재생 한마당 주민참여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도 저전동 남초교 일원은 생활 근린형 사업(2018~2021년, 197억원), 순천역세권 일원 중심시가지형 사업(2019~2023년, 340억원), 장천동 버스터미널 일원 중심시가지형 사업(2018~2022년, 300억원)이 추진됐고 또 지금도 진행 중이다.
순천시 도시재생 성과는 주민에 눈높이가 맞춰졌다. 속도보다는 방향, 시스템보다는 사람, 전문가보다는 주민이라는 차별화 된 전략으로 주민들이 직접 마을의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도록 했다.
용역사가 아닌 지역 주민이 직접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실행과정에 참여하는 것을 물론 주도하도록 했다.
특히 주민참여를 위해 골목길 천막토론, 목요 도시락데이 등 골목단위의 의견수렴에 공을 들였다. 조감도 형식의 골목상황판을 설치해 사업을 추진할 경우 어떻게 변하게 될 것인가에 대한 골목설명회를 수시로 개최하고, 매분기 주민합동워크숍을 개최해 주민공감을 쌓아갔다.
또 주택 보수 시 단순한 개보수보다는 생태에 초점을 맞췄다. 빈집 주변과 거리에는 '이웃사촌' 정원을 조성해 주민들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수목의 관수를 위해 넓은 뜰이 있는 주택에 빗물저금통을 설치했다. 생태수도 순천시를 위한 주민참여, 민관의 협치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도시재생 틈새 새뜰마을사업으로 빛난 청수골
청수골 마을은 보은읍 죽전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마을이다. 죽전리에는 그래도 빌라, 원룸이 있지만 청수골은 그 흔한 빌라 한 채 없이 단독주택들로 마을이 형성돼 있었다.
그것은 아마도 많은 문화유적, 사적을 비롯해 근대문화재 등이 들어차있기 때문일듯도 하다. 청수골에는 순천부읍성터, 향교 뿐만 1930년대 도지사를 지낸 최의남 도지사 생가가 있고, 가물어도 마르지 않는 우물이 있고, 임청대, 옥천서원, 순천박씨 시조인 박영규의 묘, 근대 의료시설인 안력산 병원 격리병동 등 많은 문화유적이 있다. 서말이나 되는 구술을 꿰면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었지만 꿰지 않아 관광자원으로의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들 문화유산은 새뜰마을사업,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면서 사람의 발길이 닿는 곳이 됐다.
100년 전 선교사 알렉산더가 세운 순천 안력산병원 의료문화센터를 복원했다. 건물 외부에는 인요한 박사가 창안한 우리나라 최초의 앰뷸런스 차량 2대가 함께 전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앰뷸런스 1호차는 승합차를 개조해 환자 이송용으로 만든 최초의 한국형 구급차다. 또 2호차는 응급조치와 생명유지기능이 탑재된 최초의 고성능 구급차로 남다른 가치를 지닌다. 그 자체만으로도 문화재급이다. 현재는  순천시의사회가 운영하고 있다.
우물도 복원해 뜨거운 여름날 등목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되는 등 옛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유적으로 되살아났다.
새뜰마을 사업이 전개되기 전 청수골은 지방소멸의 그림자가 드리워졌었지만 살기 좋은 마을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사업 전 청수골은 123가구(243명) 중 73가구(60%)가 저소득층이고 주택 또한 대부분 노후주택이었다. 마을안길도 좁아 생활에 큰 불편을 겪는 주민들에게 소방도로 개설은 숙원사업이었다.
집을 고치고 싶어도 레미콘 차량이 들어오지 못해 큰 도로가에서 리어카로 실어날랐고 고령의 노인들이 병원을 가기 위해 택시를 불러도 들어오지 못했고 택배차량도 마찬가지였다. 주민들은 차라리 재산권이라도 행사하게 도시계획도면에만 있는 도로계획선을 지워달라고까지 요구하기도 했다. 하수도 보급도 낮아 비만 오면 골목안은 물길이 되고 집안 하수물도 제대로 빠지지 않았다. 도시가스는 아예 보급되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낙후돼 주민들이 높은 수준의 삶을 영위하는데 한계를 보였다.
이같이 낙후된 금곡동 10통을 일컫는 청수골에 새뜰마을 사업이 들어간 것은 2015년부터다. 2018년까지 도로개설 및 도시가스, 하수도 정비 등 도심 인프라구축과 함께 공동체사업, 그리고 주민역량강화 등의 사업을 추진하는데 68억3500만원이 투입됐다.
소방도로가 나고 주택 벽과 담장에 페인트를 칠하고 지붕을 단장했다. 단열이 되지 않았던 유리문도 새시로 교체했다, 우중충했던 마을이 환하고 산뜻하게 바뀌었다. 이웃사촌정원 등  아름답게 경관이 조성되면서 주민들이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

청수정 마을카페 운영, 전국 주목
'청수골 새뜰마을 조성사업'의 핵심은 휴먼케어이다. 청수정(커뮤니티센터+마을카페)을 만들어 주민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하고 차와 식사 판매를 통한 수익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마을 고물상 자리에 신축한 청수정 커뮤니티센터에는 경로당과 마을공방, 회의실, 쉼터를 갖추고 주민 복지와 화합의 자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마을 공동체의 거점으로 활력소 역할을 하고 있다.
또 70년된 한옥을 매입해 마을카페 '청수정'을 만들고 수제 전통과자 한과를 만드는 청수골愛 오란다도 만들었다.
이중 마을카페 청수정은 점심식사로 엄니밥상(제육볶음, 박반)과 커피와 대추차를 파는데 대기표가 있을 정도로 점심시간이면 엄니밥상을 받기 위해 줄을 선다.
주민들이 6명의 이사진과 준조합원을 포함한 15명으로 협동조합(이사장 백정숙)을 조직해 운영하고 있는데 청수정 카페 연간 매출만 해도 1억2천여만원에 달했다고 한다. 지난해에는 행정안전부 지정 도시재생형마을기업1호로 선정됐고 국토교통부 주관으로 실시한 도시 새뜰사업 추진실적 평가에서 2년 연속 우수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마을과 결연한 신한은행에서는 사업비를 지원해 카페 실내를 보완하고 그릇 교체를 돕기도 했다.
백정숙(75) 이시장은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문을 열지 못했는데 지난해에는 성과가 좋아서 인건비를 정산하고도 남아서 마을에 환원사업도 했다"며 "식당에는 주방장 포함해 4명이 일하고 고령의 어르신들은 나물을 다듬거나 허드렛일을 도와줄 때는 품삯을 쳐서 주는데 어르신들은 소일거리도 있고 돈도 버니까 좋아한다"고 말했다.
백정숙 이사장은 "코로나19가 오기 전에는 1주일이면 외지에서 관광버스로 3, 4팀이 동네를 둘러보고 갔고 동네를 여행하는 순천시민들도 생길 정도라며 옛날에는 생각해보지 못한 변화를 경험하니까 주민들이 우리도 하면 뭔가 되겠다고 긍정적으로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백 이사장은 "우리마을을 외부 손님들에게 잘 알리고 소개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 해설사 양성 등의 필요성을 느껴 준비도 하고 있다"며 자부심이 가득하다.
쇠퇴의 길을 걷던 청수골은 순천시와 주민의 노력으로 공동체가 살아나 사람 사는 마을로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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