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안면 전통민속보존회 장안농요축제 2회째
장안면 전통민속보존회 장안농요축제 2회째
  • 황민호
  • 승인 2020.07.02 10:49
  • 호수 5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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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물렀거라' 신명나는 잔치 벌여
장안면 전통민속보존회는 장안면 개안리 어름골에서 2회 장안농요축제를 개최했다. 고된 노동을 신명나는 농요로 승화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장안면 전통민속보존회는 장안면 개안리 어름골에서 2회 장안농요축제를 개최했다. 고된 노동을 신명나는 농요로 승화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사라져가는 것을 기억한다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그리고 해왔던 사람들이 기억을 더듬어서 재현하는 것이 바로 전통을 계승하는 일이다. 박제된 것을 책으로 보고, 박물관에서 보는 것보다 오감으로 느끼는 것 생생하게 눈 앞에 살아있는 현장으로 보는 것은 감흥 자체가 하늘과 땅 차이일 것이다. 보은 장안농요 축제는 여러 사람들이 공을 들여 만든 하나의 작품이었다. 이제 논밭도 기계화 자동화 된지 오래라 둔탁한 기계음이 울리는 게 전부인데 모처럼 사람 노랫소리가 흘러나왔다. 거대한 트랙터와 이앙기가 지나가던 그 자리에 사람이 논에 철푸덕 들어가 진흙을 묻히고 모를 쪼개 힘껏 사방으로 던지고, 줄지어 모를 심으며 하는 노래들은 하나도 거슬리는 것 없이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노동요'라는 말은 요즘 청소년들은 잘 모를 것이다. 일과 삶과 놀이가 하나였던 그 옛날에는 노래를 부르면서 기운차게 힘을 북돋았고, 같이 하는 일이란 합이 착착 맞는 즐거움이었다. 내논 네논 할 것 없이 우리 논이었고 품앗이로 즐겁게 일을 했다. 

오랜 시간이 걸려 고증하고 재현한 보은 장안농요축제가 지난 6월 27일 장안면 개안리 어름골 산 15번지에서 열렸다. 보은 장안 농요는 150여년전 장안면 일대에서 전승되던 농요로 당시 물도 가물어 힘들게 농사짓던 열악한 농업환경과 고된 노동을 선 소리 등 신명 나는 농요로 승화한 보은 대표적 전통두레농악이다. 

옥천출신 교사 노한나, 노미한 교사가 2000년-2007년까지 현장조사를 하며 보은의 민요를 제작진행했고, 한국민속예술연출가인 조진국 대표가 1994년부터 2012년까지 보은군 민속조사와 재현을, 고인이 된 서울대 국악학과 오용록 교수도 한국민요대전 보은군 현지조사를 통해 고증해 낸 귀한 농요이다. 강성복 충청민속문화연구소장과 박종익 충남대 학술연구교수가 학술고증을 했다. 

전국 각지의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자료조사와 고증을 했으나 이 날의 주인공은 단연 장안면 주민들이었다. 

여든이 넘은 장안면 전통민속보존회 김갑진 회장은 “2017년 처음 주민들이 모여 장안면의 전통 농요를 재현하고자 시작했을 때만 해도 지금과 같은 축제로 키울 수 있을 거라며 예상하지 못했다"며 “장안 농요가 장안면을 넘어 보은 군민이 하나되는 축제가 되길 바라며 보은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안농요는 2016년 보은군 풍물경연대회서 최우수상을 타고, 2017년엔 충북민속예술축제 대상, 2018년 한국민속예술축제 금상을 받았다. 보은군은 이 농요가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여 대회에 출전할 때만 하는 게 아니라 매년 농요축제를 하기로 한 것. 매년 1천500만원의 예산으로 6월 쯤 농요축제를 하고 가을에 500만원 가량의 예산으로 농요 사진 찍은 것을 바탕으로 전시회를 한다는 것이 군 관계자의 말. 

이날 9시 30분부터 시작해 오후 3시에 끝낸 장안 농요축제에는 사진작가들이 즐비했다. 드론과 각종 망원렌즈를 들이밀며 사진찍기 경쟁에 열을 올렸다. 

농요는 차근 차근 정식대로 진행됐다. 마치 자연을 배경으로 하는 오페라 무대처럼 논일을 하러 온 동민들이 깃발을 앞 세우고 신명나게 풍물을 올리는 '들나가기'부터 시작했다. 그 자체로 장관이었다. 모판에서 모를 뽑아 모첨을 묶는 과정에서 선소리꾼의 소리를 그대로 따라 부르는 제창방식으로 모찌는 소리를 했고, 일제 강점기에 들어온 줄모가 아닌 산식으로 모심는 소리를 우렁차게 했다. 동네 아낙들이 점심참을 가져와 비빔밥과 농주로 점심참을 맛나게 먹고, 초듬 아시매기와 이듬 논뜯기, 신명풀이까지 장장 6시간에 걸친 논에서 열린 7막의 오페라가 끝이 났다.

모찌는 소리 농요는 이렇게 시작한다. '들어야 내세 들어 내세 이 모자리를 들어 내세/ 뭉쳐~ 내세 뭉처 내세 이 모자리를 뭉쳐 내세'

이런 농요들이 선창에 이어 제창하며 절로 흥겨워진다. 강성복, 박종익 학술고증팀은 '장안농요의 민속예술적 특징과 의미'에서 '장안지역 농토는 척박한 황무지가 많아 달밤에도 가뭄이 든다는 애잔한 사연이 있을만큼 상습적인 물부족에 시달렸고 그런 열악한 환경에서 꽃피운 소리가 장안농요'라며 '무엇보다 품앗이, 놉, 고지 등 공동노동의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동시에 모심기와 논매기의 고달픔을 신명으로 풀어내어 승화시킨 점이 돋보인다'고 밝혔다. 
정상혁 군수는 "우리 것은 우리가 소중하게 여기고 지켜나갈 때 가치가 있는 것이 된다"며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농요 축제로 전국 사진작가들이 다 모여서 보은 홍보가 제대로 된다"고 말했다. 

조진국 총 연출가는 "장안농요는 현지 어르신들의 고증과 민속 능력의 발췌 및 조사, 현장 재현을 토대로 실제 논에서의 노동과 춤짓, 그리고 집단 공동작업과정 중 소리와 음조와 장단, 메김새, 가사, 속도 등을 옛모습 실제 상황의 원형으로 재현하는 것을 중시해 연출했다"며 "우리 어르신들과 후손들 모두 모여 영원한 축제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장안면 주민 김치구, 윤대용, 정민재씨가 감사패를 받았고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여든 두살 양증임씨가 직접 밥 해먹는 쌀을 푹 삭혀서 일주일동안 만든 농주를 선보였다. 

이날 참여한 손혜린(47) 사진작가는 “고향이 괴산인데 어릴 적 보던 손모내기를 재현해주시니까 감회가 새롭다"며 “한 장면 하나 하나가 명품 사진이라며 해마다 와서 즐겁게 사진을 찍고 있다"고 말했다. 

몸이 아파 참여를 못하고 지켜본 박성수(73, 장안2리) 주민은 "자칫 사라질 수 있는 우리네 전통을 이렇게 매년 살려서 재현한다는 것이 뜻 깊다"며 "한 사람이 한 마지기(150평)를 손 모를 해야 일당을 받아가던 옛날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한편, 사진 촬영 및 총괄진행감독은 서원대 평생교육원 홍대기 교수와 홍정희 사진작가가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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