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1주년, 발행인 편지
창간 11주년, 발행인 편지
  • 김경순
  • 승인 2020.06.18 09:51
  • 호수 5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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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공동체 살리는 풀뿌리언론으로 바로 서겠습니다"

햇수로 12년 전인 2009년 오늘, 많은 사람들의 염원과 기대, 설렘, 그리고 조바심까지 담은 보은사람들 첫 호가 세상에 나왔습니다.
권력의 힘에 눌려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주민들은 기꺼이 한 푼, 두 푼 내주신 덕분에 보은사람들은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신문의 탄생은 막강한 권력을 부리고 비호하는 세력들이 탄탄하게 터를 누르고 있었던 소지역 보은에서 결코 비굴함을 보이지 않겠다는 공개 선언이었습니다. 그 이후 권력과 자본에 자유로우며 불편부당, 소외된 약자들을 대변하고 다함께 행복한 공동체를 복원하겠다는 창간 때의 마음가짐을 지키려 노력했습니다.
돌아보면 독자들을 충족시키지 못했을 때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독자들은 보은사람들을 곁에서 묵묵히 지켜보며 외롭지 않게 등 두드려주고 계속 나아갈 수 있도록 격려를 해주셨습니다. 후원자 광고주들은 성원을 보내주셨습니다. 그 덕분에 언론의 소임을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신문의 나이가 신문의 성장을 상징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여전히 경제적으로 열악하고 부족한 인력도 극복해야할 과제이지만 12년의 세월을 보내는 동안 단 한 번의 결호 없이 매 호, 매 호 군민들의 목소리를 담아왔습니다. 이것은 보은사람들 12년 결실이고 큰 자산입니다.
지난해 8월 이후 보은사람들은 특별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보은군에서는 사상 최초 군수 소환이라는 무거운 시국을 겪었습니다. 소환을 불어온 원인 제공자는 누가 뭐라해도 군수인데도 군수를 편애하는 사람들은 지방자치제 하에서 주민의 당당한 권리를 행사하는 행위를 두고 왜곡시키면서 편가르기를 해왔습니다. 저희 보은사람들신문에게 책임을 지우는 모습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보은사람들신문의 탄생 배경인 권력에 주눅들지 않고, 권력자 눈치보지 않고 비판할 것은 비판한다는 창간 초심은 임직원들의 심지를 더욱 단단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좌고우면하지 않고 지역의 역사를 기록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보은사람들이 단단해진 것은 독자들, 군민들이 든든한 격려가 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우리의 진심을 이해하는 주민들은 후원금으로 응원했습니다.
지역사회의 증인으로서 지역을 기록하고 그것이 지역의 역사로 보존되는데 한 축을 담당할 것입니다. 이는 12년전 주민들이 저희에게 부여한 임무이고 그리고 우리가 지킬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해에는 보은사람들 정론지 외에 좀더 가벼우면서 격식을 차리지 않고 누구나 주제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주민들의 소통공간 핫빵 밴드를 개설했습니다.
척박한 언로, 막혀있는 지역사회에서 핫빵밴드는 입이 있되 말하지 않았던 주민들에게 언로가 돼 주었고 살아있는 민심을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 되고 있습니다.
올곧은 소리, 바른 말을 하고 싶어도 소위 찍힐까봐 눈치를 보는 주민들에게 숨통을 틔워주는 창구가 되었습니다.
말하는 주민이 없는 게 아니라 말할 수 있는 공간이 없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극도로 폐쇄된 보은사회에서 핫빵은 지역에서 민주주의가 실천되는 또하나의 숨구멍, 언로가 돼 주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가짜뉴스가 횡행하고 다양성 보다는 획일화된 말이 여과없이 SNS를 타고 흐르는 시대에 좀 더 올곧은 글과 말, 기사가 보도되는 신문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인식하는 기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제대로 된 지역신문인 보은사람들이 되기 위해 더 한층 노력하겠습니다.
코로나 19로 침체된 지역은 더욱 피폐해져가고 있습니다. 언제 다시 활기를 찾을지 걱정스럽습니다. 고령화로 치닫고 젊은 후계가 없어 소멸할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몰려있는 보은이기도 합니다. 12년의 세월을 보내는 동안 지역언론으로서 제 역할을 다했나 되돌아보면서 이 상황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다시 출발선에 선 오늘 변화하는 자세로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를 예측하며 지역사회의 공기로서 보은사람들신문이 새로운 희망의 씨앗을 심을 수 있는 기반을 닦겠습니다. 구체적이고 진정성 있는 대안을 제시하면서 독자들과 소통하며 신문이 변화의 촉매역할을 굳건히 할 것입니다.
올해부터는 이웃 옥천신문과 연대하면서 주민의 삶을 보듬으며 좀더 지역과 밀착된 지면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지역으로 더 깊숙하게 파고들어가 기록할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지난 시간 과분한 사랑을 보여주신 독자, 광고주, 후원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창간 11주년,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지난 시간을 성찰하고 그동안 그래왔듯이 권력과 자본의 눈치를 보지않고 뚜벅뚜벅 걸어가겠습니다.
주민과 함께 숨쉬며 지역공동체를 살리는 풀뿌리 언론으로 거듭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보은사람들 발행인 황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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