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부 사직 29년 만에 아기 울음소리
탄부 사직 29년 만에 아기 울음소리
  • 송진선 기자
  • 승인 2020.06.11 10:07
  • 호수 5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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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성영경씨 금줄쳐서 손자건강 기원

지난 5월 20일 탄부면 사직리 성영경(62)·송오정(58, 사직 부녀회장)씨 집에 큰 경사가 났다. 손자 지석이가 태어난 것.
할아버지, 할머니를 비롯해 온 가족이 기뻐한 건 당연하지만 고령화와 코로나19로 인해 침체된 마을에 활력을 불어 넣은 것이어서 지석이의 탄생은 온 마을의 경사였다.

탄부면 사작리에서 아기가 태어난 것이 29년만이라고 한다. 시어머니 송오정씨와 며느리 송설아씨가 생후 22일된 아들을 안고 있다.
탄부면 사작리에서 아기가 태어난 것이 29년만이라고 한다. 시어머니 송오정씨와 며느리 송설아씨가 생후 22일된 아들을 안고 있다.

사직리에서 아기가 태어난 건 근 29년 만이라고 한다. 유승두 이장은 마을 밴드에 성영경씨의 손자 탄생소식을 전하며 마을에 활기가 넘치는 것 같다며 축하인사를 전했다.
지난 2018년 11월 결혼한 장남 성대근(37)·송설아씨 부부는 또 분가하지 않고 부모와 함께 살면서 3대가 함께 사는 요즘 보기 드문 가정이 됐다. 할아버지는 새끼줄에 빨간 고추와 숯, 그리고 솔가지를 엮어 대문 위에 금줄을 치고 손자가 건강하게 잘 자라도록 기원했다. 아기가 태어난 사실을 모르고 타인의 출입으로 혹시나 부정을 탈 수 있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병원에서 아기를 낳고 산후조리원에서 몸조리를 하면서 사라졌던 금줄이 등장한 풍경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낯선 사람의 출입을 제한해 부정을 막는 금줄이 쳐져 있다. 이 금줄 만으로도 이 집에 아기가 태어났음을 알 수 있다.
낯선 사람의 출입을 제한해 부정을 막는 금줄이 쳐져 있다. 이 금줄 만으로도 이 집에 아기가 태어났음을 알 수 있다.

산모인 송설아씨는 산후조리원에서 몸조리를 하지 않고 집에서 시어머니가 직접 해주는 몸조리를 받고 있다. 이 또한 흔한 모습은 아니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시어머니 송오정씨는 "조리원에서 산후조리 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며느리가 사랑스러워서 내가 직접 산후조리를 해주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아들과 며느리 모두 흔쾌히 응했다"며 "농사거리가 많아 피곤하기는 하지만 손자도 보고 며느리도 건강하게 몸을 회복하도록 도와주는 지금이 무척 행복하다"고 말했다.
송오정씨는 또 "어린나이에 아기를 가진 탓인지 며느리가 입덧이 심해 소파에 앉아서 잠을 잘 정도로 정말 힘들어했다"며 당시를 회고하고 "엄마 품을 떠나 멀리 타국에서 임신과 출산을 하는 것이 안쓰러워 더 정성을 쏟아서 며느리와 손자를 돌보게 된다"며 시어머니 입장이 아닌 친정어머니 같은 모성애를 보여줬다.
출산 후에도 밤과 낮이 바뀌어 잠도 제대로 못자는데도 며느리가 다시는 안 낳겠다고 할 줄 알았는데 한 명 더 낳겠다고 해서 내심 고마웠다고 덧붙였다.
할아버지 성영경씨도 일하고 집에 들어오면 손자가 자고 있어도 아기부터 본다며 손자 덕분에 웃을 일이 많고 집안이 더 밝아졌다며 좋아했다.
성영경·송오정 부부와 성대근·송설아씨 부부는 "지석아 우리집에 와줘서 고마워, 사랑한다. 건강하게 무럭무럭 잘 자라렴"라고 소원을 밝혔다.
29년 만에 사직리에 아기 울음소리를 들려준 지석이는 마을의 희망이며 마을을 이어갈 대들보로 주민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한편 지난 5월 27일 통계청은 3월 기준 통계 집계를 시작한 1981년 이래 출생아수는 최소치라고 발표한 바 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1분기 1.02명, 2분기 0.92명, 3분기 0.89명, 4분기 0.85명 이었다.
이는 우리나라 인구 유지를 위해 필요한 합계출산율인 2.1명의 절반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합계출산율이 0명대로 떨어진 국가는 2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통틀어 한국이 유일하다고 발표했다. 점차 노인국가가 돼 가고 있다.
보은군은 더 심각하다. 지난 5월말 현재 인구수는 3만2천653명인 가운데 0세 신생아수는 총 90명이다. 읍면별로는 보은읍 67명, 속리산면 2명, 장안면 4명, 마로면 1명, 탄부면과 삼승면 각 2명, 수한면 7명, 회남면 0명, 회인면 2명, 내북면 1명, 산외면 2명에 불과하다. 인구 감소로 사라지는 마을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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