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보고 있나요
사람을 보고 있나요
  • 보은사람들
  • 승인 2020.06.11 09:23
  • 호수 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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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강 환 욱
보은교육협동조합햇살마루 이사

종종 학교 밖을 나갑니다. 교실 안, 교과서와 화면 속에만 갇히지 않기 위해서 힘을 들여 나갑니다. 나갈 때 아이들은 설렌다고 합니다. 그리고 살아있는 소재는 주로 밖에서 우릴 기다립니다. 삶을 가르친다면서 삶에 가까이 가지 않는 것이 이상합니다. 생각해보니 그간 움직이고자 하는, 살아있는 것을 만나고자 하는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욕구를 꾹꾹 눌러왔더군요. 교실이 감옥같다는 노랫말이 만들어지게 된 일에 저도 공범입니다. 무조건 좋은 대학에 가고 봐야한다는 막연한 인식은 교실을 감옥으로 만들었고 학생들은 교묘히 통제되어 왔습니다. 기초학력신장을 부르짖으나 실상은 낙인효과로 인해 스스로를 공부 못하는 아이로 규정하는 결과를 낳았고, 학력저하의 진짜 원인은 스마트폰에 있음을 모두가 외면합니다. 대학에 간 뒤에는 그곳을 목적지로 착각했음을 깨닫습니다.
마을을 걷는 도중에 아이가 묻습니다. 멀쩡했던 다리를 부수고 왜 새로 만드냐고요. 자연재해를 예방하기 위한다는 현수막을 얼핏 본 적이 있어 그리 알려주었습니다. 그러자 그동안은 아무 일이 없었지 않냐고 되묻습니다. "그러게 말이야."
최근 파헤쳐진 뱃들공원의 보도블럭, 부수고 새로 짓는 다리들 등 하는 이유를 정확히 알기 힘든 공사들이 늘었습니다. 기존의 것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무엇을 위해 하는지 친절하게 안내하는 것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학교는 몇 십 만원, 몇 백 만원의 예산이라도 수요자의 의견을 묻고 안내장으로 상세히 알리기에 이런 모습이 익숙하지 않습니다. 정상적인 행위가 생략되다보니 쓸데없이 예산을 낭비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더구나 이해되지도 않는데 소수의 권력이 억지로 밀어붙이는 공사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야구장이죠. 타 지역 야구 선수들을 유혹해 지역의 경제를 활성화 한다는 이유로 수백억을 쓴다는 논리에 설득당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속리산 자락에 풍부한 스토리를 만들어서 사시사철 관광객이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상상을 자극하는 무형의 스토리가 유형의 것과 결합이 될 때 시너지 효과가 나겠죠.
반면 걷는 사람, 자전거 타는 사람은 우리 마을에도 많습니다. 이것은 건강을 위해, 그리고 저탄소를 실천하는 친환경 행위이기에 적극 장려하고 확대해야 합니다.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해 가까운 거리는 차를 두고 자전거를 타는 것은 무척 아름다운 행위죠.
하지만 정작 보은의 도로는 그들을 품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도로는 마주 오는 차 두 대만을 겨우 허용합니다. 그 길의 가장자리를 걷는 사람을 보면 참으로 불안합니다. 인도나 자전거 길이 있더라도 너무 짧거나 그나마도 끊긴 부분이 많습니다. 걷다가 차도로 내려가야 합니다. 읍내조차 유모차를 끌고 온전히 다닐 수 없습니다. 자전거로 출퇴근 하는 것은 목숨을 담보로 해야 합니다. 사람을 품지 않은 길은 저탄소 생활의 실천도 가로막습니다.
옥천은 향수 100리길이 꽤 유명합니다. 자전거를 즐기는 사람들이 금강의 경치를 느끼며 달리기 위해 많이 찾습니다. 최근 정비된 향수호수길도 대청호의 경관을 감상하며 걸을 수 있는 길로 유명해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찾을수록 자연스럽게 길 주변의 상권도 살아나겠죠.
옥천이 금강과 대청호를 품고 있다면 보은은 속리산이라는 명산을 자랑합니다. 오로지 속리산 하나만 보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대부분은 자동차를 타고 오지요. 특히 주말이면 커다란 굉음을 내는 거대한 오토바이 무리가 찾기도 하는데, 유독 자전거를 타고 온 사람들은 흔치 않습니다. 자전거를 즐기는 제 친구는 자전거로 속리산에 들어갔던 경험을 이야기하며 자전거 길이 잘 정비된다면 그들에게 큰 인기를 얻을 것이라고 이야기 하더군요. 적어도 야구선수보다는 더 많은 수의 자전거족들이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에 찾을 것입니다. 그 중에는 우리 마을사람들도 많을 것이고, 수백억이 들지도 않을 것입니다. 이런 곳에 쓰이는 예산은 다수의 공감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때론 건설업자를 대표로 뽑은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기도 합니다. 자연을 파헤치고 먼지를 풀풀 날리며 이상한 역사가 담기는 등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환경파괴적인 공사의 바탕에 사람과 미래를 위한 철학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미래를 위한다면 자연을 살리고자 해야 하고 교육에 투자해야 합니다. 사람을 위한다면 그 사람들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두 길은 결국 하나인데 우리 마을은 이 길을 걸으려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난개발을 걷느라 바쁜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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