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개발사업 전철 밟지 않으려면 주민참여형 도시재생 필수불가결
농촌개발사업 전철 밟지 않으려면 주민참여형 도시재생 필수불가결
  • 송진선 기자
  • 승인 2020.06.04 10:15
  • 호수 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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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순서

①철저한 준비 필요한 보은도시재생
②지역정체성 보존으로 활력찾은 안동 신세동 벽화마을
③관 아닌 주민에 의해 골목상권 조성된 경주 황리단길
④주민 참여로 지역활성화 성공한 군산시 우체통 거리
⑤주민자치역량으로 도시재생 성과낸 순천시 청수정
⑥공동체가 중심이 돼 기적 만든 정선 고한 마을호텔

재개발 사업이 마을을 모두 밀어버리고 새로 건물을 지어 올리는 것이라면, 도시재생 사업은 낡은 도시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 사업이다. 즉 기존 도시의 틀을 유지한 채 진행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지역주민의 협업과 소통은 필수다. 주민은 빠진 채 사업이 추진되면 사업기간 내 수많은 사업비는 투입되지만 사업기간이 종료되고 나면 건물만 덩그러니 남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이미 이같은 모습은 보은군이 추진한 각종 마을만들기 등 농촌개발사업에서 전례를 찾을 수 있다. 보은군은 올해 국토교통부가 공모하는 도시재생사업 응모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선제적 활동이라고 할 수 있는 도시재생대학을 운영하기 위해 수강생을 모집, 개강했다.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중단했지만 조만간 도시재생대학도 운영할 계획이다. 본보는 보은군도시재생 사업이 소기의 성과를 거둬 지역에 활기를 찾도록 도시재생사업 등으로 골목상권 활력을 찾은 선진사례지를 기획취재했다. 기사를 통해 보은군이 추진하고 있는 도시재생 사업이 침체된 골목상권에 생기를 돌게 해 소멸 위험지역에서 벗어나는 기회가 되도록 하고자 한다.<편집자>

각종 농촌개발사업 똑같은 마을만 양산할 뿐
마을만들기 등 각종 농촌개발사업은 인구 과소화, 활력저하 등 악순환을 겪고 있는 농촌문제를 해결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즉 농촌다운 개발을 통해 기초생활 수준을 높이고 인구를 유지하고 특화발전을 통한 소득을 높여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이들 사업 또한 국가가 주도하는 하향식이 아닌 상향식으로 추진하는 것을 표방하고 있으며 농촌사회의 유지발전을 위해 농촌주민의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활동을 통해 지역 스스로 내재적 발전을 도모토록 했다.
그러나 실상은 주민들의 이해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행정과 농어촌공사, 소수 지역리더의 주도하는 상황이다. 나머지 주민들은 이 사업에 동원되고 있다. 벤치마킹 차원으로 해당마을 주민들이 여기저기 지역을 방문해 시설을 둘러보지만 실상은 벤치마킹보다는 하루 놀러가는 유람의 성격이 짙다는 비판도 나온다.
결국은 주민들이 큰 관심이 없는 상태에서 지방자치단체들이 정부의 농촌개발사업 실적을 올리기 위해 사업공모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사업을 위탁받은 농어촌공사와 컨설팅업체들은 타 지역에서 추진한 사업을 참고해 천편일률적인 사업계획과 보고서가 생산되는 것이 현실이다. 지역을 유지하고 특화발전을 도모하는 게 목적에 부합하는 내용으로 계획서가 나와도 실제로는 시설과 토목 위주의 하드웨어 사업으로 추진되는 게 사실이다.
도로나 마을 안길, 가로 정비, 광장 조성, 운동시설, 건강관리실, 마을회관, 다목적회관, 쉼터나 정자, 직판장, 체험장, 마을 안내판, 도농교류센터나 방문객 센터 등의 시설물이 들어서는데 간판만 다를 뿐 거의 대동소이하다.
결국은 지원하는 정부 부처와 지원되는 사업명만 다를 뿐 결과적으로 똑같은 마을이 양산되고 있다. 부산 감천마을과 통영 동피랑 마을이 인기를 끌면서 특징없이 시멘트 벽돌담에 그림을 그리는 벽화마을이 곳곳에서 탄생하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많은 예산이 시설과 토목과 컨설팅업체에 들어가지만 사업이 끝난 후 예산지원이 종료되고 컨설팅업체와의 계약이 완료되고 행정기관의 준공검사가 끝난 후엔 이 사업에 동원된 주민들이 이를 운영해야 하는데 전문성 부족으로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사업 종료 후에는 거액 투자된 숙박시설이 가미된 방문자 센터, 체험센터 등 시설물은 있지만 연간 이용실적이 거의 없는 채 낡은 시설물로 전락해가고 있고 이들 마을은 단체에 임대하거나 개인이 임대하는 형식으로 근근덕신 운영하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보은군이 후발사업으로 추진하는 국토교통부의 도시재생사업에 선정되면 또 수십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게 된다. 그동안 보은군이 추진한 각종 농촌개발사업 실적에 비춰보면 도시재생사업에 예산 투입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의심스럽기도 하다.

농촌개발사업 13년간 758억4천760만원 투입
그동안 마을만들기 성격으로 농촌개발사업에 투입된 예산은 얼마나 될까? 본보가 이번 기획취재를 위해 보은군이 추진한 각종마을만들기 사업, 즉 정부 부처의 농촌개발사업에 대한 정보공개를 통한 자료를 확보했다.
각종 마을만들기 사업에 투입된 사업예산만 13년간 758억4천760만원에 달했다. 엄청난 예산을 쏟아부었다.
세부적으로 보면 △녹색농촌체험마을만들기 사업 6개 마을 11억1천360만원이 투입됐다. 회남 분저실, 회인 부수리 하얀민들레 생태마을, 보은 종곡 북실마을, 회남 법수리, 마로 기대리 선애빌 등 사업장 곳곳엔 체험관(장)을 신축했으나 활용도는 매우 낮다. 거의 건물만 하나 덩그러니 남아있다고 할 정도로 사업효과는 극히 미미하다.
△참살기좋은 마을가꾸기 사업은 2007년부터 11개 읍·면 46개 마을에 총 13억2천400만원이 투입됐다. 마을의 특색을 활용해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아름다운 보은의 이미지 제고를 목적으로 했는데 선정초기인 2007년엔 선정된 마을 대부분이 정자 설치, 조경시설, 잔디광장 조성, 파고라 설치 사업이 대부분이었다. 이후 담장벽화, 소규모 체육시설 설치, 우물 복원, 십이지신공원 조성, 버스 정류장 도색, 산제당  복원 등으로 사업이 좀 더 다변화했으나 마을환경정비나 환경 조성 등에 지나지 않았다.
△산촌생태마을은 회인면 건천리와 산외면 대원리 딱 2개 마을에 총 25억2천900만원이 투입됐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2년간 생활환경 개선, 체험 및 숙박시설, 생산기반 시설 등을 설치했는데 사업이 종료된 지금은 다른 사업장으로 임대되는 등 사업 추진효과가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
△권역단위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엔 6개권역에 222억1천300만원이 투입됐다. 권역별로는 장안 서원권역 60억2천900만원, 회인 하얀민들레권역 40억원, 보은 북실권역 40억원, 삼승 우진송죽권역 26억5천400만원, 산외 산대권역 25억원이 투입됐다. 장안 말티재권역(30억3천만원)은 아직 준공되지 않았다.
그러나 기 조성된 권역을 보면 소득제고 효과는 미흡하다. 권역사업에 있는 체험센터 등 숙박이 가능한 시설은 여름 휴가철에 이용도가 있을 뿐 거의 공실로 남아있다. 체험객들이 찾지 않아 빈 건물만 덩그러니 남아 감가상각비만 충당하는 곳으로 전락하는 등 투자대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애초부터 이를 운영할 능력이 없는데도 농어촌공사나 컨설팅업체들이 경영비나 소득창출계획을 고려하지 않고 천편일률적인 시설과 토목사업 중심으로 추진해 결국 토건업자들의 돈잔치로 끝난 것이다. 지역이 활성화되기는 커녕 시설운영에 대한 부담만 주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창조적 마을 및 새뜰마을사업 11개마을 96억4천600만원 △일반 자율개발 마을만들기 5개마을 24억7천900만원 △행복마을만들기 사업 5개마을 6천900만원이 들어갔다.
△농촌중심지활성화 사업 및 기초생활거점육성 사업은 6개 읍면에서 사업이 진행됐거나 진행 중인데 총 364억7천400만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마로면 소재지 정비사업 70억원, 회인면 중심지활성화 사업 57억1천400만원, 보은읍 중심지활성화 사업 80억원, 내북면 중심지활성화사업 60억원, 속리산면 중심지활성화사업 57억6천만원, 삼승면 기초생활거점육성사업 40억원이다. 사업을 준공한 마로면과 회인면 외에 나머지 지역은 진행 중인데 이 사업이 지역의 구심점이 되어 지역활력을 이끌어내는 동력이 될지는 미지수다. 밑 빠진 독에 물붓기 식으로 거액의 예산을 투입한 것으로 끝날 소지도 높다.
그런데 보은군이 추진하고 있는 도시재생사업은 소재지정비사업 또는 농촌중심지활성화사업, 기초생활거점육성사업처럼 도시계획이 수립된 지역을 대상으로 한다. 보은군은 도시재생사업 대상지를 아직 선정하지 않았으나 사업 완료 후에는 지역 특성과 관계 없이 어느 지역에서나 쉽게 접근하는 벽화나 쉼터, 주차공간 정도 유물처럼 남을 수 있다.
앞서 보도했듯이 도시재생은 재개발이 아닌 기존의 도시공간에 대한 관리계획이 들어가는 것이다. 지역 고유의 특성을 모티브로한 사업이 활성화되고 도시기능의 부활 또는 활성화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다.
재생이 들어가는 곳은 그냥 낡은 지역이 아닌 역사가 담겨 있는 곳이며 가치가 담긴 곳이다. 지역의 역사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잘 아는 전문가는 지역주민이다. 그래서 주민참여는 필수불가결이다. 더디가더라도 설명회, 공청회, 토론회, 연수회 등을 개최해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도시재생에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그동안 보은군이 수백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하고도 성과없는 마을만들기사업 전철을 밟지 않는다. 다음호부터는 주민참여로 도시재생사업이 추진돼 활기를 찾은 선진지역의 사례를 차례로 보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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