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협의회 기자 회견에 답함
이장협의회 기자 회견에 답함
  • 보은사람들
  • 승인 2020.06.04 09:29
  • 호수 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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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수 보은군수주민소환운동본부 대표

주민소환 철회를 하고 열흘이 지났다. 아픈 상처가 아무는데 시간이 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오전 이장협의회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한마디로 주민소환운동본부가 주민소환을 철회했으니, 군민들에게 사과하라는 내용이었다.
주민소환 철회를 사과하라면 주민소환 철회를 하지 말았어야 했을까? 이장협의회 사람들은 우리가 왜 주민소환을 철회했는지 그 이유를 알기나 하고 있는가? 그 단초에 일부 이장들이 주민소환 서명부 열람 과정에서 보여준 불법적 행태를 모른다는 것인가? 애당초 주민소환을 시작한 일이 사과 할 일인가? 군수는 친일 발언을 사과했는데, 이장협의회는 발언이 왜곡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군수는 친일 발언을 사과하지 않아야 했다는 주장인가?
군수는 주권자의 투표행위로 임명된 공직자이다. 주어진 자리에 맞는 올바른 군정을 실행해야 한다. 보은군정의 총괄자로 막강한 권한이 주어지는 것은 그와 같은 무게의 책임이 주어지는 일이다. 공인으로서의 도덕성과 품격을 요구받는 일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런 공직자가 잘못하면 사과해야하고 그 책임의 정도가 크면 처벌 받아야 하고, 더 심각하면 주민소환을 당해야 한다. 이장 협의회가 무엇인가? 이장들의 모임이다. 이장이 무엇인가? 군에 군수가 있듯 이장도 각 마을의 주민들의 선거행위를 통해 뽑혀진 공직이고 공인이다. 그래서 수당을 주고 권한과 합당한 책임이 요구되는 것은 군수의 자리와 다르지 않다. 이장은 군수의 부하직원이 아니다. 군수의 종은 더욱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마을과 주민의 종이고 마을을 위한 봉사자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이장들은 이장이 되는 순간 군수의 충직한 수하가 되기를 스스로 자임한다. 마을사업의 보조금 운운하며.
어느 동네의 할머니 한 분이 주민소환 서명을 했다. 민주주의 사회의 기본인 자유, 그리고 다양성, 나와 다른 사람에 대한 인정 등의 가치로 볼 때 아무 문제가 될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장이 와서 서명을 했느냐? 왜 했느냐? 그런 거 서명하면 안된다. 우리 마을 보조금 받는 사업 망치려고 하느냐? 하고 윽박지른다. 그 때부터 그 할머니는 정말 자신이 무슨 죄를 지은 것만 같고 죄인이 된 것 같아 덜컹 겁이 나기 시작하고 마음 졸이게 되었다. 이게 이장이 할 짓인가? 같은 동네 어르신들의 마음을 보살피고 어루만져주지는 못할망정 순박한 시골 노인네를 겁박하고 회유하고 불안에 떨게 하는 것이 이장의 일인가 말이다. 이장이라면, 똑바른 생각을 가진 이장이라면, 이장 협의회라면 그렇게 같은 마을 주민을 향해 불법적인 행태를 보일 것이 아니라 군수의 잘못을 군민들과 함께 나무라고 질책하고 비판해야 할 것이 아닌가?
이장협의회는 보은 군민 모두가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 하는가? 보은이라는 지역 사회에서는 군수를 비판하는 반대를 허용하지 않은 독재사회인가? 주민소환이라는 법적 절차가 왜 분열이고 갈등이고 혼란이란 것인가? 오히려 혼란을 막고, 갈등을 해결하고, 분열을 극복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라는 것을 모른단 말인가?
분명히 답한다. 주민소환 청구인 대표였던 나는 이장협의회에서 요구한 사과를 단 한 줄의 말로도 하지 않을 것이다. 주민소환을 하게 만든 군수가 사과할 일이다. 주민 소환 과정에서 온갖 불법적인 행태를 보인 군수와 그 측근들이 사과할 일이다. 제대로 된 이장 노릇을 하지도 못한 일부 이장들이 사과할 일이다.
비록 주민소환 절차는 철회되었지만 이장협의회가 할 이야기는 우리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말이 아니라 군수에게 각성을 요구하는 말이어야 함을 알아야한다. 그들이 말한 보은군민들의 화합과 단결을 위해 필요한 것은 주권자인 소환운동본부의 사과가 아니라 공직자인 군수의 사과임을 주장해야 할 일이다.
보은군 이장 협의회는 이번 주민 소환과 관련해서 사과해야 할 주체와 사과 받을 주체가 누구인지 똑바로 인식하기를 바란다. 이장들이 바라봐야할 곳은 제왕적 군수의 심기가 아니라 군민이고 주민의 마음이라는 것을 깊이 깨닫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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