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마당, 동상 건립 절차 부적정
훈민정음마당, 동상 건립 절차 부적정
  • 송진선 기자
  • 승인 2020.05.28 10:21
  • 호수 5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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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관련없는 동상 건립 등 예산낭비 지적…공무원 '주의'
용역결과보고서 검증, 조형물 심의위원회 심의 미이행 지적

담고 있는 콘텐츠의 조잡성뿐만 아니라 역사를 왜곡했다는 지적을 받았던 '훈민정음마당'은 감사원으로부터 철퇴를 맞았다.
훈민정음마당에 대해 감사를 실시한 감사원은 지난 5월 20일 절차 미이행 및 예산낭비를 지적하고 보은군에 관련 공무원 4명에게 주의처분을 요구한 내용의 감사결과를 공개했다.
보은군은 속리산면 상판리 3만㎡의 부지에 총 51억4천400만원의 예산을 투입, 훈민정음마당공원을 조성하면서 동상 건립 절차를 이행하지 않은 것은 물론 훈민정음 창제와 무관한 인물 10명의 동상까지 설치, 성격이 모호한 공원으로 전락시켰다.
또 이를 수정보완하면서 예산 4천470만원을 낭비한 것까지 밝혀냈다.
감사원은 사업을 주도한 안전건설과가 사업을 보다 조밀하게 살피지 않은 채 준공검사를 하고 동상 건립에도 조례를 제대로 준용하지 않는 등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며 보은군에 관련자 4명에 대한 주의처분을 요구했다.

신미대사 등 동상 건립대상자 선정과정에서 전문가 의견수렴이나 설문조사, 주민공청회 등을 이행하지 않아 감사원의 지적을 받았다.
신미대사 등 동상 건립대상자 선정과정에서 전문가 의견수렴이나 설문조사, 주민공청회 등을 이행하지 않아 감사원의 지적을 받았다.

과입지시서 용역사 이행안해(?)
'훈민정음마당' 조성사업은 2010년 9월 고향의 강 정비사업에 달천 고향의 강 정비사업이 선정돼 추진됐다. 당시 보은군은 청주대학교 경영경제연구소와 달천 고향의 강 훈민정음마당 기본계획용역 계약을 체결하고 2017년 용역 납품을 받 았다. 보은군이 용역을 주면서 용역 수행자는 전문가의 의견수렴, 설문조사, 주민공청회 등을 하라는 과업지시서를 붙였다.
그러나 용역수행자인 청주대학교의 연구소는 '훈민정음 창제의 양대산맥은 세종대왕과 혜각존자(신미대사)입니다' 등 훈민정음마당 관련 신미대사 등 동상 건립대상자 17명을 선정하면서 과업지시한 전문가 의견 수렴 및 설문조사, 주민공청회 등을 이행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보은군 안전건설과에서는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피엔과 인물동상 제작 용역을 시행해 훈민정음마당 내 세종대왕, 세조, 신미대사 등 인물동상 17점을 포함해 21점의 조형물을 제작 설치하는 우를 범했다.
더욱이 보은군은 공공조형물 건립 및 관리 등에 관한 조례도 준용하지 않은 것이 드러났다.
인물동상 건립시 관련조례 제4조 제2항에는 국난극복 및 국권수호에 대한 공헌도, 정치경제사회문화예술과학기술 등의 진흥발전에 대한 기여도 및 군민공감도 등을 역사적 자료나 고증을 통해 객관적으로 평가해 선정하고 공공조형물심의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동상을 건립토록 명시하고 있으나 심의를 거치지 않고 동상 17점 등 조형물 21점에 대한 제작 설치했다.
뒤늦게 위원회를 열었으나 이는 대상자에 대한 심의가 아니라 동상의 크기, 형태, 복식 등에 대해서만 논의한 것에 그쳐 조례는 요식에 그쳤을 뿐이었다.

한글단체 세종대왕 존엄성 훼손 지적받기도
이같은 졸속적인 행정처리는 보은군에 대한 불신을 낳았다. 2019년 8월 한글문화단체모두모임 등 한글관련 단체는 "보은군이 조성한 훈민정음마당이 세종대왕 존엄성 훼손 및 역사를 왜곡(신미대사가 훈민정음을 창제하는데 주역이었다)했다"며 훈민정음마당을 철거하고 역사왜곡 부분을 삭제하던지 세종대왕 동상을 철거하라는 항의까지 받았다.
보다 세밀한 고증 및 절차 미이행 등으로 자치단체가 역사를 왜곡했다는 굴욕적인 지적을 받은 것이다.
보은군은 한글 단체가 시정을 요구한 부분을 수렴하고 훈민정음마당 내 시설물을 수정보완, 지난 1월 공사를 완료했다. 훈민정음 마당은 정이품송 공원으로 고쳐 개방하고 있다.
수정보완하는데 소요된 예산은 △전통 담장 1천217만원 △지도마당 문구 수정 686만원 △궁궐 출입도 수정 시공비 634만원 △표지석 및 안내판을 비롯해 기타 등 1천933만원 총 4천470만원을 불필요하게 지출, 예산을 낭비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훈민정음마당에 대한 감사원 감사는 지난해 8월 역사왜곡, 예산낭비를 했다며 이를 밝혀달라는 주민들의 요구로 이뤄졌으며, 공무원들이 보다 세밀하게 법이나 조례를 이행하는 등 공직을 수행해야 한다는 성과를 이뤄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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