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시대의 전환은 농업의 가치로 풀어가자
코로나 이후 시대의 전환은 농업의 가치로 풀어가자
  • 보은사람들
  • 승인 2020.05.28 09:44
  • 호수 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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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전 경 진
마로 한중/한살림

코로나 19의 시대는 아마도 쉽게 끝나지 않고 장기전에 돌입될 것으로 보인다. 숨막히는 마스크와 얼어붙은 마음들처럼 세상이 굳어져간다. 유례가 없는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받지만 마음이 왠지 불편한 이유는 본능적인 불안감, 이것이 근본적인 위기라는 직감 때문일 것이다. '코로나 이후 사회'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지금의 정국이 단순한 사태로 끝나지 않을 전망을 두고 있어서이다. 사실 코로나 이전부터 모든 것이 위기인 시대였고 지속가능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었다. 코로나 사태는 위기로 치닫는 시대에서 전환점을 촉진했을 뿐 위기의 본질이 아니다. 재앙은 아주 작은 부분에서부터 시작된다. 가장 취약한 부분이 무너지기 시작하여 전체가 무너지게 만든다. 그래서 가장 약한 부분을 보완하고 보호하고 지켜주면서 전체의 체질을 바꿔가야 모두가 온전히 살 수 있는 것이다. 몸도 마음도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즉 위기시대의 진짜 보약은 가장 취약한 것부터 치료하는 것이고 그것으로 전체의 기초를 튼튼히 해주는 것이 근본적인 치료인 것이다.
나는 가장 근본적이면서도 가장 취약한 사회의 기초가 도시가 아닌 농촌이라고 생각하고 상공업이 아닌 농업, 사무노동이 아닌 육체노동에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정부는 코로나 이후 사회에 대한 해법을 좀 다른 방향에서 찾고 있는 것 같다. 강력한 자본과 권력이 스스로의 지배력과 이익을 강화시키고 이를 기반으로 한 기술지배가 예견되는 소식들을 듣는다.
농민이라면 '근본없는 것은 지금 아무리 화려해도 결국 넘어질 것'이라는 말을 이해한다. 우리 사회의 변화는 기술기반이 아니라 가치중심이 되어야 모든 사람의 생활이 나아지고 사회도 지속가능하게 공생할수 있다. 지엽적인 수단인 4차혁명 따위가 아니고 근본적인 목적인 생명의 문제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신재생에너지라는 것도 기술과 자본을 결합한 사업모델로 보면 답이 안된다. 지역순환을 염두에 둔 에너지자립과 생태보존을 원칙으로 해야만 대안으로서의 의미가 있는 것이다. 자연을 훼손하는 대체에너지라면 어떠한 것도 무한한 것이 없다. 자본만을 기반으로 한 기술은 사회를 저급화시킨다.
결론을 말하자면, 생명을 근본으로하는 농업이야말로 '코로나 이후의 시대'의 위기를 극복할 일차적인 대안이라고 말하고 싶다. 농업을 단순히 하나의 직업으로만 여기는 것은 참으로 무식한 생각이다. 동양적인 공동의 가치는 농경사회를 기반으로 형성된 철학과 생활양식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동양의 학문은 생명의 문제를 그 중심에 두고 있고 이것은 농경에서 비롯된 자연과 사회에 대한 인식을 모체로 태동한 것이다. 전 생명에 대한 집단적 위협을 당하는 지금이야말로 생명을 자연과 함께 체화하여 사람사회를 지속해온 농업의 가치를 다시금 인식하고 이에 공공성을 부여하여 그 인식을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도시의 청장년층은 농업과 농촌을 모른다. 아예 관심이 없다는 사람도 과거보다 훨씬 많아졌다. 아마도 농업의 진짜 위기는 농업과 농촌, 농민을 아예 접해보지 않은 도시세대가 너무나도 많아졌다는데 있는지도 모른다. 도시콘크리트에 막혀 평생을 사는 대다수 국민들과 농촌, 농업, 농민과의 단절은 그래서 농업에서 대안을 찾는데 있어 더 막막함을 느끼게 한다. 농민은 농업전도사가 되고 농촌은 생명의 전당이 되어서 사람들에게 계속 말해야 한다. 농업은 모두의 것이라고, 농업으로 위기를 이겨보자고!!
보은은 127년전 동학취회의 대동축제와 128년전 북실전투의 아픔이 있는 곳이다. 문득 어떤 장면 하나가 그림처럼 떠오른다. 나도 참 뜬금없다. 동학 이후에 강증산 선생은 새로운 시대의 후천개벽을 여는 도를 창도하였는데 이 후천개벽의 틀을 짜는 의례를 '천지공사'라고 하였다. 잘은 모르지만 '천지신명굿'이라고 생각된다. 1909년 강증산 선생은 부인 고판례가 증산의 제자들이 보는 앞에서 증산에게 올라타 '천지인 삼계대권을 지금 당장 여자인 나에게 남김없이 넘겨달라'고 요구하는 천지심굿을 행하였다. 당시 사회 밑바닥 민중의 대표격인 천대받는 여자인 수부 고씨, 그 과부출신의 아내에게 자신을 옥황상제라고 말하는 존엄이 남성제자들 보는 앞에서 '예, 다 드리겠습니다.'하고 대권을 바치는 천지굿을 한 것이다. 가장 천대받는 사람이 가장 존엄한 존재가 되는 엄청난 전환을 선언한 것이다. 나는 그 장면을 수백이고 수천이고 재현하는 굿을 세상에서 하염없이 보고싶다. 천대받는 농업이 세상에 올라타고 말한다. 삼계대권을 내놓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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