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인생이 담긴 "과일가게"
할머니의 인생이 담긴 "과일가게"
  • 보은사람들
  • 승인 2020.05.21 09:40
  • 호수 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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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끌벅적 사람들로 붐볐던 장터로 돌아가 활기찬 모습으로 즐겁게 장사하는 그날을 기다리며 힘든 가운데에서도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장님들의 소박한 인생 이야기를 지면에 소개한다.

글쎄요. 내 나이가 얼마나 먹은 것 같아 보여요? 일흔은 아니고, 여든 여덟이랍니다. 과일을 팔기 시작한 것은 20년이 넘었어요. 이 자리에서는 5~6년 됐네요. 도로가에서 장사를 했었는데 도로를 정리하는 바람에 이 자리로 오게 되었어요. 보통 오전 9시가 넘으면 장사를 하러 와서 저녁 7시가 넘으면 들어가곤 해요. 집은 이 근처지 뭐. 보은읍 삼산리에 살아요. 원래 보은이 고향이어요. 남편이랑 같이 살 때는 농사를 지었었는데, 혼자되면서 농사지을 사람이 없어지니까 과일가게를 하게 되었네요. 동네에 사람이 너무 없어서 10원도 안 팔리는 날이 수두룩해요. 그래도 뭐라도 먹고살려면 나와서 팔아야지.
과일은 때에 따라 달라져요. 계절에 따라서 바뀌곤 하지요. 지금은 토마토, 오렌지, 참외, 포도가 있네요. 내가 직접 과일을 가져오기는 어렵고, 대전에 주문을 넣으면 배달하시는 분이 이 앞에 가져다놔줘요. 낮에는 이 자리에서 과일을 팔다가 집에 가면서 덮어놓고, 다 팔리면 또 연락을 하지요. 아무래도 자리가 문 앞인 만큼 겨울에는 많이 춥지요. 근데 정말 사람이 너무 없네. 과일이 잘 팔리면 좋겠네요.

김해순(88, 보은읍 삼산리)
영업시간 : 오전 9시 ~ 오후 7시(연중무휴)

이해수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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