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소환 투표청구인 대표를 그만 두면서
주민소환 투표청구인 대표를 그만 두면서
  • 보은사람들
  • 승인 2020.05.21 09:27
  • 호수 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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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성 수
보은군수 주민소환 청구인 대표

지난 5월 15일부터 일주일간의 서명부 열람기간이 공고되었을 때까지도 이런 결과를 전혀 예상하지 않았다. 대표를 사임하고 주민소환 투표 청구를 철회하게 될 것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일이었다.
약간의 마찰과 고성이 불가피하겠지만, 비교적 평온하게 서명부의 열람 과정이 진행되기를 바랐다. 그러나 정작 당일이 되자 슬픈 예감은 너무도 큰 충돌과 혼란의 쓰나미로 덮쳐왔다. 군수소환을 반대하는 인사들이 선관위로 몰려들었고, 그들끼리 업무를 분장하여 서명자 정보를 읍, 면, 동별로 무차별적으로 빼나가기 시작하였다. 불법적인 서명 정보의 유출이 현실화되었다. 그리고 서명한 군민들에게 대한 반대 측의 집요하고도 비열한 작업이 시작되었다는 소식을 접하는데 까지는 그리 많은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누군가를 찾아가 서명한 사실을 지적하고 동네를 망치려 하느냐고 부당한 비난과 인격 모독과 개인의 명예를 침해하는 행위를 부끄럼 없이 행하고 있었다.
앞으로 이어질 6일간의 열람을 이대로 방치한다면 생각하고 싶지 않을 만큼 끔직한 일들이 벌어질 것이 너무도 분명하였다. 군수 주민소환이라는 주권행위에 참여한 순박한 군민들 중 일부가 이런 부당한 대우와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당하는 일을 막지 않으며 군수주민소환을 고집하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는 일일까. 오랜 고민의 과정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 동안 소환운동을 같이 해온 분들과 의견을 모아 주민소환 투표청구를 철회하기로 하고 그 동안의 절차를 끝내기로 하였다. 보은군 선관위를 찾아가 대표자 사퇴서에 도장을 찍는 것으로 모든 것이 끝이 났다.
처음 주민소환을 시작할 때 내가 그린 그림은 이랬다. 정상혁 보은군수가 친일 망언을 했으니, 그리고 그 동안 온갖 불통행정이 끊이지 않았으니 주민소환 시작된 것은 감수해야 한다. 과연 주민소환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는지 군민들의 뜻을 확인해보자. 그래서 보은군 유권자의 15%를 넘지 못하면 주민소환은 취소가 되면 된다. 만약 15%가 넘어가면 그럼 진짜로 군민들의 뜻을 확인하는 주민투표를 해보자.
군수는 투표과정에서 자신의 억울함이 있다면 해명하고 자신을 반대하는 군민들에게 오해를 풀어달라고 주장하고 선거운동을 하는 것으로 자신의 권리를 충분히 보장 받을 수 있는 절차가 있다. 그리하여 주민소환 투표가 실시되어 그 결과에 따라, 투표로 확인된 주권자인 군민들의 뜻에 따르면 되는 일이다.
이런 군수의 모습을 그렸다. 비록 자신을 주민소환 하겠다는 일이 유쾌할 수는 없겠지만, 본인이 책임져야할 부분으로 인정하고, 서명 활동의 결과를 겸허히 기다리는 자세를 보인다. 당연히 공무원을 동원하고, 읍, 면장에게 공문을 보내고, 이장에게 불법적 서명 방해 행위를 하지 않는다. 그렇게 하여 주민투표가 결정된다면 당당하게 투표에 임한다. 주권자인 주민의 심판에 대해 책임을 가지고 임하는 자세를 보여준다.
서명활동이 시작되면서부터 내가 그린 군수의 모습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불법적인 방해 행위가 시작되었다. 오직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서명을 진행하는 수임인들로서는 아무 대응을 할 수 없었다. 분명 불법적인 방해 행위이지만 현행 법규상 처벌할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막을 수가 없었다. 합법을 빙자한 헌법 정신의 부정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다.
군수가 그런 태도를 보이지 않으니, 군수 주변에서 기득권을 누리는 일부 지지자들은 그들의 사익이 침해되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었으리라. 그러나 지금 군수를 두둔하는 그들은 다음 군수가 바뀌면 손바닥 뒤집듯 그들의 소신을 버릴 것이리라.
공정한 선거관리를 해야 하는 보은군선관위의의 편파적 판단은 우리를 계속 절망의 강으로 밀어 넣기에 충분했다. 그들 스스로는 규정에 따라서 업무를 하고, 규정에 없다는 이유로 당연한 책무를 져버리고 있었다. 비밀선거의 보장, 주권자의 정치적 행위에 대한 존중, 개인정보보호라는 헌법적 가치에 대한 의지는 전혀 보여주지 않았다.
그것도 모자라 군수와 보은군 선관위의 합작품으로의 비상식과 불의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일이 나타났다. 주민소환 대상자인 군수가 주민소환 서명부의 정보공개를 청구하고, 당연히 거절해야할 선관위가 그것을 허용하고 정보공개 결정을 한 사태가 발생하였다. 참으로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법 규정과 선례에 따른 업무라고 하는 주장 어디에도 주권자에 대한 배려와 헌법정신에 대한 공감 능력은 한 줌도 찾아 볼 수 없어 더욱 절망적이었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주민소환 절차를 마치는 마당에 그동안 청구인 대표자를 맡은 입장에서 몇 가지 소망을 말하는 것으로 마지막 입장을 밝히고 싶다.
하나는 우리가 주민소환을 철회한 가장 큰 이유가 서명부의 정보 유출을 막고 일부 서명한 군민들이 입을 불이익과 피해를 예방하겠다는 대의였으므로, 정상혁 군수도 본인의 정보공개 청구를 취하해 주기를 바라는 점이다.
또 하나는 정상혁 군수가 남은 임기 동안만이라도 주민소환 과정에서 드러난 군민의 뜻이 무엇인가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올바른 군정을 펼쳐주기를 바라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서명을 해준 군민께 감사와 미안한 마음을 함께 전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리고 그 분들이 결코 잘못하신 게 아니고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 아니라고, 오히려 자랑스러운 일이고 당당한 일을 하신 거라고 전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리고 격려를 보내준 많은 군민과 또 반대하셨던 분들께도 똑같은 마음으로 감사와 화해의 인사를 전해드리고 싶다. 
돌이켜보면 후회도 되고 아쉬움도 많았지만, 다시 그 선택의 시간으로 되돌아가거나 또 다시 그런 순간이 와도 주민소환 청구인 대표자를 자임했을 것이고, 또 그런 상황이 되면 주민소환을 철회하기 위해 대표자 사퇴서에 도장을 찍을 것이다.
불가능한 꿈을 꾸었던 얼마의 시간은 우리 모두에게 나름의 의미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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