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해서 어떡해?
답답해서 어떡해?
  • 보은사람들
  • 승인 2020.04.23 09:27
  • 호수 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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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리스트 이 만 동
조자용민문화연구회 대표, 도화리

듣도 보도 못한 '코로나 19' 바이러스라는 놈이 온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온 나라 사람들이 예외 없이 얼굴에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
모든 공연과 모임이 취소되었다. 공원과 도서관 등 공공시설이 폐쇄되고, 영화관에서도 사람들 보기가 어려워졌다. 마치 무슨 공포 괴기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답답해서 어떡해?"
"외롭고 적적하지?"
"끼니는 거르지 않고 잘 먹고 있는 거니?"
'코로나 19' 바이러스 감염 사태 이후 나에게 걸려오는 전화 대화 내용이다. 도시에서 생각하면 약국은커녕 구멍가게 하나 없는 깊은 산골 구석에 처박혀 홀로 지내고 있으니 나에 대한 걱정이 태산이다.
그런데 실상의 나는 '코로나 19' 이전과 이후의 생활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 오염을 일으키는 세상의 공장들과 자동차들의 운행이 줄어 들어서 일까. 요즈음 청정지역 도화리의 하늘은 더할 나위 없이 맑고 푸르다. 그러니 오히려 나는 몇 년 만에 미세먼지도 없는 행복한 봄날을 마음껏 즐기고 있다. 그런데도 걱정들을 해주니 어쨌든 그저 감사하고 오히려 괜히 미안할 따름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어김없이 산에 오른다. 산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마치 모차르트의 경쾌한 피아노 소나타 선율처럼 들려온다. 봄의 전령사, 생강나무 꽃! 토실토실한 병아리 엉덩이 같이 앙증맞고 어여쁜 노란 생강나무 꽃의 짙은 향기가 보약처럼 코 속을 적신다.
가끔 내려준 봄비 덕분에 생겨난 계곡의 멋진 삼단폭포의 힘찬 외침에서는 청년의 생동감을 느낀다. 답답하기는커녕 가슴이 시원하게 활짝 트이고, 외로움이란 놈은 감히 끼어 들 틈이 없다. 아침 산행은 입맛을 돋우어준다. 삼시 세끼를 거르지 않고 먹는다는 것은 건강의 징표이다.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고, 그야말로 매일이 건강하고, 매일이 여일하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갑자기 내 걱정을 하는 걸까? 그렇다! 사람들은 다 자기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무언가 바쁘게 움직이던 사람들이 갑자기 모든 일들이 정지되었다. 여기저기 여행도 다니고, 갖가지 모임들도 부지런히 하고, 맛집도 열심히 찾아다니던 사람들의 모든 행위가 일순간 정지되고 혼자가 된 것이다. 그것도 하루 이틀이 아니고 수개월째 지속되고 있으니 감옥 아닌 감옥, 답답하고 외로울 수밖에. 그러다 내가 생각난 것이다.
'시끌벅적한 도시에 사는 내가 이렇게 외롭고 답답한데 산골에 사는 사람은 얼마나 답답하고 외로울까?'
느닷없이 자발적인 격리생활자들이 되어보니 도시에서 멀리 떨어져 깊은 산골에 사는 사람이 생각난 것이다. 그런데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다. 혼자 사는 것이 습이 되면 그것에 익숙해져서 더 편해지기도 하는 것이다. 오히려 도시의 군중 속에 있다 보면 역설적으로 외로움을 문득 느끼기도 하고 답답해지기도 하는 것이다.
도시 사람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아! 좀 쉬고 싶다!" "한 1개월 정도 아무 일도 안하고 지냈으면 좋겠다!"
그런데 막상 모임들을 자제하고 자가 격리 상태로 혼자가 되고 서로 서로 사회적 거리를 갖게 되자 외로움을 느끼고 답답해진 것이다. 현대 도시인들은 그동안 너무 바쁘게 정신없이 살아 온 것은 아닐까? 마치 눈 옆을 가리고 오로지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들처럼.
'코로나 19' 바이러스 사태는 어서 빨리 끝나야 하겠지만, 이 기회에 자신을 조용히 들여다보는 것은 어떨까? 내 주위를 다시 한 번 살펴보고, 가족이라는 존재의 소중함도 새삼 느껴 보자.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서 서로의 인간관계와 연대 의식의 중요성을 깨닫고, 삶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계기가 된다면 질병의 두려움과 어려움 속에서도 조금은 위안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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