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창업농 이진희(42, 수한 율산1리)
청년창업농 이진희(42, 수한 율산1리)
  • 송진선 기자
  • 승인 2020.03.26 09:54
  • 호수 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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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이 농업에 대해 관심이나 있나요?"

"정치인들이 농업에 대해 관심이 있나요? 정치인들은 농업에 관심이 없어요. 농업에 관심이 있으면 마늘값 떨어져서 저렇게 트랙터로 갈아엎지는 않을 것이고 대파 값 떨어져서 수확하는 것 자체가 손해여서 폐기처분하지는 않을 거예요."
수한면 율산1리에서 밭농사를 짓고 있는 청년창업농 이진희(42)씨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 국회의원 후보자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는지 묻자 농업·농촌·농민이 뒤처지고 있다며 실망감부터 드러냈다.
이진희씨는 "농산물 가격정책에 대해서는 정치권이나 정부가 항상 관심 주제 밖으로 놓는 것 같다"며 "생산비는 계속 들어가는데도 농산물 가격이 조금만 오르면 끄집어 내리려고 한다며 농민의 어려움을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2천평에서 2만포기를 재배한 양배추 1톤 트럭 한차를 대전 공판장으로 유통했는데 경락가가 포기당 500원도 안나왔다. 수확을 한다면 4, 5명이 3, 4일 걸려 수확을 해야 하는데 수확해봐야 인건비도 나오지 않아 수확을 포기했었다며 자신의 예를 들며 정부가 생산비를 적용한 농산물 기준가격을 제시해 농민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희씨는 현실과 맞지 않는 청년창업농 정책에 대한 비판도 쏟아냈다. 
청년창업농은 청년이 경영주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시설자금 외에 경영자금이 필요하지만 지원이 안되기 때문에 사실상 시설자금을 쓰고 싶어도 쓰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진희씨는 처음 농사를 지으면서 온실을 짓기 위해 부모님 땅을 담보로 자금 신청을 했는데 필요로 했던 1, 2억원에는 턱도 안되는 4천만원 평가에 불과해 자금받는 걸 포기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또 농지구입자금의 경우도 평당 3만5천원이 지원되는데 율산1리만 해도 시가는 평당 6, 7만원하기 때문에 땅 한 평을 사더라도 내돈 3, 4만원을 갖고 있어야 땅을 산다며 청년창업농이 그런 돈이 어디 있느냐며 청년창업농지원이라는 말만 화려하지 현실과는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진희씨는 현장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현실과 기존의 정책이 부딪히는 것을 수정, 보완하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농민들의 실질적인 어려움은 귀담아 듣지 않는 것 같다며 이젠 기대도 안한다며 정치권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농촌에 기반이 없는 진짜 청년창업농은 농사도 짓기 힘든게 현실이라며 자신도 농사를 짓는 아버지의 영농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며 영농기반이 없어도 농사를 해볼만한 사업으로 보고 도전하는 젊은 청년창업농들이 농업에 젊음을  투자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수한 동정초등학교, 보은중학교, 청석고등학교, 충남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이진희씨는 행정고시 준비 중 친구들과 농사에 대한 철학도 갖고 있고 과수와 축산으로 수입도 괜찮은 젊은 농부의 영농현장을 보고 자신의 인생을 행정공무원에서 농부로 다시 설계했다.
부모님도 자신의 계획을 귀담아 듣고 해보라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32살 때 수업료, 교재비, 식비, 기숙사비까지 모두 무료이고, 용돈만 자비로 해결하면 되는 한국농수산대학교에 입학해 농업을 배운 후 고향인 수한면 율산1리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처음 단기작으로는 수입이 좋은 오이농사를 시작해 지금은 마늘, 양배추, 감자, 고추를 재배하고 올해 본격 수확하는 매실도 600평에서 70주를 재배하고 있다.
영농경력 8년째다 아직 수입이 많지 않지만 그나마 아버지(이상태, 66)와 어머니(이혜영, 64)가 비빌 언덕이 돼 주고 또 창업농에게 지원되는 생계비가 농촌에서 생활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고 소득작물 재배로 약간의 땅도 매입했다.
지난 2018년에는 6명의 회원으로 수한영농조합법인을 만들어 대추축제 때에는 고구마도 팔아봤다.
경험 부족으로 적자를 기록했지만 이진희씨는 농촌에 뿌리를 내리겠다는 자신의 목표를 흔들리지 않고 현재진행형으로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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