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지구가 말을 하고, 생각하고, 복수를 꿈 꾼다?
[칼럼] 지구가 말을 하고, 생각하고, 복수를 꿈 꾼다?
  • 보은사람들
  • 승인 2020.03.26 09:35
  • 호수 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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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가 인간처럼 생각하고 말을 하고 스스로 행동할 수 있다면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무슨 말을 할까? 
인간들에 의해 그동안 벌어져왔고, 벌어지고 있는 모든 행위들에 대해 지구는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반응하고, 어떤 행동을 했을까? 공상과학소설 같은 이런 엉뚱한 상상과 의문을 실제로 이론화 한 과학자가 있다.
1968년, 영국의 과학자 '러브록'은 '가이아(Gaia,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대지의 여신) 가설'이라는 논문에서 지구는 스스로 자기 조절 가능한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와 같다는 이론을 제기했다. 
'지구는 단순히 기체에 둘러싸인 암석덩이로 생명체를 지탱해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생물과 무생물이 상호작용하면서 스스로 진화하고 변화해 나가는 하나의 생명체이자 유기체'임을 강조한다. 
우주 역사를 보면 지구도 먼 과거에는 다른 행성들처럼 가스덩어리, 돌덩어리였다. 하지만 35억 년 전 지구에서는 최초의 생명이 태어났고, 그 이후 지금까지 오랜 세월동안 지구는 자기조절이 가능한 거대한 생명체로서 생물들이 생존하기에 적합한 항상성(homeostasis)을 스스로 유지해 왔다는 것이다.
원시 지구의 대기는 금성과 화성처럼 이산화탄소의 비율이 95% 이상이었고 산소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35억 년 전, 이산화탄소를 먹고 산소를 내뿜는 광합성 박테리아의 출현 이후 생물권의 광합성과 호흡, 물질의 순환 덕분에 산소 농도 20% 안팎의 적정수준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발표 당시, 정통 과학계는 지구가 자정 능력이 있는 하나의 생명체라고 하는 '가이아 가설'을 비과학적이고 황당한 사이비 이론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지구온난화가 세계적 이슈가 되면서 '가이아 가설'은 과학계와 일반 대중의 큰 관심을 받게 된다. 더 나아가 러브록은 2006년 '가이아의 복수'를 통해 지구온난화의 진단과 해결방안에 대해 이야기 한다. 
가이아, 즉 지구의 건강이라는 측면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산화탄소의 증가와 열대우림의 손상이라는 것이다.
온갖 수송수단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 식량용 가축이 뿜어내는 메탄가스는 대기 구성 성분에 관한 지구의 자기조절 시스템을 심하게 파괴하는 수준이고, 또한 열대우림은 엄청난 양의 수증기를 발산함으로써 구름을 형성시켜 지구의 평균기온을 유지하는데 큰 몫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최근 열대 우림의 보존이 가이아(지구) 건강에 꼭 필요한 것으로 입증되면서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러브록의 주장은 인간의 입장이 아닌 지구의 입장에서 미래를 내다보기 때문에 과학계는 물론 친환경론자들의 입장에서도 끊임없는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다.
그런데 최근 지구 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장 심각한 두 가지 문제, 미세 먼지와 바이러스 문제를 보면 지구의 입장을 떠나서 인간의 입장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현재 지구 전체를 공포와 두려움에 빠지게 한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숙주가 박쥐이고, 열대우림과 같이 깊은 숲속에서 살던 박쥐들이 숲이 파괴되면서 세상으로 나와 인간에게 바이러스를 감염시킨다는 것이 거의 정설이다. 
또한 정상적인 호흡을 하기 곤란할 정도로 심각한 미세먼지도 이번 코로나 19 바이러스 사태로 운송도구들과 공장들의 가동이 둔화됨으로써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그 원인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최근 '코로나로 중국 공장들이 문을 닫아 탄소 배출이 멈추면서 깨끗해진 대기가 살려낸 사람 수가 코로나로 죽은 사망자 수 3천200명의 24배인 7만7천명이라는 분석 자료도 있다.
결국 지구의 입장이든 인간의 입장이든 환경 파괴가 우리 삶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지는 자명해진 듯하다.
바이러스 없는 세상, 미세먼지 없는 세상, 인간이 건강하고 평화로운 지구를 원한다면, 이번 코로나 19 바이러스 사태를 계기로 전 세계 국가들이 다함께 자연환경 보호 문제에 동참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지 않는다면 지구의 인류에 대한 엄청난 복수가 시작될 듯 하다. 
개인들 입장에서는 자동차 운행을 자제하고, 고기를 덜 먹으며, 나무 한 그루 더 심고, 쓸데없는 소비를 억제하는 것이 지구와 공존하는 최소한의 소박한 노력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가이아 이론과 관련해서는 '오늘을 읽는 철학, 2018, 이순성 저, 마리서사'를 참조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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