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보호
[칼럼] 보호
  • 보은사람들
  • 승인 2020.03.19 09:38
  • 호수 53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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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강 환 욱
보은교육협동조합햇살마루 이사

최근 썼다는 한 아이의 일기가 인터넷에 돌아다닙니다. 개학이 늦어지니 엄마가 무서워져서 얼른 학교에 가고 싶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참 솔직하죠. 마음껏 호흡할 수 있는 공기와 장소, 건강의 소중함이 크게 느껴집니다.
개학이 늦춰질수록 오는 가정학습 관련 공문들이 눈에 띕니다. 각종 온라인 사이트를 이용하여 아이들의 학습 공백을 최소화하라는 것인데 이 시국에 챙길 공백이 이것밖에 없는지 의문이 듭니다.
교육부가 홈스쿨링을 강요하는 셈이라 이상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학교에 다니지 않으면서 홈스쿨링을 하거나 대안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학력은 인정하지 않으며 불법인 것처럼 취급하면서 말이죠.
우리나라의 교육부는 여전히 학습 그러니까 결과적으로는 학력과 수능 중심입니다.
모두를 살리는 교육과 거리가 먼 것 같습니다. 공부는 하나의 재능인데 유난히 이 재능을 가진 소수의 학생들에게 초점을 둡니다. 친구들이 내신을 깔아줘야 자기 내신이 올라가는 비인간적인 시스템이 여전합니다. 교육의 범위를 아주 좁게 봅니다.
교육은 울창한 숲인데 말이죠. 학습과 놀이, 독서, 진로와 기술, 생태, 예술 등에서 우선 순위가 있을까요. 어린 아이들에게는 책과 자연, 놀이만 있으면 충분하다고도 합니다.
또한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의 중요성을 안다면 지구온난화와 같은 주제에 초점을 두고 건강한 미래의 삶을 이끌어야 하는데 참으로 아쉽습니다. 사람이 살 수 없는 지구 앞에서 무엇이 중할까요.
최근 몇 주간 스마트폰에 중독되었습니다. 중독의 기준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나 자투리 시간이면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있었으니 중독이었겠죠. 틈만 나면 유튜브를 보게 되더군요. 영화를 짧게 리뷰해주는 영상을 접하면서 중독의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덕분에 불면이 왔고 이석증도 재발하면서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고맙게도 몸은 경고신호를 주었습니다.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고 관련 책을 찾아 읽어보니 이렇게 된 원인이 제게 있고 해결책 또한 제게 있다고 말하더군요. 정신을 차리고 뭔가를 해야 했기에 우선 영화 유튜브를 끊고 밀렸던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다소 뻔한 결말이긴 하지만 두 시기, 스마트폰에 빠졌던 시기와 책에 빠진 시기를 비교할 수 있었습니다. 스마트폰은 많이 해도 보람이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반면 책은 많이 읽을수록 보람이 있었죠. 스마트폰은 재미는 있으나 하면 할수록 뭔가 허전했고, 책은 뭔가를 얻는 기쁨이 있었습니다.
작가의 엄청난 노력과 경험을 이 가격에 얻는다는 것이 새삼 고마웠습니다. 짧았지만 스마트폰 중독에서 구해준 1등 공신은 책이었습니다.
많은 아이들도 스마트폰과 책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은 그들이 졸라서 얻었을 것이고 책은 비교적 쉽게 주어졌을 겁니다. 공통점은 둘 다 잔소리의 시발점이라는 것입니다. 스마트폰은 좀 그만하라고, 책은 좀 읽으라고 말이죠. 그럴수록 스마트폰에는 정이 가고 책은 꼴 보기 싫어집니다. 책은 스마트폰에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들을 보호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해로운 것은 막고 이로운 것을 주는 것이죠. 그러므로 애초에 스마트폰을 막았어야 합니다. 하면 할수록 허무해지고 속이게 되는 것보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경험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이득이니까요.
1900년대에 의사 출신으로 유대인 아이들을 위한 고아원을 운영하던 사람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조금씩 알려지고 있는 야누슈 코르착이란 인물입니다. 나치가 유대인 주거지역을 소탕하면서 결국 자신이 보호하던 아이들이 가스실로 향하는 기차를 타게 되자 그는 아이들이 어른에 대한 믿음을 상실할 것을 염려하여 손을 잡고 함께 기차에 오릅니다. 자신은 살 수 있었는데 말이죠. 그가 아이들에게 가졌던 관점의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나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돌보는 일을 20년 넘게 해왔다. 그래서 어린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한 가지, 사랑받고 존중받는 것임을 안다. 어린이들에게는 그럴 권리가 있다. 어린이들은 또한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존중받고, 보호받으며 자란 어린이들은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아끼는 방법을 배우고, 사회에 이바지하는 사람으로 자라는 것이다."
공부만이 아니라 사랑받고 보호받을 권리가 더욱 부각되길 바랍니다. 아이들은 공부에 빚진 자가 아니며 단지 해로운 것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입니다. 또 다시 개학 연장이 논의되는 요즘, 그 공백을 책이 채워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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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사회 2020-03-23 14:42:33
사랑과 존중 ᆢ이 둘만 잘되어도 아이들은 건강하고 훌륭히 자존감 높고 주체적인 어른으로 성장하겠지요^^